히무로 타츠야 신장: 183cm 체중: 70kg 생일: 10월30일(전갈자리) 혈액형: A형 좌우명: Don't expect life to be fair 좋아하는 음식: 피클 취미: 당구 특기: 저글링 잘하는과목: 수학 위원회: 학생회 가족관계: 부,모 힘들어하는것: 일본과 미국의 문화차이 특기플레이: 스톱&점프 슛 좋아하는 타입: 포용력 있는 여성 휴일을 보내는법: 해외드라마(미드)를 본다 농구를 시작한 계기: 부모님의 추천 주목하고 있는 선수: 카가미 타이가 필살기: 미라쥬 슛
"다음 시합에 반지를 걸어!" : 형제의 증거가 깨어질 때. 시합중에 카가미가 히무로를 봐주었던것이 일의 시작. 히무로와 카가미의 슬픈 추억...'
"너와 나는 지금 적이다. 좀더 죽일 기세로 와라." : 형이라는 이유로 본실력을 내지 않는 카가미에게 분노가 폭발!'형'으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싸운다!
"미라쥬슛은 누구도 깰 수 없어" :카가미의 블록도 개의치않고 슛. 이 필살기는 히무로에게 있어서 프라이드 그 자체.
"怒りで気がヘンになるぜいいかげん…!" (차마 할수 없는 번역...ㅜㅠ) : 시합을 내던지려고 하는 무라사키바라를 다시 코트로 되돌린 한마디. '재능'과 '농구에의 사랑', 서로에게 결락되어있던 부분을, 두사람이 처음으로 서로 채워준 순간.
"Let me see you become the No.1 player" "Bro." :다시 묶어진 [형제의 증거]. 카가미의 힘을 인정하고 응원할 수 있는것은, 히무로가 인간적으로 성장한 현상.
[색남•히무로에게 배운다! Smart 인기 기술!]
1. 여성의 대우에 두근! :미국에서 자란 탓인가, 너무 완젹한 여성의 대우! 역시 인기있는 남자는 여기서 다릅니다! 2. 돌봐주는거에 두근! :무라사키바라의 마음속을 읽고 말을 거는 통찰력의 좋음. 여성은 친절함에 약하다! 3. 갭에 두근! : 평소의 온화한 분위기에서, 상상할수 없는 거친 말투! M기질이 있는 여성에게는 칭찬이..?
팬들의한마디 : 그에게 있어서 행복이란...이라고 생각하면, 밤에도 잠들지못합니다.(사이타마현 B씨) : 똑똑한거 같으면서 천연같은 부분이 좋다.(카나가와현 E씨) : 그의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만면의 미소가 보고싶습니다. 그 노력이 보상받아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 카가미에 대한 갈등을 뛰어넘어가는 모습에 울었습니다. 계속 응원하고 있습니다!! : 제일 좋아합니다. 프로가 되길 바랍니다- : 세이린vs요센전 에서의 눈물에 당했습니다.
(다 똑같은 팬심ㅋㅋㅋ)
[쿠로코의 스페셜 인터뷰] 미스테리어스한 매력의 히무로군이지만, 여기서는 모든것을 낱낱이...아예, 왼쪽눈의 비밀도..?!
1. (쿠로코가 기척을 죽이고 돌연) 히무로상,2위 축하드립니다. 지금 기분은? : 우왓!...뭐야, 놀래키지 말아줘. 2위인가..불만이 전혀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지만, 역시 기쁜 마음이 강해.
2. 자신의 제일 큰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웅......지기 싫어하는 점일까나.
3. 그럼, 이후 개선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미국에 있던 기간이 길었던 탓인가, 아직 조금 일본의 규칙이나 매너에 익숙해지지않는 부분일까나.
4. 히무로상이 가장 지고싶지 않은 상대은 누구입니까? :타이가네. 윈터컵에서 지고, 지금의 힘의 차이를 느꼈지만, 그래도, 역시 이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5. 윈터컵을 돌아보면, 지금의 심경은? :분하지. 다음엔 반드시 이길거야.
6. 윈터컵 뒤에, 카가미군과 알렉스상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셨나요? : 타이가를 축복하고, 시합의 추억등을 얘기했어. 조금 흥분할뻔한 때도 있었지만, 알렉스가 저지해줬어. 그녀가 일본에 와서 다행이라고 몇번이고 말했어
7. 미국에서 니지무라상과 만났다고 하는데, 그 이후에 뭔가 있었습니까? :아니, 없어. 어쨌든 곤란한 일이 있으면 말해달라 하고 메일주소를 교환했지만, 가끔씩 별일아닌 메일을 주고받는 정도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겠지.
8. 감춰진 왼쪽눈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있는것입니까? :..?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왼쪽눈을 보여주면 되는건아? (보여주자 쿠로코, 조금 눈을 크게 뜬다)
(아 뭐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겁나궁금)
9. 이후의 목표를 가르쳐주세요. : 타이가에게 이기는것은 물론, 어떤 대회에서도 노리는것운 우승이야.
10. 팬 여러분에게 메세지 부탁드립니다. : 고마워. 많은 사람에게 응원받아서, 정말로 해피. 다음엔 1위할수 있도록 힘낼게.
어떠셨습니까. 쿠로코의 농구 오피셜 팬북 2 쿠로페스! 뭐니해도 페스티벌입니다. 축제입니다. 게다가 만화책 최종권과 동시발매 축제입니다. 그야 뭐 텐션도 천정부지입니다. 훗훗후-!...여태까지 이런 소리 낸적 없습니다만. 뭐어 문자라면 뭐라도 할수있습니다. 그정도로 텐션 올라있기때문에. 마구 하겠습니다. "한 컷 밖에 나온적 없는 녀석까지, 어쨌든 등장인물 전원 망라한듯한 책으로 하고싶습니다!" 이 책을 만들때 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프로필등 필요한 인물을 픽업받아서, 누구좋으라고밖에 말할수밖에 없는 자잘한 인물까지 리스트에 넣어주셨습니다. 세이호의 사카모토(에...그러니까), 후쿠다종합학원의 모치즈키군(...아-있었던듯), 라쿠잔의 00군(아슬 기억함) 그리고 00의 이케다감독(...누구?) ....아니 진짜로, 누구야 이녀석?! 이케다?? 있었나?? 말해봤자 작가이고, 한컷이라도 그렸다면 일단 기억하고있을터지만...? 그래서 초조해져서 찾아봤더니, 안그렸어!!!! 본편에 얼굴도 이름도 나오지않았어!!! 저번의 팬북에서 이름만 나왔던 사람이라고! 너무 찾았어요 리스트 만들어준 출판사의 시미즈상! 위키에서 검색했다고요! 암만 그래도 이케다상은 매니악함조차 뛰어넘어서 흥미가 있는 사람이 전무하다고 단언할수 있기에, 컷트했습니다.
그런 느낌으로 그외에도 기획이 넘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죽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죽는다면 진정으로 바라는것입니다. 사실은 조금 진짜로. 뭐니해도 만화책 최종권과 이 책이 나올수 있다면, 더이상 미련을 남길것이 없습니다. 이후 조금이라도 뒷이야기를 그리거나 하지만,그것은 단순히 그리고싶으니까 이지, 그리지않으면 안돼는 이야기와는 다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게 된 이상 전력으로 할 예정입니다. 나중에 즐겨주세요. 그 외에도 애니메이션이나 이벤트 등 쿠로코의 농구의 세계는 계속돼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늑골 하나가 나갔으면서도 굳이 입을 놀리는 심보를 모르겠다. 아픔에 익숙한 걸까, 아니면 될대로 되라고 막나가는 걸까. 처음엔 냉정하고 차분한 참모인줄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무투파였고 심지어 주먹과 발을 전문으로 쓰는 맨손 격투가였다. 얼굴과 안 어울리게, 란 감상과 함께, 나는 손에 쥐고있 던 묵직한 총신을 들어 올려 그의 이마를 겨냥했다.
“그걸로, 내 머리를 날릴 거야? 근데 그거, 네 덩치에 비하면, 작아 보여. 쿨럭, 하아.”
목적은 같았지만 적으로 만났다. 서로의 정체를 숨기고 떠보기를 할 땐, 왠지 마음이 잘 맞을 거란 느낌이 들어서 나쁘지 않았다. 얇은 노트북을 손에 들고 어떤 무기도 보이지 않아서 방심했었고 그 결과 이쪽의 인명손실이 제법 있었다. 결국 나까지 나서게 만들었으니까, 눈앞에 있는 이 남자의 실력은 여태 상대했던 녀석들 중에서도 수준급이었다. 그래봤자 나에겐 이기지 못했지만. 보기보다 매서운 주먹에 몇 대 맞았지만 맷집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고, 체격으론 이쪽이 우위였다. 방심하진 않았다. 그래도 제대로 맞은 곳은 많이 아팠고, 그래서 나도 매우 진지하게 상대해줬다. 그 결과, 늑골이 나가고 발목이 부러진 채 벽에 처박히면서 머리라도 박았는지 헤실헤실 웃으면서 중얼거리는 침입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금 전에 받았던 명함을 꺼내봤다. 컴퓨터 수리기사. 히무로 타츠야. 본명인걸까.
“정말로, 수리 할 줄 알아서 온 거야? 아님 그냥 만든 거?” “만든 거. 나, 그런 거 못해, 하하, 아....... Shit.”
그는 바닥에 널부러져서 이상하게 틀린 발목을 움직이다가 욕설을 뱉었다. 머리카락이 먼지와 피에 헝클어져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권총을 다시 들어 올리면서 한걸음 다가갔다. 엄연한 침입자에, 조직원도 부상을 입었고, 재산 피해도 상당했다. 일단 내 관할에서 일어난 일이고, 결국엔 내 선에서 이걸 처리해야 했다. 숨통을 끊어서 시체를 조각낸 다음에 자루에 넣어서 돌과 같이 바다에 수장. 그러면 끝. 돌아와서 어제 사놓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연봉만큼의 일을 하는 훌륭한 사원으로서의 할당량은 달성한다.
“죽일 거면, 빨리 끝내줘. 어차피 나도 메일로 의뢰받은 거라서, 상대가 누구인진 몰라. 노트북에, 계좌랑, 그런 거.......알아서 찾아봐.”
살려달라는 말도 안 하는건가. 팔다리를 내던지고 총구를 응시하듯 고개를 기울이는 남자의 얼굴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까 전에 보았을 땐, 그냥저냥, 말끔한 샌님같은 얼굴 같았다. 총구를 들이민 채로 손을 뻗어서 남자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고문할거야? 시간낭비라니까.” 헝클어져 이마에 붙어있는 앞머리를 손바닥으로 쓸어올려서 드러난 얼굴은, 방금 전에 마주했던 컴퓨터 수리기사와 똑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얼굴이었다. 아까 전엔 조금 온화하게, 그냥저냥 남자치곤 예쁜 얼굴의, 여자들에게 인기 있겠네~ 싶은 정도의 얼굴이었던 것이, 완전 딴판으로 변모해 있었다. 비유하자면, 깨진 유리 사이에서 빛나는 서늘함. 연약하고 투명해 보이지만 손에 쥐는 순간 상처를 입히는 종류의 미소. 피가 들어가서 찡그리고 있는 눈가에 검은 눈물점이 마침표처럼 찍혀있었다. 올라오는 아픔에 이를 악물면서도,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계속 당당하게 미소를 끌어올리는 입술은 터져서 피가 약간 흘러나왔다. “....당신, 누구 개야?” “ 개, 라니. 그건 너고. 난, 주인 없어.......프리랜서, 라는 단어, 알아? 아츠시군.” 통성명을 했던가. 처음 만났을 때 먼저 명함을 내밀면서 애살있게 웃었기에, 나도 그냥 이름을 말했었다. 그걸 기억하는 걸까. 그보다 언제 봤다고 멋대로 이름으로 부르는 거지? 마지막까지 도발하는 건가. 빠르게 죽기위해서? 달싹거리는 입 안이 빨갛게 보였다. 잘 돌아가는 혓바닥이다. 가지런한 치열이 살짝 보였다. 아직 길러진 적 없는 걸까. 함부로 이빨을 드러내고, 돈을 받고 도둑질을 하고. 아마 언제 죽어도 뒤탈이 없게 정리를 하고 사는 타입으로 생각되었다.
“흐응....... 있잖아, 여기서 안 죽으면, 어쩔 거야?” “........살려줄려고? 왜, 니 XX라도 빨아줄까?”
관용구인건 알고 있다. 그래서, 손에 들고 있던 권총으로 시험해보기로 했다.
“...웁....”
이빨 밑으로 총신을 밀어 넣자 계속 가늘게 비웃음을 띄던 눈동자가 커졌다. 그대로 힘을 줘서 목구멍에 닿기 직전까지 쑤셔넣자, 숨 막히는 소리와 함께 동공이 확대된 것이 보였다. 철컥, 하고 장전했다. 남자는 어깨로 숨을 쉬고 있었다. 정수리에 총알이 박히는 거랑, 목구멍 안쪽 기도로 총알이 넘어가는 거랑, 어떤 게 더 아플까. 나야 모른다.
“잘 빨아봐. 그럼 살려줄게.”
트리거에 손가락을 건채로 목구멍 안을 꾹꾹 눌렀다. 입술에 닿은 손가락 마디로 침이 약간 묻었다. 미끄러워서 놓치거나 아님 발사할 지도 모르겠다. 그는 크게 확대된 동공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몇 번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츄웁 하고, 내가 사탕을 빨 때와 비슷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응, 으응......”
오히려 들으란 듯, 정말로 무언가를 열중해서 빨아올리듯 입술로 총구를 꽉 문채 앞뒤로 조금씩 움직이면서, 지금이라도 머리통을 딸기잼처럼 만들어줄 총알이 나올지도 모르는데도 타액을 줄줄 흘려가면서 유사행위를 내 앞에서 선보였다. 떠돌며 사는 삶이니, 이런 걸 많이 해본걸지도 모른다. 그런 것 치고는, 사람의 것도 아닌 플라스틱 인공물을 매우 서슴없이 빨아내는 모습에 그냥 싸구려로 몸을 굴리는 것들과 다른 무언가가 불이 붙어버렸다. 주변의 산재한 상황과 시체조차 잠시 멀어질 만큼, 이상하고, 비현실적인 광경에 나는 서서히 싸움의 열기 대신 다른 열기가 피어오르는 걸 스스로 느껴버렸다. 구강을 휘젓던 총신을 잡아당겨서 빼내자, 타액이 길게 늘어지면서 그의 혓바닥 끝에 이어졌다. 그는 계속 어깨로 숨을 몰아쉬면서도, 입안에 있던 인공물이 빠져나오자 갑자기 헛구역질을 했다. 쿨럭거리다가 눈을 치켜뜨고 이쪽을 올려다본다.
“어땠어?”
눈물이 맺힌 눈 가. 그리고 다시 입꼬리를 씨익 들어올리며 웃는 그의 얼굴에, 나는 그를 살려주기로 결심했다. 발로 명치를 들어 차올렸다. 컥 하고 그대로 쓰러져버린 남자의 얼굴을 발끝으로 들어올리고, 기절한 것을 확인한 후 타액으로 미끈거리는 총신을 옷소매로 닦았다. 아직 장전되어있는 총알은, 조금 더 나중에 쓰기로 했다.
-자빙. 마피아 AU입니다. 무라사키바라 및 키세키가 마피아, 히무로는 어딘지 수상한 카페 주인 설정.
-연령은 20대입니다
-시대배경은 대략 세계대공황 이후. 20세기 후반
-미쿡...일까나.
+폭력,유혈,강제 묘사 나옵니다. 히무로를 많이 힘들게 합니다.
++너무 오래 끄는것 같아서 걍 공개합니다....
+++키요시 나와용
그리고 며칠동안,히무로는 불성실했던 영업을 반성하듯 꾸준히 영업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영업상황과 다르게 거리는 소란스러웠다. 경찰에서 대대적으로 소탕작전을 벌인다는 소문을 듣고, 잘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먼저 들었다. 옆도시에서도 소탕작전이 시작된다고 하니, 드디어 나라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건가,하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이때 시대상황이 휴대폰나오기 전이니까 60~70년대쯤임 마피아 첩보물 로망 후훗 빠른스토리진행을위해 얼른얼른풀겠음 암튼 히무로는 가지고있는 재산을 조금씩 환원하기 쉬운 재물로 바꾸기 시작했음. 본격적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이 상황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기 시작한것임. 정말로 벗어날수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럴마음을 가지고 준비를 한다는것이 의지가 되어주었음. 머릿속은 늘 복잡한 상태였지만 어떻게든 버티면서 상황을 주시하게 되었음. 며칠동안 못벗어나던 악몽도 극약처방이 들었는지 아니면 몸이 피곤해서인지 쉽게 잠들수있었음.
