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옳긴것
-미완결. 썰
-자빙. 마피아 AU입니다. 무라사키바라 및 키세키가 마피아, 히무로는 어딘지 수상한 카페 주인 설정.
-연령은 20대입니다
-시대배경은 대략 세계대공황 이후. 20세기 후반
-미쿡...일까나.
+폭력,유혈,강제 묘사 나옵니다.
++너무 오래 끄는것 같아서 걍 공개합니다....
+키세 나옴.
히무로가 오늘 하루만 깨어난건 벌써 4번째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섹스 직후, 키세가 왔을때, 마지막으로 지금. 그것도 제대로 잠든적도 없었다. 평소 밟을일도 없을 고급 카페트 위에 얼굴을 묻은채 깨어나는 기분은, 더이상 없을만큼 최악이었다. 아직도 머리가 징징 울리고, 코가 막혀서 숨쉬기도 힘들었다. 침을 삼키자 목이 아팠다. 약간 감기기운이 있는지도 모른다. 육체의 아픔보다, 머리가 아팠다. 내용물이 말라버린듯 눈도 아팠다. 언제 잠들었는지-혹은 기절했는지도 기억이 안났다. 그토록 두려워하던 화난 얼굴이 나타난 순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고 그 뒤는 영상필름을 뒤죽박죽으로 편집한듯 엉망이었다. 억눌러왔던 공포심이 터지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어른스럽지 못할만큼- 아니, 이런건 생각해봤자다. 미치기 일보직전까지 갔었다.
카페트에서 몸을 일으켰다. 입고잤던 코트에 심하게 자국이 났지만 신경쓸여유도 없었다. 호화로운 내부장식과 부드러운 침대시트, 화려한 조명, 이런것들 사이에 놓여있는 자기의 육체가 잘못찾아온 싸구려 장식품처럼 느껴졌다. 되도록 아무것도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몸을 일으킬 힘도 없었다. 난 대체 뭘 하는거지. 고장난 시계처럼 움직임없이 멍하니 있다가, 지금이 몇시일까 고개를 들었다. 시계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돌아간 사고의 회전축에 이끌리듯 육체의 심각한 결핍을 느꼈다. 배가 고팠다. 속이 끊어질듯 옥죄어오는 허기에, 식욕에 대한 분노마저 일어났다. 물이라도 마시고 싶었지만 침실엔 아무것도없었고, 밖으로 나가야 했다. 하지만- 문 너머에, 있다는 생각을 하자 두려움이 다시 피어올랐다. 얼굴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그 얼굴을 본다면- 스스로를 추스릴수 있을까. 몇번인가 식사를 하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 음성은 기억이 났다. 맥아리없이 늘어지지만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성인남자치곤 다소 어린아이같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명령하고, 협박하고, 분노하고, 걱정하고..... 타이가만 찾으면, 다시는 들을일 없을곳으로 도망가고싶었다. 그래, 타이가. 타이가를 찾기위해, 대가로서 몸을 파는행위를 하고있다. 돈을 지불하는것과 같은 행위다, 그렇게 스스로를 억누르고, 그것외엔 어떤 감정도 의미도 부여하지 않으리라 애써 결심하고 한쪽 무릎을 세워서 일어났다. 시키는건 전부 할거다. 어떤걸 요구해도 그게 자기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괜찮다. 자기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몸을 내줄수 있다. 한걸음한걸음 옳겨서 문앞에 선후, 문을 열었다.
눈앞에 들어온 거실은, 소파가 가운데가 푹 꺼진것 외엔 멀쩡했다.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인기척도 없었다.
방에서 나간건가. 그 생각을 하는순간 급격하 안심이 되서, 긴장하고 있었던건지 무릎이 휘청했다. 손을 뻗어서 무언가를 잡았고, 거기서 음식냄새가 났다. 호텔에서 식사를 운반하는 테이블이었다.
