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지 Info2015. 8. 30. 20:24

더블에이스 온리 3회 수고하셨습니다!

남아있는 책들 소량 통판 받습니다. 통판기간 이후에는 외국에 가기때문에 이번이 자빙회지 마지막 통판 예정입니다 ;ㅂ;

 

기존 통판게시판이 날라간고로() ㅠ 통판은 이 페이지에서 진행합니다.

 

[통판목록]

 

 

1. 자빙 19금 단편집 [자빙반2] 90P 9000원

 

샘플: http://poussiere.tistory.com/211 (1편과 이어지는 내용 있습니다)

 

 

 

 

2. 자빙 19금 웹재록 단편집 [자빙반] 92P 9000원

->http://poussiere.tistory.com/174
 

 

 

3. 자빙화 19금 소설 [익애] -> B6 60P 5000원

http://poussiere.tistory.com/60

 

 

 

 

4.자빙 19금 오메가버스 AU소설 [돌출] 78P 8000원

 

-> http://poussiere.tistory.com/82

 


 

5. 자빙 19금 오메가버스 AU  [돌출;후] 24P 3000원

->http://poussiere.tistory.com/173 (돌출 뒷이야기 입니다)

 

 

 

 

6.자빙 전연령[ mouth to mouth ] 120P 10000원

->http://poussiere.tistory.com/172

 

 

 

[배송료]

 

 일괄 3000원. 그 이상은 제쪽에서 부담하겠습니다 :)

 

[통판 진행 방법]

 

기간: 08.31~09.04까지 성인인증 완료

 

 

1. 통판을 원하시는 책 금액+배송료3000원을 입금해주세요

 

계좌번호

 

2.메일 plask#naver,com (#->@ ,->.)으로 생년월일 앞자리를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인증샷을 첨부파일로 넣어서

(싯구금 책에만 해당합니다) (96년생부터 구매가능. 빠른생년X)

 

[입금자명/책 번호(1~6)/받으시는 분 성함/받으실 주소/연락처/비고] 를 보내주세요.

 

3. 확인 후 09.07~09.09 사이에 배송

 

(자빙반시리즈,돌출시리즈는 재고가 없는 상태로 통판 신청분 만큼만 재판예정입니다)

 

번거로운 과정이지만 잘 부탁 드립니다!

 

Posted by 후타리
쿠로바스2014. 12. 12. 01:01

이걸 보기위해 팬북을 산거야 나는....

히무로 타츠야
신장: 183cm
체중: 70kg
생일: 10월30일(전갈자리)
혈액형: A형
좌우명: Don't expect life to be fair
좋아하는 음식: 피클
취미: 당구
특기: 저글링
잘하는과목: 수학
위원회: 학생회
가족관계: 부,모
힘들어하는것: 일본과 미국의 문화차이
특기플레이: 스톱&점프 슛
좋아하는 타입: 포용력 있는 여성
휴일을 보내는법: 해외드라마(미드)를 본다
농구를 시작한 계기: 부모님의 추천
주목하고 있는 선수: 카가미 타이가
필살기: 미라쥬 슛

능력치(10단계 평가)
신체능력: 8
기술: 10
스태미너: 9
정신력: 8
특수능력: 9

갈고닦은 초정통파 플레이
스승:알렉스가 가르친 실력자! 기본에 충실하게 연마한 기술은 [기적의세대]급! 필살기도 있으며, 요센의 승리에 큰 공헌을 한다.

[수재]의 정점이 낳은 필살기!
'동생'이자, 넘어야 할 벽인 카가미를 놀라게 한 기술. 수재가 천재에게 한방 먹인 장면으로서 뜨거운 지지가 모아졌다.

요센 고교 2학년
히무로 타츠야


<카가미에게 농구를 가르쳐 준 형님뻘. 요센에서는 무라사키바라와 같이 W에이스로 활약한다.>

Favorite: 카가미와 대조되는 존재인 히무로. 온화한 표정의 뒤에 숨겨진, 그의 비애와 열정이 많은 독자의 공감을 부르고, 눈물을 불렀다...

머리는 cool! 마음은 hot!! 마음에 담아둔 뜨거운 투지!
: 플레이에는 나타나지않지만, 마음속에는 언제나 투지를 드러낸다. 때로는 언동도 과격해진다!

미국에서 전수받은 싸움실력..?
:미소년이면서, 싸움에 익숙하다?! 그런 갭에 이끌리는 사람도 속출...!