그리고 어느날 아침, 편지가 왔었음. 받으니 카가미한테서온거! 며칠전에 복잡하던 마음도 조금 가라앉고 순수하게 기뻤음. 편지를 읽으니 여전히 동거하는 '누군가'에 대한 얘긴 없지만 간단한 근황이랑 다음 배치때 그쪽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음. 여기서 조금 복잡해짐....카가미가 히무로가있는 도시로 오는건 솔직히 내키지않았음. 그리고 답장을 보내려다가 편지봉투에 이상한점을 발견함. 약간 찢어진?아니,한번 열었다가 붙인듯한 자국으로 보이는게 있었음. 카가미가 잘못써서 수정하느라 열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호텔에서 그고생을 했던걸 떠올리면 느낌이 안좋았음.
무라사키바라는 그때 잤던 이후로 연락은 없었음. 최대한 히무로가 원래의 생활을 하도록 편의를 봐주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고마움은 느껴지지 않았음.
편지에 대한 답장을 보내려다가, 차라리 전보로 보내는게 나을까,하지만 형제간의 필서를 짧은 기계로 보내는것도 맘에 안들었지만, 그렇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펜을 들고 간단한 답장을 적기 시작했음. 적는도중에 손님이 와서 내려놓고, 카운터 안쪽에 방치한채로 다시 자영업자의 바쁜하루를 이어갔음.
히무로는 그날 저녁에 일을 마치고 문을닫고,혹시나해서 한번더 밖을 확인한 후 앞치마를 벗고 한숨을 쉬었다. 북쪽만큼은 아니지만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영업매상도 따뜻한음료 위주로 그럭저럭. 과자종류는 거의 나가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매번 과자를 쓸어가던 사람이 안오니, 재료 발주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많이 남는가 했다...속에서 쓴물이 올라오는듯 기분이 이상해졌다.
불을 끄고 문을 잠근후 계단을 올라 방으로 들어갔다. 대충 얼굴만 씻고 자리에 누운찰나, 낮에 못썼던 편지를 떠올렸다. 내려가서 가져올까,그치만 낮에 손님이 많았던지라 피곤해서 침대에서 나올마음이 안들었다. 하지만 계속, 답장으로 쓸 내용을 ㅅ생각하다보니 결국 잠은 오지않았다. 계속 마음이 술렁거리고, 결국 히무로는 서랍을 열어서 전에 무라사키바라에게서 받은 카가미의 사진을 꺼냈다.
물어보고싶은게 많았다. 너무나도 많았지만, 물었다간 '어째서 그런것까지 알고있는거야?'란 의심을 받을것이 분명해서, 모르는척 행동했다. 가장 가깝게 여긴 사람에게조차 그런 태도로 포장해야하는 각박한 현실과 그 밑에깔린 숨겨진 본심에 다시 마음이 들끓어올랐고, 사진속 남자가 끼고있는 반지를 뚫어져라 주시했다. 아직, 가지고있을까.그것도 물어보지못했다. 그때였다. 닫혀있을터인 1층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난것은. 예민하게 깨어있던터라 순간 움찔하였고, 이윽고 한번더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둑인가?설마. 아니면............ 히무로는 무라사키바라에게 들었던 경고를 떠올리고, 최대한 기척을 죽인채 조용히 문을 열었다. 딱히 큰 소리는 나지않았고, 바람소리인가..... 하지만 가게 밖에선 아련히 멀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직 밤중이라 하기엔 이른시간이니, 사람이 지나가면서 들린 소리일까,그런생각을 하다가 아까전에 두었던 편지를 나온김에 가지러 가기로 결심하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어두운와중이라 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더욱크게 울렸고, 자기가 내는 소리에 움찔한것을 한심하게 생각하며 카운터에 다가갔을때, 순간 눈의 착각인가 싶은걸 보고 크게 놀랐다. 무언가,있었다. 밖의 아른한 불빛에 그늘진 카운터 안쪽으로 커다란 무언가가 있었고 심장이 떨어질만큼 놀랐다. 소리를 내지않은건 최소한 성인남자의 자존심이었다. 불법침입자,아니면 무언가. 손바닥에 땀이 배어나오는걸 느끼며 한걸음 더 다가갔을때, 그것이 사람의 소리를 냈다.
무로칭.
그 단어에, 눈을 몇번 깜박거리고, 상대가 누구인지 파악이 되서 일순 몸에 힘이 빠졌다. 경계를 늦춘건 아니지만 모르는 생물이거나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으니,대처법은 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계단을 마저 내려온다음, 조심스레 다가갔다. 설마 이시간에 ...그걸 원해서 온건 아니겠지. 설마 몰래 들어와서......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났지만, 여태까지의 몇번의 경험으로 그럴스타일이 아니란건 알기에 -하고싶다면 면전에 찾아오겠지- 왠지 그건아닐듯하고... 아츠시.하고 작게 부르자, 카운터 안쪽에 다소 낮은위치에 있던 얼굴이 고개를 들었다. 쭈그려앉아있었나보다. 잘 안보였지만 식별은 가능했다.
밖에서 울리는 희미한 소음이 더 크게 들릴만큼, 실내는 조용하게 느껴졌다. 벽에서 시계초침이 움직이는 미세한 소리외엔, 서로의 숨소리만 약하게 들리는 그런 적막속에서 히무로가 한걸음 내딛자 나무계단이 끼익하고 울리는것 말고는, 시간조차 잊을만큼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대체 밖에는 무슨일이 있는걸까. 한걸음 더 내려가자 그제야 어떤자세로 있는건지가 눈에들어왔다.
계안을 향해 안쪽이 보이게 되어있는 ㄷ자모양 카운터 안쪽에 등을 기대고 무라사키바라가 앉아있었다. 한쪽다리는 내던지듯 뻗어있었고, 양 팔은 코트주머니에 넣었는지 명확히 보이진않았다. 덩치에 맞게 큰 코트가 퍼져있어서 앉아만있어도 위압적인 느낌을 주었다. 이쪽은 계단위에 서있는데도 말이다.
이 시간에..무슨일이야? 약간 갈라지는 탁한 목소리에 대답은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어둠속에서도 눈을 뜨고있는건 알수있었고, 그래서 조금더 다가갔다. 계단을 다 내려와서 지척에서 내려다보자 무라사키바라도 고개를 더 들어서 시선을 맞추었다. 역광. 빛의 굴곡이 얼굴선을 따라 흐르듯 윤곽을 뚜렷히 잡아주고있었다. 언제나 느슨하게 처졌던 눈매는 변함없이 히무로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몇번 깜박거렸다. 시간의 흐름이 기이하게도 느리게 느껴졌다. 히무로는 다시 심호흡을 하고 물었다.
어떻게 들어온거야?문은 잠궜는데. ....예비열쇠.
자다가 깬듯 묵직하게 내려앉은 목소리에 설마 여기서 졸았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예비열쇠? 열쇠는 히무로의 옷안에 있는 하나뿐이다.
..언제 그런걸.. 내가 만든거 아냐. 뺏었어.
그 대답이 이상했다. 열쇠를 뺏긴 기억은 없었다. 아니,하지만 상대는 불법적인일은 수시로 하는 마피아다. 주인모르게 만들어도 이상하지않다. 그래,근데 무슨일이야?
히무로가 감정을 다잡듯 다그치자, 무라사키바라는 한번 입을 다물더니, 피곤해서, 라고 대답했다. 어의가 없다. 영업시간 지났어. 응,알어. 좀만 쉬다가 갈게. ...?뭔가 이상했다. 원래 이상한건 알았지만-이상했다.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몰라서 그자리에 못박힌듯 서있는데, 밖의 소란이 지척으로 다가왔다. 여러명의 발소리, 높은 목소리. 한두사람이 아니다. 술취한 회사원들의 무리는 아니었다. 그때, 손전등에서 나온듯한 빛이 가게 구석으로 스며들었다.
-찾았나? -아니,그쪽은?
순간 몸이 앞으로 휘청했다. 무릎이 꺾일뻔 한걸, 무라사키바라의 손이 받치더니 카운터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머리가 코트를 걸친 어깨에 살짝 부딫혔고, 상황파악이 안된와중에 아까 내려온 계단으로 동그란 손전등빛이 지나갔다. 카페의 벽, 테이블,찬장등으로 빛무리가 빠르게 지나갔다. 히무로는 무라사키바라와 밀착된채 엉거주춤하게 앉아있었지만, 그제야 무언가를 눈치챘다. 누군가를 쫒고있다, 그렇다면..... 상대는 경찰인가. 그때 히무로의 상체를 길고 굵은팔이 옭아메더니, 살짝 품으로 끌어당겼다.
조금만,조용히해줘. 낮게 귓가에서 속삭이는 목소리에 살짝 오한이 들었다. 무라사키바라가, 쫒기고있다. 그것은 확실했다.
얼마전부터 소란스러웠던 범죄조직 소탕에 대한 소문이 떠올랐다. 무라사키바라의 집에서 섹스했던 날 차를 태워줬던 경찰서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나누었던 대화도 떠올랐다.
어쩌면- 저번에 있었던 조직 몰살사건 이후로 계속 무라사키바라를 주시하고 있었던것은 아닐까. 그리고 불시습격.그렇지 않고서야, 부하도 없이 혼자서 몸을피해 여기까지 올리가 없다.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밖에서는 계속 사람 발소리가 오갔고, 따지고보면 범죄조직에 피해를 입은 민간인인 히무로도 절로 숨을 죽였다. 설령 들키더라도 협박당해서 이렇게 있었다고 말하면 -아니, 어쩌면 이미 경찰내부에선 '정부'로 이름이 올라갔을수도 있다.
경찰의 소식통도 보통은 아니니까.특히 그 경찰서장이라면..... 귓가에선 천천히 뜨거운숨길을 계속 느끼면서도 오한이 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문을 당겼다. 철컹 하고 걸쇠가 걸린 소리에 절로 어깨가 움찔했다. 문은 잠겨있었다. 몇번더 문을 당기더니 손전등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이쪽으로 가보자'하고 다시 발걸음이 멀어졌다.
꽤 많은 인원이니 아직 이쪽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대체 왜 내가 불안해하는거지- 계속 굳어있는 히무로의 상체를 끌어안고있던 무라사키바라의 팔이 천천히 미끄러졌다. 손이 애매하게 허리주변을 안은채, 다시 침묵. ....히무로는 뭔가 계속 찜찜했다. 이렇게 계속 품에 끌어안긴채 가만히 있을만큼 좋은 사이도 아니고 .불안감을 씹어삼키다가, 문득 이 근처에 편지를 놔두었던걸 떠올리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눈을 감고있는 무라사키바라의 얼굴이 들어왔고, 그 뒤통수로 종이같아보이는게 보였다. 팔을 뻗고싶었지만 아직 움직일순 없었다.
그리고...무라사키바라가 계속 이상했다. 고개를 뒤로 돌린채 눈을감은 얼굴을 주시하는데 다시 눈이 스르륵 떠졌다. 눈이마주치고, 괜히 움찔하고 다시 정면의 어둠을 노려봤다.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언제까지 이러고있는거지....등에 밀착된 무라사키바라의 상체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질려고 등을 움츠렸는데, 다시 팔에 힘이들어가서 몸을 끌어당겼다. 역시 놔주지 않는건가. 파바박하고 지나가는 과거의 잔인한 처사가 거부감을 증폭시켰다. 그때 귓가에 다시 살짝 뜨거운숨결이 느껴졌다.
잠깐만 이러고있을게,미안. 어깨위에 무게가 느껴졌다.
갇혀있는 자신의 팔이 갑갑해서, 어정쩡하게 몸을 움직이다가 가슴쪽을 살짝 쳤다. 순간 무라사키바라의 손에 힘이들어가더니 낮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조금만 있으면,무로칭 원하는대로 될지도 몰라.
..내가 원하는게 뭔데.
내가 없어지는거 아냐?
그렇게 덤덤히 말하더니 팔에 힘이 들어가서 몸을 세게 옥죄어왔다. 잘때입던 낡은 복장인채로 나와서, 조금 추웠던만큼 타인의 온기가 한층더 뜨겁게 다가왔다. 갑갑했다.
..무로칭이,날 용서해주지 않을거란건 알고있어. 사과하기도 늦었고.
갑자기 전혀 예상도 못했던 말이 튀어나와서 히무로의 몸이 일순 경직했다. 짧게나마 쌓아왔던 호의와 우정이 흔적도없이 날아가고 배신당했다고 느꼈던 그때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사과,같은건- 제일 듣기싫은 말이었다. 가해자의 자기위안일뿐인 알량한 말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저도모르게 이를 악물어버린 히무로를 무라는 한층더 강한힘으로 끌어안았다.
...그러니까, 그냥, 아무말도 안할려고.
무로칭도 잠시만 이대로 있어줘. 히무로는 뛰쳐나가고싶은 충동이 들었다. 어째서, 무라사키바라는 그날 억지로 히무로를 안았던걸까. 전혀 남자에게 관심있어보이지도 않았던 남자가, 어째서- 그걸 스스로 묻는것조차 끔찍했고, 생각할수록 미칠거같아서 그에대한 의문은 마음속에서 덧칠해서 없는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예전에 가지고있었던 희미한 애정이 참을수없게 끔찍해서 지워버리고싶었다. 단순히 상대가 남자와 잤다는 이유만으로도 그자리에서 강간할 원인이 될거라고는 생각할수도 없었다. 도저히 알수가 없었다. 일순 감정을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린 기억에서 헤어날려고 심호흡을 했다. 조금만,조금만 더 참자. 곧 떠날거니까-
그때 손에 물같은게 닿은 느낌이 들었다. 바닥에 짚었던 손가락끝에 미지근한 미끈한감촉이 느껴졌고 들어오면서 주전자라도 엎었나 싶어서 손을 들어올렸다.
검붉은 질척한 액체가 손끝을 타고 흐르고있었다. 그리고,계속해서 무겁게 느껴지던 팔이 이번에야말로 으스러트릴 기세로 몸을 옥죄어왔다.
바닥에 고일정도로 흥건한 피를보자 절로 헉소리가 났다.
아츠,시. ...응, 아까전에 한발,맞은거같아.
담담하게 무겁게 읊조리는 목소리가 조금씩 잠겨가는걸 느끼고, 덜컥 겁이났다. 그제야, 아까부터 이상하던 느낌의 정체를 알았다. 이정도로 많이 흘렸다면 의식도 가물가물할텐데.... 하지만 몸을 옥죄는 힘은 풀어지지 않았다.
아츠시, 놔줘, 상처를...!
...그냥, 두는게 좋지않아?무로칭 입장에선.
...기분더러운 소리 하지마, 내 가게에서 시체치우긴 싫어!
절로 격양된 목소리에 무라사키바라가 뭐라 알수없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 ..응,그거라도 일단은 안심일지도.
무슨소리야? 좀 놔줘..!
겨우 무거운 팔을 풀고 몸을 때어낸 후 코트를 살펴보자 가슴팍에서 거무스름하게 새어나온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서 옷깃을 치우자 어두침침한 와중에도 온통 검게 보이는 셔츠와 비릿한 냄새가 풍겨져나왔다. 이정도인가.... 응급처치로 될 상황이 아니었다. 심한 출혈에 체온이 떨어지면 그걸로도 쇼크사할수있다. 그리고........ 생각을 떨치듯 고개를 가로젓고, 저번의 호텔에서 안면을 트게된 야매의사에게 연락하고자 전화기를 들었다. 그때 다시 밖에서 발소리가 나서 급하게 몸을 숙였다.
대체 내가 왜이러는거지.. 무라사키바라의 말마따나, 그대로 두고싶은게 당연할텐데.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렇게 둘순 없었다. 제아무리 원망스러운 상대라도, 그래선 안된다는 조급함에 식은땀이 새어나왔다. 웅크려있는 히무로의 창백한 안색을 살피듯 무라사키바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걱정하는거야?하고 말했다. 그말에 대답없이 발소리가 멀어진걸 확인한 히무로는 수화기를 들었고, 밤중에 걸린 전화에 알아들을수없는 외국어의 욕설을 흘려들은후 간단히 용건을 말했다. 의사는 한시간안에 가겠다고 말했고, 그 사이에 안죽도록 힘내라해,하는 말을 하고 끊었다.
...무로칭, 지금, 죽을거면 밖에서 뒤질것이지-같은생각, 안해?
..하고있어. 좀 닥쳐줘.
...경찰 불러서, 나 끌고가게 하는게 편하지않아? 일단 안죽게 할거같은데.체포할려고 저러는거니까.
...그생각을 못했네. 그래도 좀 닥쳐줘.
그말대로였다. 하지만 다른생각이 들지않았다. 여기서, 히무로가 보는앞에서 죽게할순 없었다. 평소에 상상도 못했던 자학적인 얘기를 하는것도 들어주기 싫었다. 출혈로 창백해진 얼굴이 계속 가까이 있는것도 싫었다. 사과같은- 그런 단어는 생각조차 하기싫었다.