식탁에 갈 생각도 못하고 안에 있는것을 그자리에서 서서 먹었다. 차갑게 식은 수프와 빵 정도였지만 평소엔 절대로 하지않을 식사법으로 먹어치웠고, 자각도 못할만큼 빠르게 뛰던 심장이 그제야 가라앉았다. 살것같다,란 생각을 해버렸다. 마지막으로 차갑게 식은 커피를 마신후, 다시 방안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저녁놀이 꼭대기층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에 깔릴때까지, 히무로는 계속 혼자있었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고, 찾으러 갈 사람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것에 작게 헛웃음이 나왔다. 사교성이 없는건 아니다. 가는곳마다 친구들도 사귈수 있었다. 다만 깊게는 못사귀고, 얇고 적당하게 사귄다음 다른곳으로 옳길때 작별인사를 하고 편지를 두어번 보낼 뿐이었다. 애초에 자기가 원인인 일에 누군가를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다. 알렉스....도 계속 타이가를 찾는다고 했지만, 알렉스 혼자만으로도 손에 담지 못할 일들이 많았다.
상대가 너무 나빴다. 들여선 안될곳에 발을 들인 자기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소파에서 부서지지 않은 부분에 앉은채 멍하니 창밖만 쳐다보고 있었다. 방심하던 그 순간 예고도 없이 문이 돌아가더니, 열렸다. 그자리에서 절로 움찔해서, 미끄러질번 했다. 들어서는 발소리에, 무방비했던 마음을 필사적으로 추스르고 고개를 돌리자, 역시나 예상했던 얼굴이 보였다. 무라사키바라였다. 무성의하게 늘어트리던 앞머리가 말끔하게 뒤로 올라가있었다. 뒤로 질끈 묶은듯했다. 그리고 본적없는 수트를 입고있었다. 그사이에 나가서 입은건가, 그런생각을 하다가, 무라사키바라가 이쪽을 계속 쳐다보고있는걸 느꼈다. 현관에 발을 걸친채, 다가오거나 하지않고 그자리에서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히무로또한 소파에 엉거주춤하게 걸친채, 쳐다봤다. 먼저 말을 꺼내는 일도 없이 아마 몇십초 되지않는 시간이었겠지만, 그 짧은 침묵에도 다시 숨이 막히는게 느껴졌다. 아까전에, 무슨말을 했더라? 기억이 안났다. 입술이 달싹거리다가 짧은 숨만 토해졌다. 먼저,말을 걸어야하나? 뭐라고하지? 다시 빙빙 돌기시작하는 머리에 절로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가까이오지마, 란 말을 하고싶었다.
미안. 먼저 말을 한건 무라사키바라였다. 지금 뭐라고했지? 순간 이해가 안갔다. 열린채였던 문을 닫자, 문이 저절로 잠기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손에 종이가방을 든 무라사키바라가 히무로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한걸음씩 다가올때마다 히무로의 어깨가 뒤로 빠졌다. 전에없던 위압감도 느껴졌지만- 무서웠다. 어떻게든 감정을 억누르자고 그렇게 되풀이해 결심했지만 다시 손이 떨렸다. 그 반응을 눈치챘는지, 무라사키바라가 멈춰섰다. ....미안. 심하게 다뤄서. 귀에 들어왔지만 머리로 들어오진 않았다. 무라사키바라가 들고있던 종이가방을 들어올리더니, 허리를 굽혀서 자기 바로 앞에다가 놓았다. 그리고 다시 허리를 펴더니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갈아입을거, 가져왔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잠깐 인상을 찌푸리더니 양손바닥을 보인채 천천히 들어올렸다. 손을 댈 의사가 없다는 표현이었지만, 히무로는 계속 긴장한 상태였다. ..이제, 싫어하는 짓은 안할테니까. 약속할게.진짜로. 히무로는 대답할거리가 없었다. 일단 더이상 다가오지 않는것을 확인하고, 아까 들은 내용을 이해했다. 하지만 그러한들 바뀌는게 있을까. 철저하게 먹히는 입장인만큼, 상대가 언제 어떤 변덕으로 다시 흉폭하게 변모할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저쪽에 디메리트가 있을리가 없다. 힘으로 못할짓이 없으니까. 하지만 당장이라도, 그렇게 말하는것에 숨을 고를순 있었다. 무라사키바라를 믿을순 없었다. 히무로가 약간 진정된듯 보이자, 무라사키바라도 어깨의 힘을 뺐다. 사실 이 뒤에 '세상 모든 감자칩에 걸고'라 하고싶었지만, 별로인거같아서 말하진 않았다. 그만큼 진심이긴 했다.
옷 갈아입으면 저녁 먹으러 가자~ 밖에서 기다릴게. 그렇게 말하고 다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나가기 전에, 아차싶어서 덧붙였다. 싫으면, 안와도 돼~ 그리고 문을 닫았다. 무라사키바라 나름으론 최선이었다. 최선이었는데........,그랬는데.......