재능의 한계를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
:농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깨달아버린 재능의 벽.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강함과 덧없음이 그의 매력.

작가의 한마디
: 안타까움이 작중 톱클래스. 그때문인가 멋지게 그릴려고 해도, 아련하게 묻어나오는 아쉬운감. 좋아.

<히무로 타츠야의 명장면 대사집>

"다음 시합에 반지를 걸어!"
: 형제의 증거가 깨어질 때. 시합중에 카가미가 히무로를 봐주었던것이 일의 시작. 히무로와 카가미의 슬픈 추억...'

"너와 나는 지금 적이다. 좀더 죽일 기세로 와라."
: 형이라는 이유로 본실력을 내지 않는 카가미에게 분노가 폭발!'형'으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싸운다!

"미라쥬슛은 누구도 깰 수 없어"
:카가미의 블록도 개의치않고 슛. 이 필살기는 히무로에게 있어서 프라이드 그 자체.

"怒りで気がヘンになるぜいいかげん…!"
(차마 할수 없는 번역...ㅜㅠ)
: 시합을 내던지려고 하는 무라사키바라를 다시 코트로 되돌린 한마디. '재능'과 '농구에의 사랑', 서로에게 결락되어있던 부분을, 두사람이 처음으로 서로 채워준 순간.

"Let me see you become the No.1 player"
"Bro."
:다시 묶어진 [형제의 증거]. 카가미의 힘을 인정하고 응원할 수 있는것은, 히무로가 인간적으로 성장한 현상.

[색남•히무로에게 배운다! Smart 인기 기술!]

1. 여성의 대우에 두근!
:미국에서 자란 탓인가, 너무 완젹한 여성의 대우! 역시 인기있는 남자는 여기서 다릅니다!
2. 돌봐주는거에 두근!
:무라사키바라의 마음속을 읽고 말을 거는 통찰력의 좋음. 여성은 친절함에 약하다!
3. 갭에 두근!
: 평소의 온화한 분위기에서, 상상할수 없는 거친 말투! M기질이 있는 여성에게는 칭찬이..?



팬들의한마디
: 그에게 있어서 행복이란...이라고 생각하면, 밤에도 잠들지못합니다.(사이타마현 B씨)
: 똑똑한거 같으면서 천연같은 부분이 좋다.(카나가와현 E씨)
: 그의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만면의 미소가 보고싶습니다. 그 노력이 보상받아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 카가미에 대한 갈등을 뛰어넘어가는 모습에 울었습니다. 계속 응원하고 있습니다!!
: 제일 좋아합니다. 프로가 되길 바랍니다-
: 세이린vs요센전 에서의 눈물에 당했습니다.

(다 똑같은 팬심ㅋㅋㅋ)

[쿠로코의 스페셜 인터뷰]
미스테리어스한 매력의 히무로군이지만, 여기서는 모든것을 낱낱이...아예, 왼쪽눈의 비밀도..?!

1. (쿠로코가 기척을 죽이고 돌연) 히무로상,2위 축하드립니다. 지금 기분은?
: 우왓!...뭐야, 놀래키지 말아줘. 2위인가..불만이 전혀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지만, 역시 기쁜 마음이 강해.

2. 자신의 제일 큰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웅......지기 싫어하는 점일까나.

3. 그럼, 이후 개선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미국에 있던 기간이 길었던 탓인가, 아직 조금 일본의 규칙이나 매너에 익숙해지지않는 부분일까나.

4. 히무로상이 가장 지고싶지 않은 상대은 누구입니까?
:타이가네. 윈터컵에서 지고, 지금의 힘의 차이를 느꼈지만, 그래도, 역시 이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5. 윈터컵을 돌아보면, 지금의 심경은?
:분하지. 다음엔 반드시 이길거야.

6. 윈터컵 뒤에, 카가미군과 알렉스상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셨나요?
: 타이가를 축복하고, 시합의 추억등을 얘기했어. 조금 흥분할뻔한 때도 있었지만, 알렉스가 저지해줬어. 그녀가 일본에 와서 다행이라고 몇번이고 말했어

7. 미국에서 니지무라상과 만났다고 하는데, 그 이후에 뭔가 있었습니까?
:아니, 없어. 어쨌든 곤란한 일이 있으면 말해달라 하고 메일주소를 교환했지만, 가끔씩 별일아닌 메일을 주고받는 정도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겠지.