죽어서 사죄할생각따위 하는건 아니겠지,아츠시? 혼자 만족할려고 하지마.....죽어도 용서 안할거니까.
그렇게 내뱉은 말에, 무라사키바라는 응,알고있어,하고만 대답했다. 다시 시계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크게 느껴졌다. 구급상자는 2층에 있었고, 아직 계단을 올라갈만큼 주변이조용하진 않았다.하다못해 지혈이라도 해야했다.
움직이지마, 자꾸 새어나오잖아!
..응,근데 추워서.
멍하니 천장을 보며 힘빠진 소리를 내뱉는 이 남자가 전에없이 - 위축되어보였다. 뭔가 덮을거라도 찾으려고 조심스레 허리를 들자, 무라사키바라의 손이 뻗어나와서 히무로의 팔을 붙잡았다. 힘이 빠졌다 해도 남들의 배는 큰 손가락이라 무게가 느껴진다.
..무로칭, 나 죽게하지 않으려는거지?
..그래.
그럼, 이리와줘.
손이 끌어당기는대로 다시 품에 들어가졌다. 밤공기에 식은 옷자락이 다시 체온에 맞닿았다. 아까 피가 흐른자리지만, 이상하게 신경쓰이진 않았다. 다시 팔이 어깨를 감싸더니, 무게가 전해져왔다. 뒤통수에 부드러운것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힘없이 고개는 떨궈졌지만, 팔의 힘은 풀지않았다. 체온이 하나가 된듯, 미적지근한 열이 조용히 퍼져나갔다.
의사는 예상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예의 검은세단도 그 직후에 도착해서, 축 늘어진 거구를 실은채 히무로만 남겨두고 검은 골목속으로 사라졌다. 남아있는 진득한 피냄새에 현기증이 났다.
히무로는 그 다음날 열을내고 문을 일찍 닫았다. 팔다리가 전부 녹아서 빠져버릴만큼 하루종일 앓은 후, 다시 문밖으로 나섰을땐 하얀 눈이 거리를 덮고있었다. 이 도시에서 맞이하는 첫눈이었다
-자빙. 마피아 AU입니다. 무라사키바라 및 키세키가 마피아, 히무로는 어딘지 수상한 카페 주인 설정.
-연령은 20대입니다
-시대배경은 대략 세계대공황 이후. 20세기 후반
-미쿡...일까나.
+폭력,유혈,강제 묘사 나옵니다. 히무로를 많이 힘들게 합니다.
++너무 오래 끄는것 같아서 걍 공개합니다....
+++ 키요시 등장.
옛날에 꿈이 있었고, 어느쪽이냐면 이런현실이 있을거라곤 생각도못한 방향의 꿈이었다. 그랬는데, 감상적이게도 정말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라도 남는데, 물거품은 사라진후 찌꺼기도 남지 않는다. 그럼 지금 자기의 몸은 찌꺼기뿐인걸까.
'자기가 무슨말을 하는지 아는거야?'
어리석은 짓을 했다는 자각은 있다. 스스로 내뱉은 말의 무게도, 그로인해 일어날 지나치게 생생할 앞으로의 일도. 하지만 말을 내뱉은순간 자신의 책임이 되버렸고, 그 책임이 어떤의미인지 깊게 생각할틈도 없이 어거지로 몸의 틈새에 밀어넣어서 자물쇠를 채웠다.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순간이 오는게 두려워서 막무가내로 거부하였고, 방해물을 만들었다. 그 방해물의 이름이 이 남자였다.
'그래서?'
그냥- 혼자 누워있고싶지 않았다. 그 말이 하고싶었다. 하지만 그 말은 수없이 사이에 놓인 감정과 기억의 강을 거쳐서 전혀 다른말로 전달되버렸다. 누워서 생각에 빠지고싶지 않았다. 주고받았던 대화와 느낀감정과 생각한 결론들을 다시 조합해서 눈앞에 들이밀고 받아들이고싶지 않았다. 부정. 부정. 전부 부정형이다. 부정을 건너뛰기 위해 말도안되는 긍정을 만들어냈고 거기에 몸을 눕혔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원했던 데로- 잡다한 생각따위 머릿속에서 하얗게 타버릴정도의 자극과 고통으로 무슨일이 있었는지에 관해 생각을 안하고 사고를 멈출수 있었다. 몇번이고 받아들였던 육체의 아픔과 굴욕, 그것을 수반하는 기이한 감각에 발버둥치고 소리지르고 눈물을 흘리는것이 단어로 표현하기를 꺼려했던 감정의 대용품이 된듯했다. 머릿속에 낀 안개가 걷히면 분명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하겠지. 그런 생각만을 하다가, 그것이 끊어지고, 다시 이어졌다가, 완전히 블랙아웃이 되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현실을 인식한순간 묵직한 고통이 하반신에 전해져왔다. 일순 전신이 위축되었고, 가쁜 비명이 숨소리와함께 토해졌다. 그리고 그 소리에 깼는지, 옆에서 자고있던 무라사키바라가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다.
흐응. 많이 아파? ..아,읏...흐윽, 대답할 여력도 없이 고통을 조절할려고 몸을 움츠리는 히무로의 등을 옆눈으로 보며, 무라사키바라는 다시 어제일을 회상했다. 잠들었던가,그 이후에. 넓디넓은 침대에 누군가가 같이 있는건 수개월전에 심심해서 콜걸을 부른 이후 첨이었다. 침대에 같이 있는게 히무로인게 썩 나쁘진않았다. 당사자야 어떤 생각이든간에. 팔을 들어올려서 이불속에서 몸을 말고있는 히무로의 등을 쓸어주자, 욕인지 신음인지 분간이안가는 소리가 났다. 기억속에 있던 벗었던 등보다 뼈가 도드라지는게 확실히 좀 말랐구나 싶어서 안쓰러움을 느꼈다. 아프면, 약 같은거라도 줄까? ....내놔. 오케이. 너무 수축시키면 몸살나니까 천천히 숨쉬고 있어. 그렇게말하고 이불밖으로 맨 다리를 뻗고 일어났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몸이라 조금 추웠지만 기분은 이상하게 가뿐했다. 그상태로 책장에 세워둔 상자를 들고 돌아와서 히무로의 머리맡에 내려놨다.
뭐가 진통제인진 모르겠는데 적당히 찾아봐. ......빌어먹을. 한껏 인상을 찌푸린채 얼굴을 들더니 한손으로 상자안을 뒤졌다. 무라사키바라는 그모습을 내려다보며, 뭔가 기묘함을 느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건 어제 차안에 히무로를 태웠을때부터 계속되었지만, 하여튼 뭔가 기이했다. 하루사이에 대체 뭔일이 일어났길래 이런 태도를 보이는걸까. 무라사키바라에게 딱히 나쁜건 없는 결과였지만, 다시 섹스할수 있어서 기분좋았다는 감상외에도 느낀바가 분명히 있었다. 히무로는 절대로, 무라사키바라와 섹스하는걸 좋아하지 않았다. 어제도 먼저 부채질을 했던주제에 막상 침대에 눕히니까 겁먹은얼굴을 하고 시선을 돌렸고 몸도 뻣뻣하게 손이 닿는걸 거부하는게 느껴졌다.반항은 안했으니 맘대로 다룰순 있었지만, 먼저 허리를 움직인다거나 하는 적극성은 없었다. 즉, 자포자기해서 몸을 내던진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주제에 무라사키바라에게도 옷을 벗으라 말하고, 콘돔까지 쓰라고 말하는등 요구는 다했다. 그 뒤에도 소리소리 지르고 손톱을 박고- 등이 계속 쓰렸다- 했으니, 도대체 진의를 알 수가 없었다. 진심,여자보다 복잡했다. 연분홍색 알약과 하얀색 알약을 세개정도 손에쥐고 입에 넣더니 삼키려고 애쓰는걸 보고 식탁위에 있던 물잔을 가져다 줬다. 한번 쳐다보더니 받아들이고 마셨다. 흘러넘친 물 한방울이 턱끝으로 흘렀고, 그것이 하얗게 보였다. 잠시후 온몸에 힘이 쭈욱 빠진듯, 웅크렸던 등을 펴고 숨을 천천히 내쉬는걸 확인했다. 맞는 약을 먹었나보다.계속 벗은채 서있는것도 그래서 입을걸 찾다보니, 침대 주변에 산산히 흩어진 옷가지가 보였다.
무로칭, 배 안고파? 대답이 없었다.
무로칭. 하고 다시 부르자, 대답인지 신음인지 알수없을 소리가 이불틈으로 새어나왔다. ....부탁한건, 이걸로 다 끝? 그 말에 대답없이 가만히 있다가, 그래,하고 말했다. 동생도 찾았고, 그럼 무로칭 다른곳으로 떠날거야? 아님 동생있는곳으로 갈생각? 마음에도 없는말이 술술 나왔다. 절대로 보내줄 생각따윈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물어봐야 했다.
.......걔는, 걔 나름대로의 생활이 있어. 내가 멋대로 끼어들 형편이 아니야. 그 대답에, 카가미 타이가가 결혼했다는 정보는 없었는데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흐음. 형제간에 그런것도 따져야하나? 같이 살진않아도 근처에 있으면 되는거아냐? .......그럴지도,모르지. 그래도.... 갑자기 찾아가면, 민폐일거아냐. 거기에서 작게 수그러드는 목소리에, 이거인가,하는 짐작이 왔다.
동생과의 재회가 어땠는진 모르지만, 히무로가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짐작이 갔다.
동생한테, 형으로서 해줄수있는게 없다고 느낀거야?
그게 역린이었는지, 갑자기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어제의 흔적이 생생하게 남은 헐벗은 상체에서 이불이 흘러내렸고, 움푹 패였으면서도 낮은온도로 끓는듯한 눈빛의 히무로가 딱딱하게 굳은표정으로 부정의 의사를 밝혔다. 그런거 아냐. 그게 긍정으로 보여서, 무라사키바라는 잠시 창밖에 시선을 돌리고 다시 히무로를 쳐다봤다. 입술이 메말라보였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거 있어? 이런거저런거 다 해서 동생 만났으면 그냥 기뻐하면 될것이지, 그런거까지 따져서 행동해야해? 사이 좋았다며? 그 동생이, 안반가워했어? .....거기서 히무로가 입술을 깨물었다. ....엄청, 좋아했어. 하지만 걘..... 잘 살고 있다고. 지금의 내가 타이가 근처에 있으면, 불필요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타이가는, 나 없어도..... 잘 살고있었다고.
말해버렸다. 이 생각을 안하고자 어제 그렇게 몸을 던지듯 자학행위나 마찬가지인 섹스를 했는데, 한번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말은 이미 완성되버린 결론을 매끄럽게 뱉어버렸다.
스스로 뱉어버린 말에 짓눌리는것은 어제부터 계속이었다. 말한순간 가슴밑에 있던 무언가가 빠져서, 숨을 쉴때마다 무언가 같이 빠져나오는듯 느껴졌다. 기어코 인정해버린 계속 부정하고싶던 생각의 결과를 들어버린 남자의 변함없는 표정을 쳐다보다가, 힘겹게 시선을 돌렸다.
...흐응, 그렇구나. 기복없는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차라리 경멸하는듯한 말투면 좋았을텐데. 차라리 다시 한번 기절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 몸을 지탱했던 매트리스가 크게 흔들거렸다. 무라사키바라가 그 거체를 침대위에 내던진거다. 옆에 다시 누운 무라사키바라가 꾸물꾸물 이불속으로 파고들더니, 한쪽팔로 턱을 괴고 빤히 올려다봤다. 다시 그 시선을 마주하던 히무로는, 도저히 읽을수 없는 그 눈빛에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오르는걸 느꼈다. 그리고, 이미 날이 밝았고 더이상 자기를 힘들게 할 밤이 아니란걸 깨닫고 침대에서 벗어났다. 맨바닥에 발을 닫는순간 휘청했지만, 어제 콘돔을 해준 덕에 안쪽에 처리할게 없어서 걷기는 수월했다.
진통제 약빨이 떨어지기전에 돌아가서, 일상으로 돌아갈거다. 한동안 소홀히 한 가게도 다시 열어서 돈을 모아서 이 도시를 나갈거다. 그리고....그리고?
바닥에 구겨진채로 내던져진 옷을 주워입었다. 단추가 떨어져나간건, 일단 입고 돌아가서 갈아입기로 하고 떨어진 단추를 찾지도 않았다. 바느질같은거 할 자신도 없으니까. 유일하게 가지런히 접혀있는 코트가 지금 자기의 의지처럼 느껴졌다. 팔을 끼우고 신발을 신고 뒤도 안돌아보고 출입구를 찾아서 걸어나갔다. 그때 무라사키바라가 잠깐, 하고 부르더니 무언가를 던졌다.
반짝이는것을 무의식중에 붙잡자, 그건 자동차 키 였다. 투박하지 않고 잘 세공된, 대체 어떤 고급품에 쓰는건지 짐작도 안가는 차의 열쇠였다. 그걸 받아들고 고개를 돌려서 시선이 마주치자, 계속 누운상태인 무라사키바라가 손짓을 했다. 힘들면 타고가. ....이런거, 운전하다가 누구를 칠려고. 그렇게 말하고 열쇠를 다시 던지고, 문을 열고 나갔다. 쾅 닫히는 소리에 무라사키바라가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 ....태워다준다고 말할걸.
힘겹게 계단을 내려와서 새벽공기를 쐬고 나니 머리가 맑아짐과 동시에 허리아래의 통증이 조금더 크게 다가왔다. 한걸음 옳기고, 다시 한걸음 옳기자 막막해졌다. 어쩌지,이걸.
그때 옆에서 차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새카만- 경찰차가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천천히 멈춰섰다. 경찰? 유리창이 내려가고, 거기에서 기억에 있는 남자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안녕하십니까, 경찰서장 키요시입니다! ...아, 예..... 이남자는,경찰서장이다. 인적이 드문시간에 경찰서장이 몸소 돌아다니는건 어딘가 이상했다.
괜찮으면 타고가시겠습니까? 가게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하하, 아침에 너무일찍 나왔더니 심심해서. 아..그럼,뭐.... 사실 걷는게 힘들었다. 경찰이니 수상한건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수락하자, 뒷문을 손짓했다. 경찰차엔 처음 타보지만- 문을 열고 시트에 앉자 둔한 고통이 척추를 타고올라왔다. 태연한척 관리했던 표정이 살짝 찡그려졌다가 얼른 돌아왔다. 백미러로 그걸 보던 키요시가, 어디 아프세요?하고 물었다. 아뇨,괜찮습니다. 아침부터 공무에 힘쓰느라 고생이많으시네요. 하하하, 뭐 그렇죠. 다들 너무 열심이라서 나까지 일해야 한다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차가 출발했다.
허리가 아프지만 도착할때까진 참기로하고 숨을 고르는데, 운전중이라 앞에 시선을 고정시킨 키요시가 백미러를 보지않고 말했다. 무라사키바라의 사무실이 이시간에 문을 여나요? 그녀석 한낮이 되야 나오던데. 표정관리.표정관리. 그 단어를 머릿속에서 되풀이했지만, 대체 뭐라고 말을해야할지 일순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서 몇초정도 대답을 못했다. 그 틈으로 키요시가 다시 말했다. 혹시나 마피아에게 부당한 협박을 받고계신거라면, 공무집행하겠습니다. 무라사키바라와 어떤 관계인가요?
백미러엔 여전히 온화한 표정으로 앞만 보는 키요시의 눈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코앞에 들이대져서 묻는듣한 그 기분에, 히무로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가게,단골이라서. 가게가 성황이라고 들었습니다. 최근엔 좀 관리가 안되보였지만, 그래도 거기 머핀 맛있었으니까요! 하하하,리코도 좋아하던데. 근데 마피아인걸 알고나서도 친하게 지내시는건가요? ...아니요,전혀. 흐음,그럼 이시간에 무슨일로 무라사키바라의 사무실에서 나오신건가요? 중요한 얘기라도 있었나요? ....과자 얘기...때문에. 과자요? 흐하하하하,맞다, 과자가게에서 엄청 사랑받는다고 들었는데, 흐음,과연, 밤새서 과자얘기 할만큼 열성적인 단골이라는건가. 그럼 그걸로 하죠! 그러고 여전히 변함없이 웃는 얼굴로 백미러를 통해 히무로와 눈이 마주쳤다.
이 사람은, 거물이다. 본능적으로 그런생각이 들었다. 나사빠진듯 웃는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예감이 들었다. 미소도 못띄고 경직되 있는데, 차체가 부드럽게 멈췄다. 도착했습니다. 공무에 협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무라뇨, 그럼.... 차에서 내려 차문을 쾅 밀어닫자, 키요시가 생강차 메뉴에 넣으셨길 바랍니다! 하고 유리창을 닫더니 출발했다.