히무로는 무라사키바라의 모습이 사라지자, 겨우 몸에서 긴장을 풀었다. 약간 식은땀이 났다. 심호흡을 하고, 아까 놓았던 가방에 시선을 돌렸다. 혀끝이 바짝 타는듯 했고, 아까 먹은것 이후론 아무것도 손대지 않았다. ..대체,무슨 작정일까. 혼란스러웠지만, 시키는대로 하기로 했다. 안와도 됀다고 했지만, 모를일이다.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한후 안에 든 옷으로 갈아입었다. 원단값이 얼마일지 계산도 안되는 고급정장이었다. 속옷과 구두까지 들어있었고, 불편하지 않을정도론 맞았다. 넥타이까지 멘 후 거울을 봤다. 눈밑은 숨길수 없이 초췌했지만, 아주 약간 원래의 자기자신을 되찾은듯 했다. 문밖에 있을 무라사키바라와 마주하는것이, 두려웠지만, 노력했다. 문을 열고 나가자 맞은편 벽에 기대있던 무라사키바라와 눈이 마주쳤고, 정장을 빼입은 히무로를 눈으로 위아래로 흝더니 말없이 걸음을 옳겼다. 히무로도 말없이 그 뒤를 따라걸었다. 여전히 거리를 둔채.
7.
식사는 한마디도 없이 진행되었다. 입안에서 씹히는게 고기인지 접시인지 구분할 정신은 없었다. 여섯명은 앉을법한 넓은 테이블에서 두사람만 마주한채 앉아서 웨이터가 주는대로 나오는걸 섭취했다. 히무로에겐 말그대로 '섭취'였다. 한군데 마비된듯, 그저 본능에 대한 욕구때문에 식사를 할 뿐이었다. 맞은편에 앉은 무라사키바라는 식사예법이 좋다고 말할순 없었지만 누구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 적어도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순서는 반대였지만.
디너타임이라 사람이 많았지만 두사람이 앉은 자리는 구석에 마련되있었다. 테이코의 관리하에 있는 호텔은 이외에도 몇군데 있었지만, 5성급 이상의 최고급호텔은 현재 머무르고 있는곳이 유일했다. 올때는 밤이라 몰랐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휴양객보단 도심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도시에 있는 호텔,그중에서도 최고급. 히무로의 머릿속엔 없는 정보였다. 언틋 보이는 다른 손님들의 복장은 평소 생각하는 의복의 가격에서 0을 한두개 더 붙일법한 고급품 뿐이었다. 현재 자기가 걸치고 있는 정장은 얼마일까. 소년시절, 아직 타이가와 같이 지낼무렵엔 부족한거 없이 살았었다. 식사예절도 엄격하다기보단, 안더럽히고 깔끔하게 먹는것 위주로 신경쓰는 정도였다. 신흥귀족,이라기엔 좀 오래된 표현이었다. 부르주아는 아니었고, 아버지대의 사업이 번창하여 새로운 정착지에서 여유를 가지고 살던 집안이었다.
사업이 망한건 결코 아버지대의 수완이 나빠서가 아니라, 세계가 전부 그렇게 돌아갔던 탓이었다. 단란한 가정이 무너지고, 가족과 헤어진건 히무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대부분의 불행과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와중에 한몫을 잡아 자리를 잡았다. 법을 지키지 않는 무리들은 틈새를 타서 급성장 했다. 무라사키바라가 속해있는 조직이 어느정도로 규모가 큰건진 모르겠지만, 분명 그때의 대공황때 흐름을 탔기에 이런 비싼호텔을 소유하는게 가능했을것이다. 그리고 맛이 느껴지지않는 고급 와인도.
어느샌가 식기를 잡은 손이 멈춰있었다. 여태까지 딱히 불행하다는 생각은 하지않았다. 거의 성인이 될무렵이라, 스스로 돈을 버는일이 가능했다. 자기의 몸도 지킬수 있었고 살아가기위한 지식도 습득한 상태였다. 정신없이 먹고살기위해 살다보니, 어느샌가 타이가와 연락이 닿질 않았다. 그때부터였다, 남동생을 필사적으로 찾아 헤멘것은. 더이상 어린아이도 아닌 동생이었지만, 형으로서 동생을 지켜주기 위해 같이 있고 싶었다. 살기위해 사는게 아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산다는 어떤 자긍심이 필요했던걸지도 모른다. 타이가를 찾겠다는 목적은 목표가 되어줬고 힘든일이 있어도 비참하다는 생각을 덜어줬다. 그리고 지금은, 그저 비참했다. 그것은 눈앞에 있는 잔인한 남자때문이 아니었다.