8. 감춰진 왼쪽눈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있는것입니까?
:..?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왼쪽눈을 보여주면 되는건아?
(보여주자 쿠로코, 조금 눈을 크게 뜬다)

(아 뭐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겁나궁금)

9. 이후의 목표를 가르쳐주세요.
: 타이가에게 이기는것은 물론, 어떤 대회에서도 노리는것운 우승이야.

10. 팬 여러분에게 메세지 부탁드립니다.
: 고마워. 많은 사람에게 응원받아서, 정말로 해피. 다음엔 1위할수 있도록 힘낼게.

슈팅가드 2위기념 신작 일러스트
:바텐더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할수 없을만큼 바텐더복이 어울리는 히무로. 상냥한 웃음으로, 로맨틱한 칵테일을 만들어 줄거같아!]



(번역- 후탈/ 출처- 눈앞에 있는 쿠로페스 원서)
오타/오역 지적 댓글환영. 불펌 금지입니다.
ㅇㅅㅇ/

--번역후기---

히무로만 번역하는건 역시 애정ㅋㅋㅋㅋㅋ아 히무로ㅜㅠㅠㅠㅠㅠㅠㅜㅠㅠㅜㅜㅜ왈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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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코의 농구 팬북 쿠로페스! 작가 후기 번역  (0) 2014.12.11
Posted by 후타리
쿠로바스2014. 12. 11. 23:58



후기부터 읽다가 번역했습니다.

의역 직역 오역주의.

-후기

어떠셨습니까. 쿠로코의 농구 오피셜 팬북 2
쿠로페스! 뭐니해도 페스티벌입니다. 축제입니다. 게다가 만화책 최종권과 동시발매 축제입니다. 그야 뭐 텐션도 천정부지입니다.
훗훗후-!...여태까지 이런 소리 낸적 없습니다만. 뭐어 문자라면 뭐라도 할수있습니다. 그정도로 텐션 올라있기때문에. 마구 하겠습니다. "한 컷 밖에 나온적 없는 녀석까지, 어쨌든 등장인물 전원 망라한듯한 책으로 하고싶습니다!" 이 책을 만들때 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프로필등 필요한 인물을 픽업받아서, 누구좋으라고밖에 말할수밖에 없는 자잘한 인물까지 리스트에 넣어주셨습니다. 세이호의 사카모토(에...그러니까), 후쿠다종합학원의 모치즈키군(...아-있었던듯), 라쿠잔의 00군(아슬 기억함) 그리고 00의 이케다감독(...누구?)
....아니 진짜로, 누구야 이녀석?! 이케다?? 있었나?? 말해봤자 작가이고, 한컷이라도 그렸다면 일단 기억하고있을터지만...? 그래서 초조해져서 찾아봤더니, 안그렸어!!!! 본편에 얼굴도 이름도 나오지않았어!!! 저번의 팬북에서 이름만 나왔던 사람이라고! 너무 찾았어요 리스트 만들어준 출판사의 시미즈상! 위키에서 검색했다고요! 암만 그래도 이케다상은 매니악함조차 뛰어넘어서 흥미가 있는 사람이 전무하다고 단언할수 있기에, 컷트했습니다.

그런 느낌으로 그외에도 기획이 넘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죽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죽는다면 진정으로 바라는것입니다. 사실은 조금 진짜로. 뭐니해도
만화책 최종권과 이 책이 나올수 있다면, 더이상 미련을 남길것이 없습니다.
이후 조금이라도 뒷이야기를 그리거나 하지만,그것은 단순히 그리고싶으니까 이지, 그리지않으면 안돼는 이야기와는 다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게 된 이상 전력으로 할 예정입니다. 나중에 즐겨주세요. 그 외에도 애니메이션이나 이벤트 등 쿠로코의 농구의 세계는 계속돼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후지마키 타다토시

(번역- 후탈/ 오역지적은 댓글환영/ 오타난채로 퍼가면 좀그럴걸)

Posted by 후타리
하이큐!2014. 12. 2. 23:14


우시오이 미래날조.
우시>>>오이.
이와이즈미 사망네타 주의, 오이카와 부상네타 주의. 암울함.
카게야마 미래날조 나옵니다. 카게야마 많이 나옴.
--------------