화분의 잎이 시든걸 확인하고 구석으로 치운후, 그 밑에있던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다시 닫았다. 그리고 문앞에 못박힌듯, 꿈쩍못하고 서있다가 천천히 그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자빙. 마피아 AU입니다. 무라사키바라 및 키세키가 마피아, 히무로는 어딘지 수상한 카페 주인 설정.
-연령은 20대입니다
-시대배경은 대략 세계대공황 이후. 20세기 후반
-미쿡...일까나.
+폭력,유혈,강제 묘사 나옵니다. 히무로를 많이 힘들게 합니다.
++너무 오래 끄는것 같아서 걍 공개합니다....
+++카가미 등장! 카가미 나옵니다. 카가미 비중있습니다. 카가미로 커플링 요소는 없습니다. 그래도 주의.
+++++쿠로코 등장
정신이 들었을땐 카가미의 어깨에 매달린 상태였다. 어두운 밤공기가 폐로 밀려들어오고 다리가 무거웠다. 머리도 빙빙돌았고 옆에있는 카가미에 의지해 한걸음한걸음 옳기는 상황이었다. 어디로 가는걸까, 그런생각을 할때 잠시 멈춰섰고, 이윽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함께 따뜻한곳으로 들어섰다. 집,인가. 어둡지만 공기가 확연히 달랐다. 카가미에게 이끌려서 좀더 들어갔고, 이윽고 몸이 푹신한 무언가에 묻혔다. 과거의 기억때문일까, 발작적으로 몸이 튕겨올라왔을때 카가미가 손으로 어깨를 눌렀다. 내 집이야,좁지만...타츠야 엄청 마셨어, 내일 어쩌려고. 다시 침대에 눕혀졌고, 옆에있는것이 믿겨지지 않지만 오랫동안 찾아왔던 남동생 타이가인걸 기억해내고 빙빙도는 머리를 가다듬었다. 여긴 안전하다, 타이가가 나에게 해를끼칠리가 없으니까..... 지금은 오직 그생각 뿐이었다. 타이가와 같이있으면, 그 끔찍한 악몽도 없을것이다. 괜찮아, 타이가는....절대로......... 카가미가 이불을 끌어다가 가슴깨까지 덮어주었다.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서서, 발걸음이 멀어졌다. 어디가,그 말이 나올려 했지만 얼마나 마셨는지 입이 돌아가질않았고, 잠시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방안은 어두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다가 조용하고, 낯설었다. 조금씩, 가라앉았던 불안감이 알콜을 타고 스멀스멀 흘러들어왔다. 여긴 괜찮을거야, 괜찮을거야. 끊임없이 되풀이하며 눈을 감고 알콜로 일렁이는 머릿속을 정리하려 했다. 그때 문밖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았지만, 너무나 조용해서 조금씩 귀에 들어왔다.
...한겁니까. ....니,.....까....형이야. 형이요? 내 얘기인가. 집에 다른사람이 있는걸까....... 스스로의 숨소리가 가라앉자, 밖의 목소리가 좀더 선명하게 들어왔다. 안닮았네요. 그야뭐,친형제는 아니니까. 우연히 만난건가요? 응,아니,의뢰해서 날 찾았다는데. 깜짝 놀랐어. 카가미보다 약간 높은톤의, 소년같은 목소리였다. 어디서 들은적이 있었나....... 용케도 찾아냈군요. 데이터베이스를 삭제했는데. .......무슨 소리야? 저는 제 흔적을 전부 삭제하며 다녔습니다. 그리고 카가미군이 같이 있기로하면서,카가미군 과거의 데이터도 삭제시켰구요. 보통 탐정이나 국가기관에서 찾아내기란 불가능했을텐데. 쿠로코,너.... 어디서 들은이름이지. 뭔가 이상한 얘기가 들렸지만, 지금 머리로 이해할순 없었다. 하지만 잠은오지않았고 계속해서 귓속을 파고들었다. 타츠야를...의심하는거야? 저는 모르니까요. 카가미군도,7년을 못봤다면서 이렇게 갑자기 만났는데,이상하다고 안느끼는건가요?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대신 답답하게 숨이 막혀왔다. 그순간 기억해냈다. 쿠로코, 무라사키바라가 말한적이 있었다. 찾고 있었다고, 아마도 카가미 타이가와 같이....... 아냐. 갑자기 사방에서 보이지않는 압력이 짓눌러오는듯 했다. 가위에 눌린듯 몸을 꼼짝할수 없었고, 눈을 감을수가 없었다. 아,하고 발성했지만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형체가 없는 거대한 뱀이 갑자기 몸을 파고드늣 끔찍한 느낌이 들었다. 안돼, 생각이 멈추고, 온몸을 잡아비트는듯한 통증이 달렸다. 베게에 얼굴을 파묻었다. 낯선 냄새가 났다. 타츠야는, 나를 찾아왔을뿐이야. 쿠로코 너랑은 관계없을거라고! 문밖에서 주고받는 얘기가 계속해서 귓가를 떠돌았지만, 더이상 들리지않았다. 타이가,하고 이름을 부르려했다. 하지만 타이가는 다른사람과 같이 있었다.
이불을 움켜쥐고있는 손가락끝이 덜덜 떨렸다. 온몸을 아프게 짓누르고, 들어오는 이 감각에 미칠것만 같았다. 술때문에 몸도 움직일수 없었다. 빨리, 무슨얘기를 하고있든 타이가가 방으로 들어왔으면 했다..... 아니,아니다. 이런 볼썽사나운 꼴을 보일수 없었다. 나는 그아이의 '형'이다. 그러니까....... 이를 악물었다. 머릿속을 빙글빙글 도는 어떤 영상이,어떤것인지는 모르지만 더할나위없이 괴이하게 일그러져갔다. 타이가, 나를 의심한다면 나에게 직접 물어봐. 그럼 내가..... 대답해줄수 있을까? 아마도 못할것이다. 그래, 나는 수상한 방법을써서 이곳에 왔으니까. 타이가가 누군가와 같이 몸을 숨기고있다는건 상상도 못하고, 덜컥 이곳에 와버렸으니까. 그게 타이가가 나를 찾지않은 이유일수도 있었는데! 타이가는 왜 나를 찾지않았어? 그걸 묻고싶었다. 하지만 차마 물을수 없었다. 카가미에게도 지난 몇년동안 말할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히무로가 말하지 못할것이 있는것처럼. 먼저 입을열어서, 사실대로 털어놓고, 이대로 같이 도망쳐버릴까. 하지만 카가미가 같이있는 남자는 어떨까. 그 남자때문에, 또다시 쫒기게되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무언가 수상함을 느끼고 먼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면 또 못만나게 되는걸까. 그냥 타이가와 둘이서, 마피아니 범죄니 상관없이 평범한 형제처럼 같이 살면 안될까? 그럼 더이상 힘든일 없이, 서로를 의지하며 가족으로서 살아갈수있지 않을까.... 온몸에 꺼림칙한 통증이 달리는와중에 계속 생각을했다. 타이가만 만나면 어떻게 살아갈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의지하고 있던건 내쪽이다. 하지만 타이가는 더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않는다,더이상 나의 옆에서 같이 있을 이유가 없다.....그럼 나는 왜........ 희미해져가는 의식속에서 계속 그생각만 했다. 나는 왜, 여기 있는거지. 이윽고 의식이 멀어지고, 검게 물들었다.
다시 눈을떴을땐 낯선천장에 낯선벽이 환하게 보였고, 눈을 깜박거리다 몸을 일으키자 머리가 징 하고 울렸다.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숨을 고르다가 어제의 일이 생각났다. 침대에서 빠져나와 바닥을 딛었다. 신발은 밑에 가지런히 놓여있었고,그걸 신고 낯선 방문을 열자 깔끔하게 정리된 거실과 소파가 보였다. 소파는 두개 있었고, 바닥엔 먼지하나 없었다. 집은 일반 가정집처럼 넓고,깨끗했다. 저쪽으로 부엌이 보였다. 역시나 깨끗했다. 옆으로 계단이 보였고,2층집인가 멍하니 생각했다. 창가엔 화분이 놓여있었다. 현관으로 시선을 돌리자 딱 봐도 그냥 가정집에 있기엔 엄중해보이는 문이 있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넓고 깨끗하며 여유가 있는 집이란 느낌이었다. 여기가 타이가가 사는곳인가. 딱히 찌들어사는듯하진 않았다. 그때 발소리가 들리더니 2층에서 카가미가 내려왔다. 집에서 입는듯한 어두운톤의 실내복을 입고 내려오다가 타츠야를 보고 반색했다. 타츠야, 괜찮아? 멍하니 끄덕거리자, 카가미가 재빠르게 내려와서 다시 히무로를 응시했다. ...타츠야, 역시 엄청 달라진거같아. 어른이된 느낌? ...너도, 많이 커졌잖아. 응,하하.뭐 먹을래? 이따가 출근인데, 간단한건 만들어줄게. 그러더니 부엌으로 가서 팔을 걷어부쳤다. 히무로는 비척비척 뒤따라왔다. ....타이가, 어제 누구랑 얘기한거야? 그 말에 카가미가 들고있던걸 놓칠뻔하다가 어찌어찌 다시잡고, 어?하고 되물었다. 무슨소리야?나..혼자 이집에 있는데. ........... 타이가는 거짓말을 상당히 못한다.지나치게 티가난다. ..어제, 잠결에 대화하는걸 들은거같아서. 아,아그래? 티비야! 티비켜놓고 있었어 잠이안와서.... 응,그렇구나. 그렇게만 대답했다. 테이블에 놓여있는 머그컵은 세개였다. 위층으로 발걸음을 옳기려하자, 카가미가 아앗하고 소리질렀다. 저기, 위에 엄청 더러워서!!안치워놔서!!가면안돼,타츠야! ....그정도야?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잘 웃고있을까. 마음 어딘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윗층엔 아마, 어제 말했던 '쿠로코'가 있겠지. 그남자가, 말하지 말라고 했을까? 역시 타이가도 나를 의심하는걸까. 의심하는것의 반은 맞았다. 타이가를 찾은건 아마도 '쿠로코'가 도망쳤을 그 조직이니까. 그리고 그의 인도로 여기까지 왔으면.... 조직측에서도 이미 알고있는게 아닐까. 아니면 정말로,모르는걸까. 갑자기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급속도로 발밑이 차가워지는걸 느꼈다.
타이가, 나는 그만 가볼게. 그렇게 말을 꺼내자 카가미가 뭐?하고 대답했다. 어디로? 오랫만에 만났는데, 벌써 돌아가는거야?? ...자영업자니까, 돌아가서 가게봐야해. 나중에 놀러와. 어디있는지 알았으니, 이제 자주볼수있잖아? 그..그렇네! 다음엔 내가 찾아갈게! 아,주소나 전화번호좀 알려줘! 전화번호는 없었고, 주소만 대충적어줬다. 카가미는 변함없이 환하게 웃고있었지만, 약간 아쉬워보였다.
...타츠야, 잘 지내는거 같아서,다행이야. ..나도,타이가. 네가 잘 지내는거 같아서......다행이야.정말로. 손을 들어서 카가미의 등을 감싸안고 토닥거려줬다. 카가미도 히무로의 어깨를 꽉 끌어안았다. 잠시후 떨어진후, 카가미가 문을 열어줬다. 역시나 지나치게 보안에 신경을쓴듯한 문이었다. 휴가 받아서 꼭 갈게! 가는길 알아? ..응, 마중나와 줄거야. 그렇게 말하고 문밖으로 한걸음 내딛었다. 지나치게 추웠다. 카가미가, 아, 하더니 급하게 안으로 뛰어들어가서, 쿵쾅거리며 계단을 오르더니 다시 뛰어내려와서 무언가를 건냈다. 두터운 코트였다. 이거, 입고가. 추우니까. 타츠야가 있는곳은 여기보단 따뜻하지? 그렇게말하고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 잘입을게. 자기것보다 큰 코트에 팔을 끼우고, 다시 인사를 한 후에 길거리로 나섰다. 카가미가 손을 흔들다가, 멀어지자 그제야 문을 닫았다.
목적지도 생각안하고 그저 터벅터벅 걸었다. 어디로 가야할지,그런건 몰랐다. 어디 있는지조차 모른다. 심지어 수중에 가진돈도 없다. 이대로 객사하지않을까,그런생각만 들었다. 찬 공기에 얼굴이 얼어붙을것만 같아서 옷깃을 세우고 정처없이 걷기만했다. 길거리에 오가는 사람은 적었고, 차도 얼마 안다니는듯 도로도 좁았다. 마중이나온다,고 말은했지만 근거는 없었다. 설마 여기서 며칠 더 있을거라 생각할지도. 그럼 이 기회에, 아무곳으로나 갈까. 아는사람이 아무도 없을 먼곳으로. 맞바람에 눈을 찌푸려가며 무작정 큰 길을 향해 걸었다. 세상이 회색톤인듯 어두운 거리였다. 이른 겨울에 초목의 잎은 다 떨어져있었고 나무둥치엔 겨울나기용 짚이 둘러져있었다. 시골이다,그런생각을 하며 어쨌든 건물이 높은곳으로 향해 걸어갔다. 시골이라도 중심가는 있으니까, 그곳에서 길을 물어서 기차를 타든 해야지. 돈은.....글쎄. 코트라도 팔까. 그런생각을 하자 헛웃음이 나왔고, 갑자기 웃음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옷깃을 끌어당겨 억지로 입매를 가리고, 웃고싶은듯 울고싶은듯한 감정을 억누르며 사람이 오가는 길에 섞여들어갔다. 코트를 껴입어도 다른옷은 다 가을용이라 몸에 한기가 으슬으슬 돌았다.
그때였다. 무로칭,하고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건. 그자리에 멈춰서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자, 저쪽 건물밑에 차가 세워져있는게 보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들 한번씩 흘끔거리는 검고 큰 세단이었다. 히무로는 멍하니 그걸 보다가 ,다가갔다. 창문이 내려가고 운전석에서 익숙한 얼굴이 고개를 내밀었다. 동생집에 있지 그냥? ......아츠시. 좀더 재회를 즐기라고. 기껏 이런곳까지 데려다줬는데. 회색 길거리에서 더욱 차갑게 보이는 얼굴이 무표정하게 이쪽을 바라봤다. 별다른 감정을 읽을순 없었지만, 계속해서 빤히 쳐다봤다. ...돌아갈래. 뭐? 돌아갈거야. 그렇게 말하고, 멋대로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안에 히터를 틀어놨는지 따뜻한 공기가 밀려왔고 그 안에 몸을 집어넣고 앉아서 문을 쾅 닫았다. 차 안은 조용했다. 무라사키바라가 다소 황당한듯, 뒤쪽으로 고개를 돌려 히무로와 눈을 마주쳤다. 벌써 돌아갈려고?왜? ....어디있는지 알았고,확인했으니까,이제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 좌석에 몸을 기댔다. 무라사키바라는 입을 뻥긋거리더니, 결국 말없이 엑셀을 밟았다. 차가 움직임과 동시에 히무로는 눈을 질끈감았다.
흔들거리는 차안에서 머릿속마저 같이 흔들리는듯했다. 눈을 감아버린 히무로를 백미러로 보면서 무라사키바라는 혀를찼다. 장소를 알아낸후 앞에 떨궈놓고, 정말로 손도 안댔다. 감시도 시키지않았다. 설령 동생과 둘이서 어디론가 도망가버리거나, 아예 눌러살거나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있었지만- 그래,뭐 그대로 두진 않았겠지만 여태 미안한마음도 있었고 잠시라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수 있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소방서에서 히무로를 내려준후에 곧바로 호텔을 잡아서 하루종일 방에 머물렀다. 운전하느라 피곤한것도 있었고, 자기가 눈에 안띄는게 히무로가 안심할수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갑갑한 3성호텔에서 잠을잤다. 오래있을 마음은 없었다. 다음날 곧바로 돌아가서, 미네칭과 키세칭의 동향을 본후 1주일쯤 있다가 찾아가볼 예정이었다. 그때 만약 사라졌으면-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고. 그랬는데 아침에 호텔밑에서 멍하니 있던와중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다른 누구로 착각할수도 없을,히무로의 얼굴이었다. 좀 커서 안어울리는 코트를 껴입고 혼자서 길을 걷고있었다. 뭐지저거,동생은 어디갔어? 빤히 쳐다보는데, 히무로가 좌우를 둘러보는걸 깨달았다. 무언가-랄까,누군가를 찾는듯했다. 어딘지 절박해보였다. ...설마,동생이랑 안좋았던건가? 동생이란 사람의 됨됨이는 보고서로만 받았고 히무로가 들려준건 과거의 얘기뿐이다.현재 어떤사람으로 되어있을진 관심없었다.