타이가를 만나더라도, 해줄말이 없어져버렸기 때문이었다. 같이 힘내서 살아가자, 힘든일이 있으면 내가 도와줄게,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언제나 여유를 가지는 자기자신과 그런 자기를 순수하게 애경하던 동생. 어쩌면 기억이 미화된걸지도 모른다. 타이가는 마지막으로 봤을무렵 히무로와 키도 비슷했고 덩치도 비슷했다. 현재 자기가 도움을 주긴커녕, 되려 도움받아야 할 상황이다. 그리고 무슨일이 있어도 타이가에게 '도와줘'라 말하는건 상상이 되지않았다. 어떤일을 당했는지 알릴수도 없었다. 이런 와중에, 극적으로 만난들, 어떤 기쁨이 있을까.
손에 쥔 나이프가 뭉툭해보였다. 하지만 죽은 고기를 썰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나이프의 은빛을 멍하니 바라보는 와중에, 결국 무라사키바라가 참지못하고 한마디 해버렸다.
다른거 시킬까? 그말에 흠칫하고 고개를 들자, 이미 자기몫의 메인디쉬를 흔적도없이 처리하고 부루퉁하게 이쪽을 보는 무라사키바라가 있었다. 뒷쪽에 있는 급사가, 빨리 다음요리를 내오고 싶은데 식사가 중단되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잠시 눈을 깜박거리다가,반정도 남은 스테이크 접시위에 식기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웨이터가 그제야 접시를 치워갔다. 다음 디저트가 차례대로 나왔고, 다시 앞은 진수성찬이 되었다. 풀코스, 같은건 진심으로 오랫만이었다. 지금상황에선 전혀 반갑지도 않았지만.
케이크고 과일이고 손댈 기미가 없자, 무라사키바라는 다시 불안해졌다.
최대한 원하는대로 해주고 절대 화내지 말것, 이란 키세의 충고를 따르다보니, 한마디도 못하고 있었다. 무슨말을 하든 지금은 전부 방어적으로 반응을 보여서, 별로 길지않은 자기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맞은편에 앉아있는 히무로는, 제대로 갖춰입고 있으니까 사실 키세보다도 더 모델처럼 보였다. 지나가는 여성객들이 흘금거리는 반응만 봐도 그랬다. 머리를 깔끔하게 넘겼다면 사업가로도 보였을것이다. 아오미네나 자기는 흉내낼수 없는, 잘 자란 분위기가 서려있었다. 집이 망하기 전까진 그럭저럭 살았다고 들었으니, 그럴법도 한가. 딱히 화가났거나 힘든일은 없어보이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이 얼굴을 좋아했다. 예의 그 온화한 미소를 지어준다면 좋을텐데. 지금 그걸 요구하는건 상당히 억지라는건 알고있었지만, 아까전의 그런 공포에 찬 표정을 짓지 않는것에 일단은 만족했다. 다시 생각할수록, 마음 어딘지 모를 부분이 찌릿거렸다.
더이상 안먹을거야? 그렇게 묻자,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답도 안해주는건가. 그래도 참아야지. 그럼 먼저 올라갈래? 당신 방은 따로 잡아놨으니까. 그 말에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건 무라사키바라의 생각이었다. 같은 방을 쓰면 계속 흠칫거릴거라 생각하니, 차라리 잠깐 얼굴 안보는게 나을듯 해서다. 개인카드로 결제해서 그다지 비싼방은 아니었지만.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서 테이블위에 놓고 손가락으로 튕겼다. 열쇠가 슥 날라가서 접시에 부딫혔다. 히무로가 잠시 그걸 보더니, 손가락으로 집어들었다.
가서 쉬어. 나도 걍 쉴거니까. 그렇게 말하고 반응을 기다렸다. 히무로는 소리없이 의자를 밀고 일어서더니, 물잔을 집어서 전부 마신후 테이블에 내려놨다. ...알았어. 그렇게 작게 대답하고, 발걸음을 옳겼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지나가는 몇몇 손님들이 곁눈질로 지켜봤다. 어떤 테이블에선 대놓고 여성객들이 흘금거리며 소근거리고 있었다.
무라사키바라는 남은 자기의 디저트와, 히무로 분의 디저트까지 전부 자기가 먹고 샤베트까지 두개 다 먹은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보니, 아까 소파를 부숴놨지. 벌써 미도칭귀에 들어갔을라나.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약 이틀동안, 둘은 식사시간 외엔 만나지 않았다. 아침은 룸서비스로 배달이 되고, 점심과 저녁 먹을때 무라사키바라가 먼저 찾아와서 부르면 히무로는 저항없이 따라나갔다. 식사를 마치면 각자 방으로 돌아갔고, 여전히 호텔밖으론 나갈 수 없었지만 호텔시설이 워낙 고급이라 지루하진 않았다. 무라사키바라는 원래 돌아다니는걸 별로 안좋아해서 서비스로 나오는 과자를 야금야금 축내며 빈둥거릴수 있어서 좋았다. 히무로가 식사시간 외에 무엇을 하고있을지, 사실은 정말정말정말 궁금했지만 자극을 주지않으려고 최대한 참는중이었다. 사실 밤에 잠 안올땐 더 그랬다.
그래도 방을 따로 써서 거리를 두자, 히무로가 조금이나마 여유를 찾는듯했다. 묻는 말엔 대답을 해줬고 식사량도 첫날 절반도 못먹은거에 비하면 조금씩 늘어갔다. 여전히 초췌하고 시선을 제대로 못맞췄지만 부르는 소리에 움찔거리진 않았다. 저녁땐 식사하고 혼자서 당구를 치러 가기도 했다. 당구 쳤었나, 처음듣는 정보였다. 부하에게 물어보자 돈을 건 게임을 다 쓸어갔다고 했다. 돈이 생겼나, 혹시 호텔에서 빠져나갈려고 그러나 싶어서 현관쪽에 경계를 세웠지만 딱히 그런움직임은 없어보였다. 그렇게 삼일째 점심 이후 방에서 널따란 티비를 보며 과자를 축내던중 방문자가 왔다.
막연히 미도리마나 키세라고 생각했지만, 상대는 아오미네였다. 아오미네는 별다른 안부를 묻는것도 없이, 미도리마가, 하곤 서류봉투를 던졌다. 받고나자 아오미네는 급하다고 하며 그냥 돌아서서 갔다. 미네칭, 뭐하는데~?하고 묻자, 아오미네는 돌아보지 않고 짧게 한마디만 했다. 테츠, 흔적을 찾았어. 그 말만 하고 사라졌다.
아라라. 몇년전에 사라진 쿠로코에 대해 무라사키바라는 무심했다. 같이있을땐 나름 친했지만 탁 털어놓을 사이는 아니었고 사라진 지금은 배신자라기 보단 그냥 사라진 고양이정도의 인식밖에 없었다. 아오미네는 인상만 쓰고 찾아다니지만, 무라사키바라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지금 최대의 관심사는, 다름아닌 히무로 한명 뿐이었으니까.
손에 쥐어진 봉투를 열자, 예의 남동생 찾기 서류가 나왔다. 이번엔 좀더 두꺼웠다. 사진도 두어장 있었다. 내일 전해줄까, 하다가 만날 구실이 생겼으니 찾아가기로 했다. 보면 좀 나아질려나.
하지만 그런 한편, 손안의 이걸 죄다 찢어서 쓰레기통에 처박고 모른척하고싶다는 충동도 강하게 올라왔다.
히무로의 방으로 갈려다가, 혹시 다른곳에 가있나 싶어서 지하 도박장에 먼저 가봤다.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를 살살 타고있어서 경찰이라도 떴다간 위험해지는 장소였다. 입구에서 신분확인을 하는데 무라사키바라는 그냥 통과했고, 들어가서 슥 흝어보자 구석 당구대에 여러사람 모여있는게 보였다. 하지만 히무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방에있나 생각하다가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했다. 바에서 남자 몇명과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면식은 없어보였지만 술이 들어갔는데 뭐라뭐라 떠들고 있었고, 남자가 태연하게 어깨를 잡으면서 뭐라고 하자, 박장대소를 했다.