생각외로 동생이 개새끼거나...... 그자리에서 이름을 불렀다. 멈춰선 히무로가 두리번거렸고, 차창을 내려서 맞이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아까까지 차갑게 경직되었던 얼굴이-눈이 마주친순간 평소대로 스르르 풀리는것처럼 보였다. 많이 추웠나? 히무로가 가까이 다가왔다. 묻는말에 이상한 대답만 하더니, 대뜸 돌아가겠다고 했다. 어디로?당신은 계속 동생옆으로 돌아갈려고 했잖아? 묻지않은 말에 대답은 없었고 히무로가 멋대로 뒷자석 문을열고 몸을 들이밀었다. ...뭐,같이 가겠다면야 나야 좋지만. 그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한참 얼굴을 못본데다가 겨우 봤던것도 거의 자는모습 뿐이었으니까. 차에 시동을 걸고, 핸들을 움직였다. 슬쩍 백미러로 주변을 확인했다. 동생이 뒤쫒아온 흔적은 없었고, 경적을 울리고 사람들이 비켜서자 차를 출발시켰다. 히무로는 다시 눈을 꽉 감고있었다. 하지만 자는듯 보이진않았다.
올때 신호를 무시하고 씽씽달렸지만 갈때는 보통으로 갔다. 비행기로 3시간정도 걸리는거리를 차로 왔으니, 둘이 처음 만났던 카페에 돌아왔을땐 벌써 날이 저물어있었다.
도중에 몇번 길거리음식점에 들려서 뭘 먹었지만 히무로는 거의 입에도 대지않았고, 이런곳에서 파는 싸구려커피만 들이켰다. 보기만해도 역겨워지는 색인데 잘도 들이켰다. 한마디도 안했지만 묻는말은 대답해줬다. 잘 지내는거같다. 많이 자랐더라. 잘 지내는거같다... 구체적으로 얘기는 안했지만, 그래 진짜 잘지내나보구나 싶었다. 얼마나 잘지내길래 지 형이랑 하룻밤만나고 되돌려보내냐 하고 쏘아붙이자, 그거엔 대답없이, 옛날부터 거짓말은 못했던애라고 말했다. 거짓말했어?하고 묻자, 커피 쓰다고 대답했다. 침묵. 못만난 시간동안 말할수없는것도 잔뜩 쌓여있었겠지. 무로칭도 그렇잖아? 그렇지. 난 한마디도 안했어. ...말 안했어? 무엇을,이란 주어는 빼먹은채, 무라는 그 주어를 머릿속에서 조립시켰다. 히무로는, 결국 대답을 안하고 남은커피를 바닥에 쏟아 버렸다.
붐비는 도시를 지나서, 시끄러운 목장을 지나고, 조용한 밤거리를 지나고 나서야 불꺼진 카페앞에 도착했다. 차가 멈춰서자 히무로가 고개를돌리고 창밖을 봤다. 도착했어. 그렇게 말하고 무라가 먼저 문을열고 일어났다. 마지막까지 자기에게 겁먹는일 없이 조용히 보내주고싶었다. 오랫만에 재회에 피로도 많이 쌓였을터고, 불편한자세로 자서 힘들었을거니-차안에서 계속 잤다- 빨리 푹 쉬게 해주고싶었다. 그래,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여기서 문을 열고 내보내주면 안심하고 들어가겠지. 이상하게 하루종일, 자기를 무서워하거나 불편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아예 다른것에 마음을뺏긴듯 멍하게 겉도는 시선이 대체 어디를향하고있을지 -당연히 그 동생이겠지- 신경이쓰여서 짜증이 살금살금 날려던 참이었지만 역시 지금은 그냥 보내주는것이 옳다고 복합적으로 결론을내린후, 차에서 내려 히무로가 내릴수있게 뒷자석을 열어주었다. 에스코트까지 완벽해, 나 신사인가봐 의외로. 하지만 히무로는 내리지않았다. 눈을 내리깔고 깜박이며, 무릎위의 코트를 움켜쥐고 있었다. 표정은 없었다.
무로칭, 피곤할텐데 들어가서 쉬어.
...왜. 응?
그 첫마디에 무라는 귀를 의심했다. 왜라니. 문손잡이를 잡은채 차 안을 들여다보자, 얼굴에 그림자가 진 히무로가 시선을 맞추지 않은채 다시 입을열었다. 왜, 친절하게 대하는거야.
.........별로,그렇게까지 친절이라곤...
타이가를 찾아주고, 사는곳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집에까지 데려다줬지. 그런데 왜 친절한척 하는거야?
아까까지 다소나마 대화처럼 주고받던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두려워하는듯한, 아니, 격정적인?그런 울림이 있었다. 무라사키바라는,행동의계산에 실수가있었나 생각해봤다. 나 뭐했지.
....친절한거면 친절한거지,친절한척은 뭐야?
...아츠시. 그렇게 부르는 이름은, 이상하게도 듣기좋았다. 이름으로 불러주는사람은 부모님외에 아카칭뿐이었는데, 이사람의 목소리가 이름을 불러주는게 예전부터 맘에 들었었다. 이런 사이가 되고나서도 계속 이름을 불러줬다.
넌 왜, 타이가를 찾아준거야?
...그야, 당신이 부탁했잖아.
맞아.내가 원했지. 그리고 대가를 지불했어.
대가.그 단어가 이상하게 마음속의 저울처럼 왔다갔다했다. 대가라면, 그래. 대가를 받고 일을 한거지. 저울이 무거운쪽으로 확 기울었다. 기브앤테이크,일을 부탁받고 대가를 받은후 완수한다. 세상이 돌아가는 법칙이었다.
내가,대가를 치를때마다...넌 타이가에 대한걸 알아와줬지. 그렇잖아?
...그랬지.응.
....어째서, 대가를 받지않는거야. 친절한 사람마냥 날 '도와'줄려고 하는거야? 역겹다고,그런거. 마피아주제에...
-자빙. 마피아 AU입니다. 무라사키바라 및 키세키가 마피아, 히무로는 어딘지 수상한 카페 주인 설정.
-연령은 20대입니다
-시대배경은 대략 세계대공황 이후. 20세기 후반
-미쿡...일까나.
+폭력,유혈,강제 묘사 나옵니다. 히무로를 많이 힘들게 합니다.
++너무 오래 끄는것 같아서 걍 공개합니다....
+++카가미 등장! 카가미 나옵니다. 카가미 비중있습니다. 카가미로 커플링 요소는 없습니다. 그래도 주의.
그 비오던 날로부터 2주일후였다. 무라사키바라가 히무로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건.
무로칭,오랫만. ...... 거의 문닫을 시간에, 카운터에서 등을 보이고 앉아있던 히무로가 움찔 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눈빛이 거의 죽어있었다.
눈밑은 검었고, 입술에도 핏기가 없어보였다. 언제나 깨끗하게 정리되어있던 가게안은 어수선했다. 그때 누군가 문을열고 들어왔다가, 여기 왜이래?하곤 다시 나갔다. 딱 보아도,가게도 주인도 엉망이 되어있었다. 무라사키바라는 헤어질때보다 안좋아진 히무로에게 다가가서, 조심스레 눈을 마주쳤다. 히무로는 마주치지않은채 다시 고개를 돌렸다.
...무슨일이야? ..그걸, 네가, 물어?
띄엄띄엄 말하더니 양손을 들어올려 마른세수를 했다.너야말로 무슨일이야. 그렇게 건조하게 내뱉는 목소리는 약간 쉬어있었다. 아무리봐도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부하들의 보고에는 누군가와 접촉하거나 이상을보이진 않았었다. 어째서 이렇게 된거지. 멀리서 보았을땐, 괜찮아보였는데.
....무로칭, 그게.... 말을 하려다가, 역시 상태가 안좋아보여서 어깨를 붙잡아 강제로 이쪽을 보게했다. 별로 반항하는 기색도 없이 하는대로 움직였고, 억지로 마주친 시선에 초점이 흐렸다. 무로칭, 뭐가 있었던거야. .......아무것도 없어. 그냥 잘때........ 잠을? 그말에 대답안하고 고개를 숙였다. 처진 어깨가 작게 떨리고있었다.
잠을 제대로 못자는건가. 그렇다면 납득은갔다.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니까. 하지만, 그 원인은 신경쓰였다.
....일이 많이 바빴나봐? 그럼 올라가서 자.
......잘수,없어. 정말로 상태가 안좋은듯 불분명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무로칭? .....잘수,없다고. 어깨위에 올려져있던 손을, 히무로가 꽈악 붙잡았다. 손톱이손등을 파고들어서 아팠지만, 붙잡은 손도 떨리고있어서 걱정이 먼저 앞섰다.
가게에 무슨일 있어? 뭐때문이야? 대답없이, 그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거 진짜 위험한거 아닌가, 한 순간 히무로의 머리가 좀더 앞으로 기울어지더니.카운터위에 쓰러졌다. 붙잡았던 손에서 슬며시 힘이 빠졌다. .....무로,칭? 순간 숨이멎을듯 놀라서, 황급히 몸을 안아들었다. 호텔에서 나올때보다도 약간 가벼워진 무게를 느끼며 가슴에 귀를 대봤지만,다행히 움직이고 있었다. 작게 떨리는 숨소리가 들려와서, 순간 긴장이 풀릴뻔했다. ....자는건가. 아니, 갑자기 이렇게 잠들다니, 죽어버린줄 알았잖아.... 안도하며 속으로 투덜투덜거리다가,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깜짝 놀래켜줄 생각이었지만, 이쪽이 더 나을거같았다. 그대로 안아든채,문밖으로 나가서 세워둔 차 안에 밀어넣었다. 부하에게 문 잠그고 지키라 명령하곤 직접 차를 운전해서 빠져나갔다.
몇시간동안,히무로는 뒷자석에 드러누운채 자고있었다. 그야말로 시체처럼 자는모습에, 대체 뭐때문에 그리도 잠을 못잤는지 궁금해졌다. 진상손님이라도 왔다간건가. 밤길을 계속 운전해가며 고속도로를 지나 다른 도시를 거쳐서, 또다른 도시를 거쳐서, 어두운 시골마을도 지나서, 한참을 달렸다. 조금 배가고팠지만 멈출생각은 안하고 그저빨리 달렸다. 최소한 내일 아침까진 도착해야 좋을텐데.
몇일만에 ,도중에 깨는일없이 잠이든걸까. 자기가 옆으로 누워있다는걸 자각한채,눈은 안뜨고 의식을 부상시킨 히무로는 문득 지면이 덜컹하고 흔들리는걸 느꼈다. 다소 가벼워진 머리를 퍼뜩 들어올리자, 생소한 광경이 보였다. 차안.이다. 약간 어두웠고,몇시인지 분간이 되질않았다. 계속 달리고있었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자 지나가는 풍경이 보였다. 입고있는옷은 며칠전에 입었던것이다. 얼마나 잔거지..... 어디야,하고 말을하는 스스로의 목소리가 멀리 들렸고, 잠시후 차가 멈춰섰다. 잘잤어? 앞좌석에서 고개를돌려 이쪽을 바라보는건, 익숙한 얼굴이었다. 언제 나타난거지,그런생각을 하며 멍하게 쳐다보자, 무라사키바라가 다시 말했다. 어디로 가는진 나중에 알려줄게. 좀더 자.
그리고 다시 차가 움직였다. 차 안엔 둘뿐인듯, 조용했다. 멍한 머리를 움직이려다, 다른생각도 안날만큼 다시 졸음이 쏟아져서 좌석위에 몸을 뉘였다. 잠을잘때, 같은공간에 누군가가 있다는것에 안심이 되었다. 그것이 설령 믿을수 없는 인물일지라도, 그래도 없는것보단 나았다. 최소한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눈꺼풀이 무거워졌고 금방 수마에 빠져들었다. 이대로 아무생각없이, 죽을때까지 자고싶었다.
지난 이주일동안 히무로는 끔찍한 악몽과 있을수없는 통증에 시달리며 제대로 잠을자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얼굴도 모를 괴물이 다가와서, 몸을 짓누르고, 옷을 뜯고, 얼굴이 없는 수많은 남자들이 둘러싸서 움직이지 못하게 옥죄고 범하는 환각과 통증에 드러눕는것조차 두려워서 발버둥치다가 일어나서 돌아다니다가 결국 강한 진통제를 먹고 자곤했다. 그렇게 억지로 잡은 수면이라 부를수없는 짧은시간에 정신과 몸이 피폐해지고,가게운영도 뒷전이 되어버렸다. 혼자 있으면 수렁에 빠져드는듯 무서웠다. 그렇게 자유롭게 있고 싶었는데,막상 혼자 떨어져나오자 현실에 기반한 악몽이 숨도못쉬게 덮쳐왔다. 누군가가 있으면 했지만, 이제는 모르는사람과 같이 있는것도 두려워졌다. 표면적인 일상을 유지하는것조차 불가능해지고, 사람들의 인사도 대충 넘기고 그러다보니 손님도 점점 줄어들고 매출도 떨어졌다.
어찌되든 상관없어졌다. 그냥, 그냥....... 머리를 반으로 쪼개고 싶어질만큼 심한 수면부족과 통증에 시달리다가, 갑자기 기절하듯 잠이들고,그리고 얼마못가깨어나서 통증을 수반하는 환각에 시달리다가 약으로 잠드는 이 악순환을 끊을수만 있다면 뭐든 할수있을거 같았다. 최소한 아무런 꿈도 꾸지않고 잠들수있는 시간을 원했다. 존귀한 사고도 깊은 생각도 숭고한 사명도 수면부족앞에선 종이찌끄레기만큼 가볍게 날라갔다. 다시 눈을떴을땐 어디일까.
무로칭.일어나. 그 말이 귓속으로 파고드는순간,헉 하고 일어났다. 창밖은 여전히 컴컴했다. ......어디야. 음~글쎄. 일단 내려봐. 그렇게 말하고 무라사키바라는 움직이지않고 가만히 있었다.
....아츠시, 여기가 어디야.
..내려보면 알아. 저쪽에 소방서 있잖아,가서 길이나 물어봐.
그렇게 말하고만 있어서, 머리를 흔들고 문을 열었다. 밖으로 내려서자 익숙하지않은 찬공기가 불어닥쳤다. 겉옷도 안입고 나온건가,그보다 여긴 어디지....공기의 냄새도 전혀 낯설었다. 어두운 거리에 불이켜진곳은, 눈앞의 소방서 뿐이었다. 문을 닫자마자 차가 출발했다. 아츠시?! 불렀지만, 검은 세단은 그대로 어두운 길로 떠나버렸다. 어안이벙벙했다. 이건 대체 뭐지....일단 추웠고, 정신도 없었고 돈도 없어서 발걸음을 옳겼다. 관공서니까 쫒아내진 않겠지.... 지금 내꼴이 어떨까.
비척거리며 두꺼운 문을 밀고 들어가자, 따뜻한 공기가 감싸졌다. 누구십니까?하고 묻는 초로의 남자에게,아...하고 할말을 찾고있을때, 남자가 노숙자는 아니고, 뭐유?하고 다시 물었다. 강한 억양이다...어느지역인지 짐작도 안갔다. 잘못하면 쫓겨날까.걱정되서, 저는,그..하고 말문을 연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술취한사람 데려다주는것까지 내가 해야겠냐고! 요!!
다시 문이 열리고 들어온 남자가 바로 앞에있던 히무로와 부딫혔다. 상당한 거구인듯 거의 튕겨져나갈뻔 했다. 그보다 빨리 뻗어온 손이 히무로의 팔을 붙잡았고, 비틀거리던걸 부축해줬다. 미안,괜찮아? 당신도 취한거야? 아까부터 정신이 없어서, 고개를 탈탈 좌우로 털고 똑바로 들었다. 무슨상황인지는 엿같이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지만, 일단 취하진 않았다. 짜증을 담아, 다소 높은 눈높이를 따라 눈을 마주하고자 시선을 들어올리다가- 눈이 마주쳤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오려는줄 알았다. 설마,설마. 타츠....야? 이쪽을 내려다보는 남자가, 띄엄띄엄, 이름을 불렀다. 눈을 크게뜨고, 믿겨지지않는듯,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가 기억에 있던것보다 한톤이나 낮았다. 키도 한뼘이나 더 컸고, 얼굴선도 강인함이 비교도 안될만큼 더해졌다. 소방수가 흔히 착용하는 두터운 옷대신 방한코트를 걸친 몸은 자기보다 한아름은 더 두터워보였다. 팔을 감싼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힘은 흔들림없이 쇠처럼 단단했다.