내 앞에선 웃지도 않고 시선도 맞추지 못하더니, 다른 모르는 사람앞에선 술들어가니까 편하게 웃는구나, 이상하게 거기에서 화가 나진 않았다. 웃을수 있을만큼 회복이 된건가, 그런생각을 하며 등뒤로 다가갔다. 덩치큰 남자가 다가가자 옆에있던 남자들이 시선을 보냈고, 히무로도 고개를 돌렸다. 일순 웃는얼굴인채로 굳었다- 싶었지만, 그전에 선수를 쳤다.
이거, 당신이 부탁했던거. 그렇게 말하며 서류봉투를 흔들자, 거기에 반응을 보였다. 주머니에서 지폐를 몇장 꺼내더니 올려놓고 일어나는걸 보고, 뒤돌아서 앞장서갔다. 흘금 뒤돌아보니, 히무로가 긴장된 표정으로 따라오고 있었고 그 뒤로 자기들끼리 수근거리는 남자들이 보였다. 그냥 손님일수도 있겠지만, 오지랖일수도 있겠지만 감시해볼까. 입구에 있는 조직원에게 몇마디 하고 나가자 히무로가 계속 따라왔다. 원래, 여기서 봉투만 건네주고 방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기분이 바뀌어서, 끝까지 건네주지 않은채 히무로의 방까지 갔다. 뒤따라오는 걸음걸이에 별다른건 느끼지 못했다.
등급이 낮은 플로어에 내려서, 히무로가 열쇠를 꺼내 문을열고 들어가자 무라사키바라에겐 좁게 느껴지는 방이 나타났다.. 방에 들어서서 소파에 털썩 앉은다음 서류철을 테이블위에 내려놨고, 히무로가 맞은편에 서있는채로 그걸 집어서 내용물을 꺼냈다. 안에 뭐라고 되어있는진 모르지만, 서류 몇장을 뚫어져라 읽는 모습은 어쩐지 심각해 보였다. 그리고 사진, 사진을 보자 안색이 창백해졌다.
문득 생각했다. 만일 히무로의 남동생을 찾아서 만나거나, 혹은 죽은걸 알게되었다면-어느쪽이든 무라사키바라와 몸을 섞을 이유가 없어지면, 히무로는 어떻게 될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손을 뻗어서 히무로가 들고있는 사진을 낚아채서 봤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렸다. 왜 시체사진따윌 준거야, 미도칭..... 여자의 시체였다. 히무로가 놀랄이유는 없을거같았다. 하지만 히무로가 천천히 내려놓은 서류를 집어서 읽자, 그것이 FBI의 사건보고서인걸 알수있었다.
보고서 내용은, 길고 복잡했지만 그중 히무로에게 연관있는 부분만 간추리면, 살인사건 발생 ,범인은 불명, 용의자중 한명이 '타이가' .정확한 신분불명, 주변 증언으로 이름만 확인. 대략 2년 6개월전의 보고서였다. 원한관계보단 돈을노리고 살해당한듯 하다, 시체는 방바닥에 숨겨져있어서 훼손이 심하고 어쩌고저쩌고....그리고 용의자는 그외에 3명정도 있었는데, 연령이나 신장이 비슷했다. 목격자증언에 따른 용의자색출에 걸린데다가 신분도 불문명하여 유력용의자로 조사받던중 실종, 이후 수사에 난항 어쩌고저쩌고.... 허허. 무라사키바라는 보고서를 펄럭거렸다. 이런 내용인줄 알았으면 안가져오는게 나을뻔 했다. 무로칭 동생, 어쩌면 우리쪽 사람일 가능성도 높은걸? 담엔 그쪽으로 알아보라 해야겠네. 사실상 조사한건 미도리마였지만 괜히 자기가 조사한것처럼 말했다. 이틀동안 하릴없이 뒹굴었지만말이다.
히무로는 계속 안색이 안좋았고, 시체사진때문에 비위가 상한건지 아니면 동생에 대한 충격적 사실때문인지 한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일어나기 귀찮지만, 혼자 두는게 나을법해서 허리를 들었다. 그때 히무로가 움찔하더니 뒤로 몇발자국 물러났다. 정말로 그냥 나갈려고 했지만, 그 반응에, 그럴 생각도 없었는데 그런쪽으로 오해받는게 짜증이 나서 확실히 말해둘려고 성큼성큼 다가가서 팔을 잡았다. 그리고 끌어당겨서 소파로 밀었다. 소파에 밀쳐져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표현그대로 뱀앞의 개구리처럼 굳은채 이쪽을 올려다보는것에 한숨을 쉬고 말했다.