타이가. 멍하게 이름을 입에담았다. 어째서,여기에?그런말을 하고싶었다. 그토록 찾아도 보이지않았는데,왜 나타난거야? 그말을 하기전에, 뒤에있던 남자가 카가미,아는사이여?하고 물었다.
타츠야...타츠야야?!!진짜, 타츠야 맞아???
큰 목소리를 내며, 어깨를 양손으로 부여잡아 가까이 끌어당겼다. 믿겨지지 않는듯 얼굴을가까이서 들여다보더니, 부릅뜬 눈이 조금씩 올망올망 젖어가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인상을 찌푸리면서. ...타츠야...형....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와락 끌어안았다. 약간의 탄 냄새와 술냄새가 옷에서 화악하고 풍겨왔다. 자기의 등을 단단히 감싼 굵은 팔에 힘이 꽉 들어갔고, 점점더 세개 옥죄어왔다. 숨쉬기가 힘들었다. 타이가.한번 더 이름을 부르고, 몸 사이에 낀 팔을 들려했지만 움직일수가 없었다. 어깨에 얼굴을 묻은 카가미가 쿨쩍하는소리가 들려왔다. 울고있구나. 잘 울었지. 그런생각을 하며 다시 눈을 깜박거렸다. 등을 쓸어주고싶었지만 팔이 올라가지않아,대신 허리에 살짝 감았다....타이가,오랫만이구나.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
눈물은 흘러나오지 않았다
5년,이라는 공백은 예상보다 두터웠고, 많은 예상을 배신했다. 소식이 끊어진건 5년전이지만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건 그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눈앞에 있는 이 거구의 남자가, 어릴때를 같이보낸 의형제라고 완벽하게 인식하기가 힘들었다. 사진으로 본 얼굴과 같은듯 하면서도 전혀 달랐다. 기억속의 타이가는 언제나 눈높이가 그보다 아래였으니까. 으스러질만큼 강한 포옹을 하고난후, 사정파악이 안된듯한 남자가 뭐라고 물었지만, 타이가는 '비번 바꿔줘요!'라 말하곤 히무로의 손을 잡아당겨서 밖으로 나갔다. 다시 나간 밤공기는 쌀쌀했고, 여전히 지나가는 차 한대도 안보일만큼 적막했다. 토해내는 숨결이 하얗게 시야를 가렸지만, 누군가 강제로 술을 먹인듯 얼떨떨한 기분에 추위도 느껴지지않았다. 아직도 눈물자국이 남은 얼굴을 소매로 슥 훔치더니 타이가가 다시 히무로와 시선을 마주쳤다. 타츠야, 그....정말,오랫만이야. 여긴 어떻게 오게된거야? 얼굴을 못본 7년동안 너의 미간의주름은 어떻게 생긴거니,라 묻고싶었지만, 말이 나오질않았다. 아츠시. 다시 아츠시를 생각했다. 정말로 타이가를 찾아냈구나. 몇년을 걸려도 못찾았는데,이렇게나 빨리. 차에 태워서 말없이 데려온건, 그 의도를 알수 없었지만-놀래켜줄려고 한건가- 납득했다. 그앞에서 타이가를 찾았다고 말한들, 제대로 알아먹을 정신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대뜸,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마주할줄은.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지갑조차 없었다. 그리고 그걸 생각하자- 빌어먹을.하고 욕이 나왔다.
타츠야? ....아니, 미안. 오랫만에 만났는데, 그,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무것도 가져오질 못했어. 무슨소리야,가져오다니? ....타이가,여기가 어디야?
그 질문에 카가미가 엉?하고 되물었다. 전후사정을 설명하기엔 너무너무너무 복잡했다. 카가미또한 사고의정리가 원래 빠른편이 아니라 눈만 깜빡할뿐이었다.
수년만의 재회치곤, 너무나도 단어가 부족했다. 충격,기쁨,원망,그리움 등등이 구분없이 죄다 칵테일처럼 뒤섞여서 뭐부터 꺼내야할지 모를판이었다. 결국 히무로가, 일단 어디 들어가서 얘기하자,하고 말을하자 그제야 카가미가 앞장서서 움직였다. 아직도 손목을 잡힌채였다. 자기보다 훨씬 크고,억센 손이었다.
들어간곳은 시끄러운 술집이었다. 들어서자 안에있던사람들이 카가미를 알아보고 연호했다. 카가미는 대충 고개만 주억거리고 구석자리로 히무로를 데리고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온,낯선 얼굴의 남자를 보고 사람들이 무슨생각을 했을진 알바 아니었다. 히무로는 문득 자기의 복장을 자각했다. 일할때 입던 복장 그대로에 코트도 안걸치고 나왔다. 이 추운날씨에 무슨....자리에 앉은후 카가미가 손가락 두개 들어서 보이자 주인이 끄덕거렸고, 다시 마주앉았다. 행동거지도 품세도, 어느것하나 낯설기만 했다. 타이가도 자기를 그렇게 느낄까.
..타이가, 오랫만이야. 응..어...7년?인가?얼굴본게. 그렇네...그정도 되었네. 마지막으로 편지 받은게 알렉스가 전해준 이후였으니까, 그때이후로 알렉스도 못봤어 그러고보니. 아..알렉스하고도 연락이 안되는거야? 아직 그쪽에 살고있다고만 알고있어. 타이가는.... 거기서 히무로는 말을 멈췄다. 그리고, 아예 모르는척 하기로 했다. 무라사키바라에게 받았던 자료는 전부, 머릿속에 없는것으로 했다.
타이가는...그때 이후로, 어디에 있었던거야? 마침 맥주가 두잔 나왔고, 그걸 놓은주인이 친구여?하고 물었다. 내 형이야! 하고 말하자, 주인이 놀란얼굴을 했다. 형이 있었어?
그 말에, 가다듬었던 마음이 살짝 긁히는 느낌이 들었다. 히무로는 누군가와 친해지면, 자연스럽게 가족으로 동생이있다,이런말을 했었다. 그런데 타이가는,친한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겟지만, 아무에게도 형이 있다는걸 말하지 않았던걸까. 숨기는건가? 그런 별스런 생각이 들때 카가미가 맥주잔을 들더니,얘기를 시작했다.
어느새 시간이 꽤 지난듯 주변의 소란스러움이 많이 줄어있었다. 그동안 히무로는 아무것도 마시지않은채, 카가미의 얘길 듣고있었다. 몇번의 속임수, 누명, 부족한 참을성으로 인해 경찰신세에 철창신세도 졌고 거기서 알게된 인연으로 다른일을 하고 또 그 인연으로 사람을 만나고..... 여러가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정신없이 카가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좋았던 일을 말할땐 표정이 밝아지고 안좋았던 일을 말할땐 어두워진다. 말하는내용과 반대일때도 잇었다. 사귄 친구들,했던일,겪은일 등등 맥주한잔으로 떠들기엔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였다. 그러다가 카가미가 말을 얼버무렸다.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좀....말할수 없지만, 그래도 어떻게 지내고 있어! 아,내 얘기만 너무 했네. 타츠야는?어떻게 지냈어? 그 말을듣고 이번엔 히무로가 한모금 마셨다. 김이 많이 빠져있어서 텁텁하기만 했다. 지나간곳에서 말할수 있는것만 말하고, 말할수없는것은 말하지않고 거쳐온 도시를 중심으로 천천히 얘기했다. 카지노에서 일하다가, 술집에서 일하다가, 카페에서 일하다가, 배운 기술로 카페를 차리고 다시 자리를 옳기고 등등.....
타츠야는 지금 어디서 지내? ...**에서. 어?거기가 어디야?설마 남부쪽의? ..응. 그러고보니 타이가, 여기가 어디야? 스루당한 질문에 카가미가 아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여긴 북서의 &&야! 타츠야,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온거야?? ........맙소사. 대체 얼마나 떨어진곳에....... 비행기를 타도 네시간은 걸릴법한곳이다.
차안에서,생각보다 오래 잠들어있었는지도 모른다. 지나간 그리운이야기를 주섬주섬 하다가,카가미는 그제서야,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채 얇은옷만 입고 뚝 떨어지듯 나타난 히무로가 어딘가 이상하다는걸 깨달은듯 했다.히무로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생각하다 잠깐 눈을 감았다 떴다.
타이가를, 찾고있었어. 그렇게 운을 떼었다. 카가미는 ,나도 타츠야 찾고있었어 하고 대답했다. 이렇게 갑자기 만나게될줄 몰랐지만말야! 진짜 아까전에, 얼마나 놀랐는지...귀신인가 했다니까! 하하,진짜 귀신이었으면 놀라서 기절했을거아냐. 그렇게 메마르게 웃자 카가미가 얼굴을 붉혔다. 이제 애도 아니고, 유령으로 놀라진 않거든! 하하......내가 죽은줄 알았어? 그렇게 묻자, 카가미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설마,타츠야가 쉽게 죽을리가 없잖아. ..그거 고맙네.
사실은 바로 얼마전에 죽을뻔 했어,그 말이 나오질 않았다. 다시 말머리를 돌렸다. 타이가를...찾느라, 이곳저곳에 알아봤어. 어디에 있는지...그래서 여기 오게된거야. 갑자기 이런곳에 데리고와서,놀랬지만. 나..를, 찾은거야? 어떻게?
그리고 그 댓가로........ 어두운 조명이라, 부디 표정이 읽히지 않길 바랬다. 이상하게 생각되어선 안된다. 마피아에게 몸을 내주고 그 댓가로 너를 찾았다고, 그런걸....... 그런걸,절대로.....
그럼....아, 저번주인가....누가 찾아왔어, 나를. 근데 그때 난 출동중이었고, 돌아왔을땐 이미 가버렸다고..했는데..... 그게 그 친구였어?
..그럴,지도. 아츠시였는진 모르지만 어쨌든 조직관계자였을것이다. 그렇구나........ 그 친구가 여기로 데려온거야?
말없이 끄덕거리자, 카가미가 다시 웃어보였다. 타츠야는, 내가 있는줄도 모르고 온거고? ..응,그렇지. 진짜, 이런곳에 있을줄은...... 나중에 그 친구한테 고맙다고 해야겠네! 덕분에 이렇게 만났으니까!
하지마,그런거.하고 입밖으로 말하자 카가미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댓가를 지불하고 한거니까. 공사구분은 철저하거든. 혹시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을까, 그것만을 신경쓰며 조심스레 단어를 골라서 말했다. 탐정업같은거 하는 친구야? .....나도 잘은 몰라. 가게 단골이었어. 헤에,그렇구나. 좋은친구 뒀네.역시 타츠야야. 조금씩 바닥으로 가라앉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전부 부정하고싶었다. 하지만 전부 말할수도 없어서 그냥 고개만 끄덕거리고, 목이 말라 죽을거같은 지독한 갈증을 느끼며 남은걸 전부 삼켜넘겼다. 카가미가 뭐 더 시킬래?해서, 독한걸 시켰다. 아까까지의 반가움과 기쁨이 조금씩 잘게 부숴져갔다. 꺼내고싶은말이 많았지만 하나도 나오질않았다.
난 지금 웃고있을까. 카가미의 얼굴을 직시하자, 카가미는 기억속의 그 환한 얼굴로 순수하게, 성인남자답지않게 헤맑게 웃고있었다. 진심으로 기쁜듯이.
-자빙. 마피아 AU입니다. 무라사키바라 및 키세키가 마피아, 히무로는 어딘지 수상한 카페 주인 설정.
-연령은 20대입니다
-시대배경은 대략 세계대공황 이후. 20세기 후반
-미쿡...일까나.
+폭력,유혈,강제 묘사 나옵니다.
++너무 오래 끄는것 같아서 걍 공개합니다....
+++키세키들 조금 등장. 캐붕이나 그런거 주의.
그후 사흘정도, 의사를 다시 한번 부른것 이외엔 아무도 무라사키바라의 방에 들어올수 없었다. 무라사키바라또한 나가지도 않고 식사는 전부 룸서비스나 간식으로 해결했으며, 히무로는 꼬박 이틀을 앓다가 겨우 움직일수있게 되었다. 어쩌다가 이상한 말을쓰는 의사와도 말을텄고, 몇가지 약을 더 받았다.
그리고 며칠후 미도리마가 차를 보내서 '거기서 날세우지 말고 돌아오라는것이다'하는 언질을 보냈다. 수척해졌다가도 식욕이 돌아와서 식사를 하게된 히무로가, 드디어 나갈수 있다는거에 기뻐하는듯 불안하는듯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기억이 돌아오질않아 애매하게 멍한부분이 남은것 말곤, 정말로 후유증은 없는듯 약에의한 폐해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다친곳과 멍든곳 외엔 거의 멀쩡해졌다. 무라사키바라는 침실을 양보한채 거실과 부엌에서만 지냈다. 도중에 화장실 갈때나 샤워할때 부축해준것 외엔 손끝하나 대지않았다.히무로는 무라사키바라가 불편하다가도, 혼자 아무도 모르는곳에 있는것이 지금은 두려운 상황인걸 인지한탓인가, 무라사키바라가 인기척을 안내고 있으면 불안감을 느꼈다. 가벼운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스스로 판단을 내렸다가, 바닥에 가라앉을 곳도 더이상 없을거라 느꼈던 자괴감이 다시 끓어올랐다. 나가게 된다는 말을 들었을때 불안감을 드러낸건, 철저하게 무력해진 상황에서 무의식중에 붙잡고있던 상대가 떠난다는걸 은연중에 자각했기 때문이다.
돌아오지 않는 그 잠깐의 기억의 부재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올때 입었던 복장 그대로 갈아입고 무라사키바라의 뒤를 따라 거의 일주일만에 호텔을 나선 히무로는, 더이상 자기의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할수 없었다. 아니, 상상하기 싫었다. 차에 타기직전 저 멀리서 누군가를 본듯했지만, 기억엔 없었다.
차가 멈춘후, 무라사키바라는 가만히 있고 히무로만 내렸다.불현듯 불려나간 과거처럼 운영했던 가게앞에 서있자, 히무로는 저기가 진짜 내가 있던곳인가 살짝 의심이 들었다. 뒤에서 짤막하게 인사가 들리고 문이 닫힌후 차가 다시 출발했다. 이미 한밤중이었다. 가게는 변함이 없었고, 문 밑에 우편물이 몇장, 그리고 문 앞엔 '수도관이 터져서 당분간 휴업합니다'하고 적혀있었다. 열쇠는 안쪽주머니에 있었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변함없는 냄새가 맞이하였다. 문을 다시 잠그고 블라인드를 걷지도 않고 2층침실로 올라가자- 올라갈땐 조금 힘들었다- 익숙한 침대가 보였고 그 위에 몸을 던졌다. 끼익하고, 녹슨 마음처럼 흔들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한동안 미동없이 있다가 주섬주섬 옷을 벗어서 바닥으로 던지고 이불속에 웅크렸다. 잠은 오지않고 멍하니 그렇게 있었다. 싸고 낡은 시트와 오래된 목재가구, 중고로 구입한 책장, 기성품 의복등이 낮설게만 느껴졌다. 눈을감고 지난 일주일을 되새겨봤다. 되새겨볼 좋은추억따위 없는 끔찍한 휴가였지만 , 기억의 공란이 너무나도 불안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어째서 아츠시는 아무말도 하지않는걸까. 대체 내가 무슨짓을 했기에, 그런 눈빛으로 날 쳐다봤던걸까. 불안과 동시에, 너무나도 오랫만에 혼자있다는 감각에 스멀스멀 잠이들어갔다.
다음날부터 곧바로 개점했다. 살짝 금간 손목이 불안했지만, 잠시라도 몸을 쉬면 불안감이 목을타고 올라와 마비시킬거같아서 그걸 피하고자 바쁘게 움직였다. 오래 묵힌 식재료를 처분하고 새로 신선한걸 구입한후 그릇도 새로 닦고 찻잎도 오래된건 버렸다. 가는김에 생강도 사왔다. 어째서엿더라, 하지만 열심히 바지런히 움직였고, 오랫만에 문을열자 단골들이 반갑게 몰려와서 바쁜 오후를 보냈다. 가게는 걸어서 10분정도 걸리는곳이었다. 잠시 왔다가는사이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고, 그쪽을 돌아보자 슬그머니 누군가가 지나갔다. 감시당한다, 는걸 알았다. 누구의 수하일까. 아츠시일까, 아니면 다른 마피아일까.
무라사키바라는 하루종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히무로는 안심하면서도 어딘지 불안한 마음으로 일을 했다. 여전히 두렵고, 배신당했다는 절망감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 남동생의 안위와 누군지도 모를 사람의 존재로 노려지고있다는 현실에 비하면, 아주조금은, 의지할수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속에서 갑자기 카가미가 나타나주는 상상을 하며 실수로 차를 엎지를뻔 했지만 큰 실수없이 하루를 넘겼다. 그날 영업이 끝난후 일찍 셔터를 내리고 하루종일 다음날 내놓을 과자의 반죽을 했다. 수제는 자신이 없었지만 쿠기하나는 구울수 있었다. 이렇게 만든걸, 올때마다 반이상 먹어치우던 사람이 있었지.....반죽을 떼던 손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대충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올라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
며칠동안은 불안하게 찾아오는 사람없이 부산한 날을 보냈다. 도중에 비가한번 와서 길이 젖었고, 개었을땐 공기가 맑았다. 몸에 힘이들어오는것 같아서, 약간 기분전환이 되었다. 조직원같은 사람도, 아츠시도 오지않았다. 한참을 서있다가 다리가 아파서 잠깐 앉을때 허리에 약간 통증이 달리는것 외엔 몸도 괜찮았다. 약은 계속 먹고있었다. 다음날은 저녁부터 엄청난 비가 쏟아졌고 카페 입구에도 물이 차오를락 해서 그걸 닦아내느라 하루종일 바빴다.
그런 날이 지나고 아무래도 지쳐서, 일찍 문을닫고 혼자서 차를 마시다가 일찍 잠들기로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물이 새는곳은 없었지만 창문이 시끄러웠다.
이불속에서 몸을뒤척이며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머리맡에 올려둔 반지의 반짝이는빛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이후로, 한번도 몸에 걸치지 않았다. 그걸 멍히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그순간 퍼뜩, 머릿속에 기억아닌 무언가가 지나갔다. 손등이 욱신거렸고, 더할나위없이 기괴하던 형체가 떠올랐다. 그것은 약물이 보여준 환상이었을까. 불안한마음을 추스리고 몸을 웅크렸을때, 등줄기가 전기가통한듯 찌릿하고 울렸다. 절로 다리가 움츠러들었고, 어깨가 굳었다. 참을수없이 이상하고, 꺼림칙하고, 생각하기 싫은 그 느낌이었다. 아, 하고 입에서 절로 짧은 비명이 새나왔다. 귀에서 들리던 빗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본래 받지못할 곳으로 남자의 생식기를 받아들이던때의 그 느낌과 너무나도 흡사한 그 감각에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고, 자기도모르게 밑을 움찔거렸다. 무릎을 세워서 그 사이로 얼굴을 묻고 이를 악물었다. 반추하기 싫은감각을 다시 떠올린탓인가, 통증마저 느껴지는듯 했다. 악문 잇사이로 신음이 흘렀다. 그리고 그것이, 어디선가 들은듯한 소리라 더 움찔했다. 어디서 들은거지, 아니 생각하고싶지 않았다.떠올리기 싫었다. 머리를 흔들고 엎드려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차폐된 이불속에서 스스로의 숨소리가 거칠게 들렸다.허리아래가 마비되듯 움직이수없었지만 통증은 계속 달렸다.
이건 아마도....아츠시와 잤던때를 떠올린거다,고,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어지간히도 험하게 당했으니 몸이 힘들었던거라고 생각했지만.... 엎드린채로인 등줄기와 꼬리뼈 쪽에 어떤 간질거림을 느꼈다. 빌어먹을,입밖으로 크게 욕을 하고 다시 돌아누워서 천장을 노려봤다. 남자와 억지로 몸을 결합해서, 알지도 못했던 부분이 쑤셔지고 꿰뚫리고 더럽혀지고, 미친듯이 흔들렸던 그 감각이 마치 지금겪는마냥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눈을 감을수도 없어서, 손바닥으로 입을 감쌌다. 빗소리가 감정을 증폭시키듯, 어두운 방안에 혼자만의 신음이 울리는것이 듣기싫었다. 손바닥을 깨물듯 했지만, 새어나갔다. 어느새 몸을 옆으로 비튼채, 한손으로 허벅지를 콰악 붙잡으며 필사적으로 버텼다.
이 기억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랬다. 하반신에서 불이날듯 뜨겁게 느껴지고. 보이지 않는 손이 몸을마구 만지는듯 기분나쁜 감각에 최대한 작게 숨을쉬며 참으려 했지만 되풀이되는 과거의 몇몇 기억들에 다시 눈물니 새나오고 있었다. 처음 억지로, 지저분한 남자한테 강제로 당한걸 떠올렸다. 창녀같은 자세를 요구받아 사진도 찍혔다. 이상한 도구같은걸로 희롱당했다. 그리고 얼마후엔, 친하게 지내던 사람에게 끔찍하게 강간당했다. 호텔로 끌려가서 온갖 수모를 겪었다. 그리고,그리고,그리고....... 계속 되풀이해서 떠오르는 끔찍한 기억들에 몸이 좀먹혀들어가는듯했다. 사방에서 수십명에게 온몸을 잡아뜯기는듯한 감각에 도망칠곳도 없었다. 무서웠다. 누군가가 도와주길 바랬지만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 내가 이런 끔찍한 일을 겪어야 하는거지? 보이지않는 그림자에게 난도질당하면서, 그 '왜'를 찾았다.의문이 비명처럼 터져나왔다.
타이가. 너때문이야.
모르는척 덮어두었던, 애정만으로 감싼 그 밑에 숨어있던 수많은 '감정'이 터져나와버렸다. 너를 찾으려다가 이렇게 되었어. 어째서, 어딜 수소문해도 '나'를 찾는다는 사람은 없었던거야? 나 혼자만 널 그리워했던거야?어째서, 나만 너를 찾아다니는거야?
사무치는 그리움이었던 애정이, 원망과 분노로 바뀌어갔다. 머릿속을 빙글빙글도는 갈곳없는 의문과 분노에, 독극물처럼 침식되어가는 감정을 주체하지못해 결국소리내어 울어버렸다. 눈물이 차가운 시트로 스며들어갔고, 그 위를 미친듯이 머리카락으로 덮었다.
타이가가, 미워졌다. 형제라는 옹졸한 관계에 혼자만 매달려왔을지도 모른다는, 누구에게도 말할수 없었던 불안함이 터져나와 사방을 잠식했고, 그 속에서 죽고 살아나고를 반복하는 끔찍한 밤이 지나고 새벽동이 틀때까지 히무로는 잠들수 없었다.
무라사키바라는 아카시 앞에 뚱하게 서있었다. 아카시 옆에는 미도리마가 책상을 하나 사이에 두고 앉아있었고, 무라사키바라 뒷쪽의 문 옆에는 아오미네가 전에없이 험악하게 서있었다. 키세는 문 밖에 서있었다. 테이코 조직의 주요인물이 다 모인건 거의 반년만이었다.그들중에 겉보기론 가장 평균체형에 가까운 아카시가 나이에 맞지않게 다소 어려보이는 얼굴을 들어서,아츠시,하고 이름을 불렀다.
응. 뚱하게 대답하자 미도리마가 대신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부하들은 없는지라 잔소리는 안했다. 아카시가 이어서 계속 말했다.
너의 선택은 존중하겠지만 그 대상이 료타나 다이키면 조금 곤란하잖아. 신타로가. 어째서 나한테 그러는거냐! 아카시,너도 곤란하지 않은가!! 갑자기 지목당한 미도리마가 목소리를 높였다
. 미도칭은 어찌되었든, 이건 진짜로 부탁하고싶은거야. 키세칭하고 미네칭한테, 나 방해하면 죽는다고 좀 말해줘. .....무라사키바라, 너이자식.... 아오미네가 나이보다 삭아보이는 얼굴로 험악하게 말했다. 몇년전부터 급격한 노화랄까, 미간의 주름이 사라지질 않아서 더 나이가 들어보이곤 했다. 아오미네가 그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채로 노려보며 말했다. 너를 방해하고말고가 아니야. 난 테츠를 찾는거라고. 그러니까~그게 방해라고! 쿠로칭은 알아서 찾으라고! 남의 일까지 방해하지 말라고! 아츠시. 다시 아카시가 부르는 목소리에 무라사키바라가 볼을 부풀리더니 불만족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아츠시, 나는 왜, 네가 조직원이 아닌 사람의 부탁으로 다이키나 료타와 마찰을 일으키는지,그게 더 의문인걸. 무라사키바라는 인상을 굳히고, 약속했으니까,하고만 대답했다. 흐음. 그렇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던가? 그럼 아츠시, 내가만약 '관둬라'고 하면, 어쩔거야? .....................아카칭이라도, 조금 싫을거같아. ...하하, 과연. 아카시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했다. 아츠시가 찾고있던 남자가, 테츠야와 같이 있었다는걸 미도리마가 알아냈고, 그걸 다이키가 멋대로 훔쳐봐서 알게되고, 료타는 부탁한 사람에게 억지로 약물을 투여했다. 이렇게 된건가. 료타, 너는 너무 성급해. 그리고 나는 약물같은건 매우 싫어하지. 당분간 근신하도록해. ........진심입니까,아카싯치? 문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무라사키바라는 다시 불쾌해졌다. 테츠야를 찾는건 상관없지만, 수법은 바꾸도록해. 조직원끼리 틀어지는건 원치않으니까. .....하아,알겠슴다. 그리고 뚜벅뚜벅 발소리가 멀어졌다.
다이키. 그 남자를 찾는건 상관없지만, 아츠시가 먼저 찾고있으니까, 찾더라도 아츠시에게 먼저 알리도록해. 최소한의 룰이다. ....쳇, 알았다고.... 테츠만 찾을수있다면, 그런놈하곤 상관없어. 아오미네가 내뱉듣이 말하고 문을 쾅 열더니 걸어나갔다. 신타로, 수고스럽겠지만 내일 있을 회동의 준비를 해줘. 일에 지장이 가지않는한에, 아츠시의 건을 처리하도록해. 알았다는것이다. 그리고는 럭키아이템같은 미니 산세베리아 화분을 양팔로 껴안은채 밖으로 나갔다. 방안에 단 둘이 남게되자, 아카시가 마지막으로 아츠시,하고 불렀다.
과자나 금붕어와 달리, 사람은 의지도 있고 사고도 하고 멋대로 움직이지. 네가 자기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대하는방법을 조금더 알수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아카칭,그거,무슨얘기.
무라사키바라가 여전히 무표정한채로 대답하자, 아카시는 고양이같은 눈으로 싱긋 웃기만 했다.
조직 본부-아카시의 사택이지만-를 나서서 길을 걷자,하늘이 우중충한게 비가올듯했다. 낮에 한번왔었는데. 눈을 깜박거리다가, 멀리서 히무로를 한번 더 확인하고 갈 생각으로 발걸음을 옳겼다. 근데 가는길에 비가 쏟아졌고, 가벼운 소나기가 아닌 장대비라 걷기도 힘들어져서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숙소겸 사무실로 가자 부하들은 퇴근했고, 문을열고 안에 들어가 젖은옷을 벗어던지고 잠옷으로 갈아입은다음 손에집히는 가장가까이있던 과자봉지를 팍 뜯어서 먹기시작했다. 빗소리가 장난아니었다. 씻기도 귀찮아져서 머리를 베겟잎에 묻은채 빗소리를 감상했다.
자고있을까. 그런생각을 하다가 뒤척거리고, 뒤척거리다가 결국 일어나서 사무실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받아놨던 서류와, 아까 미도리마가 건네준 자료를 전부 꺼내서 바닥위에 늘어놓고 털썩 주저앉았다. 문득, 책상밑의 어두운 공간을 쳐다보았다. 저 밑에서 처음 그 일을 벌였었다. 나또한 성급했었다. 쓴맛을 삼키고 다시 서류에 집중했다. 카가미 타이가가 오갔던 흔적, 정착한곳, 주변사람의 증언등등. 지난 며칠동안 직접 발품을 팔면서까지 찾고있었다. 최소한 국경을 벗어나진 않은거같았고, 아쉽게도 죽은거같지도 않았다. 나라의 높으신분들이 관리하는 인프라는 건드리지 못했지만, 경찰쪽에 심어둔끄나풀의 보고로는 주로 집도없고 사정이 꺼림칙한 녀석들은 당일보수 공사현장이나 병원의 시체 청소를 제일많이 한다고해서, 복사한 사진을 그쪽으로 팩스를 보낼수있을만큼 보내봤다. 탐정이라 둘러대고-진짜 탐정같잖아,젠장- 발벗고 나서면서, 왜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가 하고 무한히 짜증을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히무로에게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였다. 약속대로 동생을 찾아주면, 그러면..............역시 그 뒤로는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들고있던 종이를 손가락으로 튕기자, 장난처럼 책상밑으로 쑤욱 들어가버렸다. 아 젠장. 그대로 펼쳐둔채 침대위에 털썩 드러누웠다. 당분간은 찾아가면 안되겠지. 하지만, 보고싶었다. 난폭한 감정이 올라오는걸 참으며, 빗소리를 메트로눔처럼 귀기울여가며 잠을청했다. 내일도, 멀리서만 지켜봐야겠지
-자빙. 마피아 AU입니다. 무라사키바라 및 키세키가 마피아, 히무로는 어딘지 수상한 카페 주인 설정.
-연령은 20대입니다
-시대배경은 대략 세계대공황 이후. 20세기 후반
-미쿡...일까나.
+폭력,유혈,강제 묘사 나옵니다.
++너무 오래 끄는것 같아서 걍 공개합니다....
+++요센멤버들도 약간 나옵니다.
약 한시간 후 미친듯이 의사를 닥달해 불러온 부하가 문을 두들겼을때 안에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뒤따라온,어딘지 이상한 말투를 구사하고 의사주제에 덩치가 보스만큼 큰 찢어진눈의 남자가 '그 애새끼 또 자냐해'하고 투덜거렸다. 다시 문을 두드리려는 찰나 안에서 문이 열렸고, 긴 머리카락이 더욱 산발이된 보스가 안으로 손짓을 했다. 의사는 문턱에 안부딫히게 허리를 굽히고 들어갔고(보스도 그랬지만) 부하는 임무를 완수하고 목숨도 건진것에 안심하며 밥을 먹으러 갔다.
아츠시, 또 충치냐해. 그러니까 작작 처먹으라고 했잖아.
...아니, 늑골.
부루퉁한 목소리로 왼쪽 갈비뼈를 가리키자, 의사가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 아파서 소리도 못내는걸 보더니 쯧쯧 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래봤자 ,너는 참 뒤지기 힘들만큼 건강하니 대충 싸메고 밥먹고 자면 나을거다해,정도의 치료였지만. 서비스로 충치 확인도 해주고-얼굴에 난 상처는, 말 안하길래 손도 안대줬다- 돈계산을 할려는 찰나, 한사람 더 있다고 했다.
안쪽 방으로 안내해서, 계속 죽은듯이 있는 히무로를 보여주자, 의사는 눈만 껌벅거릴뿐 어떤 관계인지 왜 있는지는 묻지도 않고 일단 상태부터 확인할려고 이불을 들췄다
. ..난 나가있을게.
그렇게 말하고 문밖으로 나섰다. 어제 방으로 옳기기 전에 수건으로 닦아주긴 했지만, 옷까지 제대로 입힐 겨를은 없었다. 샤워가운으로 대충 감싼후 눕혀서, 그 밑으로 드러난 멍자국이 난 무릎과 허벅지가 눈에 들어오자 다시 미칠거같은 기분이 되서, 물러날수밖에 없었다. 의사는 아무말도 안하고 맥을 짚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이것저것을 꺼내기 시작했다. 문을 닫지는 않고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듣고있었다.한참동안.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붕대 찢는소리, 무언가 두드리는 소리, 적는소리가 나더니 발소리가 나고 이윽고 의사가 고개를 빠끔 내밀었다.
언제 이랬냐해.
..어제, 저녁.
왜 곧바로 안불렀냐해. 약물은 전부 체내에서 분해된거 같고, 그때문에 어떤 후유증이 남을지 알수없어졌다해.
..후유증. 있는거야?
그러니까 그걸 모른다해. 약물이 남아있을때 검사하면 처방할수 있지만, 지금은 운에 맡길수밖에 없다해. 하필 죄다 첨보는것들 뿐이라해. 주사바늘은 안보이고, 구강투여?
거기서 끄덕이자, 그럼 속이 한동안 쓰릴거다해. 탈골된 어깨는 맞춰놨고, 손뼈에 금간건 부목 대놨으니 안움직이고 두면 괜찮아질거고, 멍든건 생선같은거 먹으면 좋아질거다해. 고기였나? 암튼, 그리고, 그거는-거기서 한번 눈짓을 했다- 니가 알아서 조절하라해.
그렇게 말하고 짐을 다시 가방에 챙겨놨다. 불법체류자로 있으면서 의사를 하고있는 이 남자는 약 일년정도 무라사키바라를 봐주고 있었다.