다음에 보고서 가져오기 전까진, 안할게. 그걸로 됐지?
그걸로 되지 못한건지, 계속 경직된 표정으로 시선을 표류하는걸 보니 다시 한숨이 나왔다. 대답을 기다렸지만 입은 열리지 않았다. 인내심 인내심.... 아까전에 웃었잖아. 내 앞에선 죽어도 안된다는건가. 원하는대로 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놔줄 생각은 없었다. 만일 히무로가 원하는것이 자기가 배제되는 것이라면, 안됐지만 절대 이뤄지지 못할것이다. 키세에게 들은, '후자'의 방법으로 어떻게든 관계를 개선시켜나가고 싶었다. 어디까지나 관계하는것이 전제하였다. 관계 자체에서 고통을 느끼는것이라면- 어떻게 행동하고 배려하든 결과는 똑같은것이 아닌가?
갑자기 열받았다. 이자리에서 덮쳐서, 원하는대로 움직이고 싶었다. 히무로를 보거나 생각할때마다 묘하게 흉폭해지는 마음 어딘가를 분출해내고 싶었다. 키스하고 싶었다. 그래선 되지않을 이유란 무엇이란 말인가.
분위기가 냉랭해지며 무라사키바라의 표정이 굳는것과 반대로, 히무로는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지난 이틀동안, 어떻게든 뛰쳐나가고싶은걸 억눌렀다. 창밖만 쳐다보다가 티비를 보다가 신문을 보다가, 볼거리도 없어지자 슬그머니 플로어로 내려가서 바람을 쐬다가 도박장을 발견하고 들어가서 오랫만에 당구도 치고 갬블도 돌려봤다. 한때 딜러로도 일했던만큼 따기도 쉽게땄다. 너무 따면 주목을 받으니 딱 본전상환선까지 땄지만 그래도 기분전환은 되었다. 머리를 잠시 비우는정도였지만.
따로 방을 빼주고, 식사할때만 부르고 일체 간섭안하는것에서, 무라사키바라가 신경을 쓰고있다는건 알수있었다. 불쌍해서 봐준건가. 언제 손바닥뒤집듯 바닥을 드러낼 친절일지 모르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건 좋았다. 말을 걸때도 생각을 해서 대답할수 있었다. 손가락 닿는일도 없이 지나쳐줘서, 생리적인 공포도 조금은 가라앉았다. 이대로 영원히 마주하지 않으면 바랄일이 없었겠지만.
며칠동안 타이가에 대한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그리움 외의 감정이 조금씩 피어나는걸 인정할수가 없었고, 그것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었다. 복잡한 머리를 껴안은채 무라사키바라와 식사한후 도박장에서 우연히 동석한 남자들과 한잔씩 하고, 뉴스에 나온 농담거리를 주고받으며 본인도 이상할만큼 웃었고 덕분에 살짝 취했나 싶었을때 무라사키바라가 찾아왔다. 타이가에 대한것, 그것에 다시 관심이 돌아가자 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이상할만큼 심장이 뛰어서 억누른채 따라갔고, 예상도 못하던 충격적인 내용에 심장이 멈추는듯 했다.
아까부터 조금씩 이상했다. 별로 센걸 마시지도 않았는데 숨이 가빠져왔다. 이쪽을 보고있는 무라사키바라의 얼굴이 흐릿해졌다. 그때 그 얼굴이 이상하게 가까이 다가왔고, 놀라서 뒤로 물러서자 확 끌어당겨져서 절로 넘어졌다. 그리고 움직일수가 없었다. 며칠전에 있던, 공포가 극에 달했던 패닉상태와는 달랐다. 반대로 의식은 명료해졌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것과 반대로 호흡은 느려졌다. 손끝에서 힘이 빠졌다. 눈을 깜박거렸는데, 지독하게 느렸다.
무라사키바라가 뭐라고 말했다. 대답을 해야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안나왔다. 스스로에게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알수가 없었다. 몸 밑에 깔린 팔에서 감각이 없어졌다. 세상에서 괴리되는 느낌에,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사고만 또렷한 와중에 얼굴에 무언가 닿는게 느껴졌다. 숨은, 쉬고 있는걸까.
굳어버린채 눈만 깜박이는 히무로의 뺨을 손으로 만진건 무라사키바라였다. 그리고나서야, 이상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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