진통제는 저번에 받아간거랑 똑같은거 두고간다해. 부족하면 담엔 부원장선새임한테 직접 받아가라해. 원장고릴라는 순해서 괜찮은데, 후쿠이부원장은 깐깐하니까 더이상 못빼돌린다해. 돈은 지금 내놔라. 식탁 밑에있던 상자에서 잡히든대로 과자봉지에 쑤셔넣은담에 건네주자, 존나비싼 감자칩이다해 하고 낄낄거리곤 나갔다. 나가기 전에 한마디 했다. 아츠시, 저 사람 쫌 위험하다해. 잘 챙겨줘라해.
뭐가 위험한데,하고 물었지만 의사는 대답없이 문을 닫았다. 망할 야매. 그래도 실력은 확실했다.
다시 방에 들어가자, 여전히 미동도 없는 히무로가 보였다. 앞머리가 위로 쓸어올려져 있어서, 그 얼굴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살짝 이불을 들추자, 의사가 해놓은 처치가 눈에 들어왔다. 보기만해도 아파보였고, 다시 부러졌던 부분과 다른곳이 욱신거렸다.
놔 주고, 싶었다. 죄책감에 번민하다가 결국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무라사키바라가 저지른 짓에 히무로가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더이상 견딜수가 없었다. 하지만, 잠깐의 시간차로 불가능해져버렸다. 혼자 내버려뒀다가, 그 자신과 관계없는 일때문에 다시 비참한꼴이 되어버리는건 더 견질수 없었다. 계속 무라사키바라의 영역내에 둬야 오히려 안전한 상황이 되버렸다.
참 우스운 꼴이었다. 무라사키바라에게도, 히무로에게도. 좋아했는데, 그 말을 다시 되새겼다. 비명처럼 뇌리에 울려퍼졌다. 미안. 작게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난 지금도 좋아해. 미안.
히무로가 깨어난건 점심이 지나서였다. 의사가 진통제를 놓고 간 덕인지, 깨어났을때 몸의 아픔은 느끼지 않았고 대신 메스꺼움과 현기증이 덮쳐왔다.
온몸이 무거웠고, 역겨웠다. 기억이 뒤엉켜서 실뭉치처럼 풀어져있었고 세상이 물에 잠긴듯 현실감이 없었다. 그렇게 일어나지도 못하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자, 아는 얼굴이 보였다. 그래서 이름을 불렀다. 이름을 불린 남자는 대답하거나 다가오지 않고, 그자리에 계속 있었다. 그래서 한번더, 불렀다. 타이가. 움직임없이 그자리에 있는 모습이 야속해서 몸을 일으킬려고 했지만 좀처럼 움직여지지가 않았고, 얼굴이 뿌옇게 흐려져갔다. 타이가? 좀 도와줘. 일어날수가 없어. 하지만 점점 얼굴이 흐려져가고, 다시 눈을 깜박였을때 누군가가 어깨밑에 손을넣어 일으켜주는걸 느꼈다.
머리를 들자 격한 구토감이 밀려왔지만, 타이가 앞에서 못볼꼴을 보일순 없었다. 숨을 고르며 진정되길 기다렸을때, 귓가에 다른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기운이 빠지려면 좀더 있어야할거야. 그냥 누워있어.
누구 목소리지. 깨질듯한 머리로 시선을 돌리자 가까운곳에서 이쪽을 응시하는 눈동자와 마주쳤다. 누구더라. 이윽고 그것이 누구인지 알았다. 하지만 아는 얼굴임에도, 너무나도 낯선 눈빛이라 반응에 응하질 못했다. 의식을 몸 아래쪽으로 돌리자 팔이 움직이지 않고 갑갑한게 느껴졌다. 손도 한쪽이 움직이질 않았다. 답답해서 움직이는 쪽의 손으로 걸거치는걸 치우려 했을때 다른손이 그걸 붙잡았다.
기억이 나질 않았다. 머리를 굴릴수록 빠개질거같아서, 뇌가 스스로를 보호할려고 기억을 긁어낸듯한 아리아리한 감각에 아는것도 두려워졌다.
..어제, 어디까지 기억나? 저녁 먹고, 무로칭은 카지노에 있었어.
......
그리고 당신 남동생 찾는거, 정보가 와서 그걸 전해주려고 내가 갔고. 당신 방까지 갔었어.
...타이가를 찾았어?
아니,아직. 조사보고서 보여줬는데, 당신이 갑자기 이상해졌어.
...기억, 안나.
당신이 마신 음료에 안좋은 약이 들어가있었어. 나는 모르는 일이었고. 약에 취해서 좀 날뛰었고, 그래서 다친거야.
..누가, 그런걸...
거기서 무라사키바라는 말을 안했다. 히무로는, 기억 안나는만큼 뭔가 더 끔찍한 일이 있었으리란 불길함을 느꼈다. 저녁식사,까진 기억이 났다. 그래. 영화배우가 와서 기자들이 시끄럽게 왔다갔다 하더라,하는 얘길 듣고 맞장구 친것도 기억이 났다. 화이트와인을 마셨다. 테이블위에 노란 수선화가 있었다. 후식으로 나온 케이크위의 체리가 갈색이었다. 그런 어찌되도 상관없는 기억만 단편적으로 왔다갔다하고, 그래, 그 뒤에 도박장에 갔다. 큐를 잡았다.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다. 거기에, 약이 들어있었다고? 무라사키바라가 한게 아니라면, 대체 누가 한거지. 타이가,타이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사진을 보았다. 아니다, 그건 시체였다...... 순간 구역질이 참을수없을만큼 올라왔지만 나올것도 없어서 헛구역질로 끝나버렸다. 그걸보고 급속도로 기분이 나빠졌다.
시체사진, 그거 누구였어? 타이가와 관계가 있는건가?
무라사키바라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추정중, 이라고만 말했다. 뭐가뭔지 알수가 없는 상황에, 벌컥 역정이 치솟았다.
정확히 대답해! 대체 뭐가 있었냐고!!
목소리를 크게 내자 머리가 울렸다. 손을 뻗어 무라사키바라의 멱살을 잡았다. 아니, 잡으려고 했지만 손바닥에 부목이 대져있어서 어쩔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소리를 지른후, 다시 자기의 몸상태를 자각하기 시작했다. 왼쪽 손목을 다쳤다. 오른쪽 팔도, 올라가질 않았다. 숨을 쉴때마다 항생제 냄새가 올라오고 머리는 지끈거렸다. 허리아래로는, 움직일때마다 자잘한 통증이 달렸다. 일어나면 걸을 수 있을까, 그 생각에 불안해져서 다리를 움직여서 몸이 누워있는 침대 밖으로 나갈려했지만 저지당했다. 아직 움직이는건 무리,란 말에, 대체 무슨일이 있었는지, 자기가 어떤일을 당한건지 기억안나는 것때문에 더욱더 두려움이 밀려왔다. 일어날려는 어깨를 강하지 않게 붙잡고 있는 팔에 큰 피멍자국이 있었다. 거기서 눈을 들자 시선이 마주쳤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자기를 강제로 범한 남자다. 감금하고 욕보였던 남자다. 그리고 갑자기 배려해주고, 신경쓰는척을 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지금의 눈빛은 마치..... 이해할수 없었다. 어째서 저런 표정을 짓는거지. 이 남자와는 처음엔 사이가 좋았다. 그리고 엉망이 되버렸다. 바로 얼마전까진, 두려움에 눈도 마주칠수 없었다. 그랬는데, 그때 느끼던 두려움은 아직도 남아있지만 그 위를 다른것이 덮고있는듯 했다. 그래서, 말할 수 있었다.
....무슨일이 있었는지, 전부다 말해줘. 제발.
다시 발광할까봐 걱정했지만, 한번 큰소리를 낸 후 나오는 목소리는 침착했다. 아니면 진통제때문에 가라앉은걸지도 모른다.히무로가 부르튼 입술을 움직여서 가장먼저 내뱉은 첫마디는 만난적 없는 사람의 이름이었다. 이상한이름,이라고 속으로 태클을 걸었고 몇번더 그 이름을 부르더니 몸을 일으킬려 했다. 도와줄려 했지만, 자기란걸 알고 다시 거부반응을 보일까봐 조심스러웠다. 미움받는것보다 격하게 움직여서 상처가 도질까봐 더 걱정이되었다. 아직 초점이 흐린 눈동자가 다시 자기를 봐줬을때, 계속 아프던 곳이 다시한번 욱씬하고 아팠다. 너무나도 약해보였고, 방어할 부분조차 없을만큼 무력해보였다. 기억을 반추하다가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보자 자기 속이 다 쥐어뜯기는것 같았다. 다 자기때문이다, 그런 느껴본적 없는 죄책감이란 감정이 전신을 뒤덮었다.
이야기를 하는건, 가능했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않는다면 아직 좀더 쉬게 해야하는거 아닐까. 그러다가 다시 기억이 난순간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도 되지 않았기에, 자기입으로 설명해주기로 했다.
응,암튼 전혀 모른다는건 알겠어. 그 쿠로코-쿠로칭이, 우리 조직원이었어. 근데 몇년전 사라졌어. 지금도 찾는중.
..그게, 나와 무슨상관이야. 난 그런사람 모른다고.
응. 그 쿠로칭이, 무로칭이 찾는 남동생과 같이 있었다는 보고가 올라왔어.
...타이가가, 마피아와?
솔직히 마피아같지 않아서 난 갠적으론 맘이 안맞았지만.게다가 옛날에 도망쳤고. 키세칭은 계속 찾았는데, 그걸 알게되었어. 그래서.....나몰래 당신에게 약을 먹이고, 물어보려고 했다고, 자기입으로 말했어. 미안.
그렇게 말하고 머리를 깊게 숙이는 모습이, 이해가 안갔다. 아니, 누군가에게 머리를 숙이고 사과하는것이 이상해보였다.
....그래서, 타이가는?
보고서 기억안나? 살인사건 용의자로 FBI가 추적중. 그리고 아직 몰라.미안
.....왜, 미안하다고 하는거야?
..진짜 미안하니까. 그,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해. 진짜로.
그렇게 하는 말이, 도저히 믿어지진 않았다.
..그럼, 날 풀어줘. 타이가는 나 혼자서 찾겠어.
그렇게 말하면 다시 그 무서운얼굴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약 때문인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사과'의 의미를 모를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나도 그러고싶어. 하지만....
그래, 미안하다는건 어차피 자기만족이지. 기대도 안했어.
...우리 조직의 다른녀석들도, 그녀석을 찾고있어. 무슨수를 써서도 찾아낼걸.
더이상 너의 그 더러운 조직과 연관되고싶지 않아!!
더러운 조직이긴 해. 무로칭한테도, 찾아낼려고 할거야. 아까같은 방법을 써서.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 너희들이 찾으려는 그 남자가 어디있는지따위 ,관심도 없어.
나도 그건 믿어. 하지만 다른녀석들은 관심없을거야. 몇년동안 전혀 단서도 없다가, 정말 겨우 발견한 실마리니까. 특히 키세칭은 지독하게 끈질기다고. 당신혼자 나가본들, 금방 뒤를 밟힐거야.
히무로는 입술을 다시 깨물었다. 이해도 가지않았고, 납득도 가지않았다. 대체 타이가는, 나와 헤어진 이후 어떻게 살고있는거지. 마피아와 행동을 같이할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아니지, 나또한 마찬가지다. 마피아의 정부노릇이나 하게될줄, 타이가도 생각 못했겠지. 피차일반이다.
타이가를 찾으면, 어쩔셈이야.
...제일먼저 당신이랑 만나게 해줄게. 쿠로칭만 찾으면, 그 둘도 더이상 당신에겐 관심 안보일거니까. 그리고....... 둘이서 해외든 안전하게 떠나.
마지막 말은, 진심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수가 없었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들어올려서, 의지를 통하려 했지만 끔찍하게 지루하고 무거운 과정에 잠시의 움직임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울정도라 일순 현기증이나버렸다. 귀가 먹먹해지고 눈앞이 새까맣게 어두워지며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찰나의 순간 구토하지않고 필사적으로 버티느라, 그 마지막말은 귀에 들어오지 못했다. 숨을 고르고 눈물이 흐르지않게 깜박거리며 다시 고개를 들고, 귀에서 이명이 사라졌을땐 무라사키바라는 입을 다물고있었다.
..나한테, 어떤약을 먹인거야?
나도 정확힌 몰라. 자백제와 흥분제와, 신종마약하고... 후유증은 없다고 했지만.
...내가, 무슨말을 했어?
히무로가 아직까지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기엔 초점이 흔들리는지 갖은 인상을 쓰며 그렇게 묻자, 무라사키바라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잠깐 머리를 굴리다가, 역시 대답할필요 없다고 결론내렸다
. 그냥 이상한말 했어. 환각이라도 봤던거같은데. 억지로 기억해낼 필요는 없어.
.....아니, 알아야겠어. 나한테 무슨짓을 했는지도. ...짐작은 가지만.
약에취해 몸도 못가누는 상태에서, 또 억지로 밀어트리고 좋을대로 유린당했을거란 짐작은 어렵잖게 할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자 무라사키바라가 냅다 인상을 팍 찌그리더니, 예전에도 말했지만 난 맨정신 아닌 상태에서 하는건 싫어한다고,하고 말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순 없었지만- 불안해졌다. 그럼, 계속 하반신이 아프고 움직일수 없는건, 대체 뭐때문이지. ....그럼, 누가...상상하려다가, 상상도 못할만큼의 혐오와 공포가 밀려왔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입을 열으려 했던순간 무라사키바라가 손을 들어서 저지했다.
내가 제일먼저 발견했어. 다른녀석은 아무도 없었어.
그 말에, 안심할 상황도 아니었지만 그나마 최악은 면했다는 안도감아닐 안도감에 작게 숨을 몰아쉬었다. 얼굴도 모를 남자들에게 돌려지는 상황만큼은, 이이상 견딜수있는 한계치를 넘어버렸으리라. 기억을 되살리려 눈을감고 필사적으로 기억을 뒷걸음질 시켰지만 어느시점에서 수렁에 빠진듯 움직일수가 없었다. 그런 괴로운표정의 히무로를 바라보면서, 무라사키바라는 제발 떠올리지 않기만을 바랬다.
아무튼, 키세칭이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르니까, 혼자서 돌아다니지 마. 싫어도.
거기까지 딱 잘라 말한후, 무라사키바라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눈앞에 있어도 괴로울뿐이다. 일어나서 뒤도안돌아보고 방을 나서서, 문을닫았다. 말을 이렇게밖에 못하는건가, 나는. 여태 타인을 배려하는 대화법따위 안중에도 없이 뇌와 구강이 다이렉트로 연결된듯 생각나는대로 말하고 살았으니, 자기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일지 일초정도 지나고서야 알게되니 이미 내뱉은말은 상대방에게 쑤셔들어간 다음이다. 그것도 신경안쓰고 살았지만, 이번만큼은 신경쓰고싶었다. 정말 아차했다간, 저대로 죽을거같았다.
머리카락을 벅벅벅 화려하게 흐트리고 아까 자기가 누워있던 자리에 가서 다시 드러누웠다. 부러진 늑골이 울렸다. 당신이 내 늑골 날렸어,하고 말해줬으면 좀 좋아했을까.
뭘 먹고싶다.무라사키바라는 천장의 샹들리에의 갯수를 세다가, 이번엔 밀려오는 졸음을 느꼈다. 아무리 괴로워하고 후회하고 죄책감에 시달려도 식욕은 생기고 수면욕도 생기고 성욕도 생긴다. 한번도 그거에 장애가 생긴적은 없었다. 그런 욕구에 기초하여 움직이고 살아갔다. 키세또한 비슷할까. 대체 그 밑바닥에 깔려있는 욕구와 원동력은 어떤걸로 정의내릴수있는 종류일까. 쿠로코를 만나고싶은 마음은 그닥 들지않았지만, 만일키세에게 발견된다면, 그다지 쿠로코로선 긍정적일 일은 아닐듯했다.
졸린 머리를 깨우려 애쓰며,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미도칭을 볶든 아님 아카칭에게 매달리든, 어떻게든 키세칭이나 미네칭보다 먼저 무로칭의 동생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 동생을 회유하든 뭘하든 해서 쿠로칭 위치를 알아낸다음 키세칭에게 넘긴다. 키세칭이 그거받고 쌈빡하게 물러나면, 무로칭과 동생을 만나게 해주고, 그리고.......떠나게 해준다? 마지막부분은 정말정말, 목구멍에서 쇠맛이 올라오는 기분으로 결론지었다. 역시 놔주고싶지 않았다. 이정도로 특정 누군가의 살갗을 원하고 탐하고 집착하게된건 처음이었다. 처음이라서 모르고 파탄을 내버렸고 그걸 알게된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동생을 찾아주면, 날 용서해줄까. 그것만이 바랄수 있는 최대한의 긍정적인 바램이었다.
쪼금 더 부지런히 살겠습니다 ㅇ<-< 이미 꼬일만큼 꼬여버린 관계를 그리 쉽게 풀어줄거같니 깔깔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