오이카와는 우시지마가 나타날때마다 마음속의 동요를 억누른다.
더이상 오지 않겠다는 종언을 기다리고, 또 각오하며, 그 입술이 열리고 말하기를 주저하는 기색이 있는지를 살피지만 저번에도, 저저번에도 그 입술은 열리는 일 없이 그저 다가와서 호흡을 약간 방해할 뿐이었다.
그리고 몇 초 후에 건네오는 말은 타성에 젖은 위선자의 말. 잘 있었나, 약은 먹었나, 몸은 좀 어떤가, 등등. 대답할 가치가 없지만 자신 또한 타성에 젖어서 대답한다. 무성의하게, 최소한의 대화를 주고받은 뒤에는 약속이나 한 듯 침대로 가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었다.
가지 않을 때는,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거나 물을 끓여서 머그잔에 차를 태우고 마찬가지로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신다. 카페인이 없는 허브티.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다. 맛도 향도 없는것을 천천히 마시는 우시지마에게, 오이카와는 시선을 두지 않는다.
주고받을 대화는 아무것도 없다. 침묵 대신 바보같이 시끄러운 버라이어티 방송을 선택하지만, 그조차도 이내 질려버린다.

오이카와는 이 남자에게 묻고싶은게 없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시합을 뛴다든지, 인터뷰가 방송에 나온다든지로 싫어도 접하지만 즉시 채널을 돌림으로서 정보를 거절했다. 우시지마는 자기 이야기를 떠벌리는 남자가 아니었지만, 오이카와가 무언가를 물으면 아마 답을 해 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성실하게.

그래서 오이카와는 우시지마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상황이 변하는 것을, 아니면 우시지마가 변하는 것을.
예를 들면, 결혼하게 되어서 더이상 이런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그런 변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젠가 그럴것이라고, 가까운 시일은 아니라도 이 관계가 십년넘게 이어지지 않을거라고. 우시지마는 자신이 받는 만큼의 돈과 관심을 가족과 대중 앞에 보여야 하고, 집안에서는 결혼을 부추길것이다.
언제까지 자신에게 집착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때가 오면, 그러면.....

그 때가 우시지마의 입으로 고해지는 날을, 오이카와는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그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주고받을 단어 없이 넓은 화면만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는 시간조차 쓰레기 이외의 가치는 없었다. 오이카와는 먼저 일어나서 침실에 들어갔다. 오른쪽 어깨에 닿지 않게 몸을 눕히고 천장을 멍하게 올려다 본다. 우시지마는 먼저 샤워를 할 생각인지, TV가 꺼진 거실을 통해 물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점심에 주변을 한바퀴 돌고 들어와서 약간의 근력 운동을 하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해서 버린 다음 편의점에 갔다와서 샤워를 했다. 우시지마가 오지 않았다면 그저 그렇게 잠들었을 하루가, 또 한번 더 샤워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안겨준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듯 숨을 고른다. 얼마 안 있어 깨어나겠지만, 하기에 앞서 감히 잠들려고 했다는 어이없음을 우시지마에게 안겨주고 싶었다.


대체 어디가 그렇게 좋아서 이토록 물어뜯고 핥는것일까. 호흡을 가다듬느라 들썩거리는 가슴위의 근육에 잇자국이 몇번이고 새겨진다. 오이카와는 시트를 움켜쥐고, 우시지마의 뒤로 보이는 천장에 집중했다. 흔들거리고, 점멸한다. 들어올때 불을 끄고 들어오면 좋았을건데, 하염없이 천장을 올려다보니 눈이 부셨다. 그렇다고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볼 수가 없어서 더 싫은 기분이 들었다. 눈살을 한껏 찌푸리고 빛을 적게 받아들이려 했지만, 그때 한번 더 박차를 가하는 움직임에 저도 모르게 눈을 부릅떠버린다.
벌어진 입에서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탁 놓는 숨소리만 거칠게 반복하고, 몸이 점점 위로 쳐올라가는게 빨라져서 미끄러질것 같아 불편함은 가중되었다. 허벅지 양쪽이 붙잡혀 있으니 그야 풀려나진 않겠지만, 불안했다. 베개에 목까지 파묻혀서, 침대 머리에 머리끝이 닿을것처럼 계속해서 처박혀갔다.
그만, 하고 말하지만 늘 그렇듯이 들어먹을 귀는 가지고 있지 않나보다. 오른팔을 어깨 위로 들어올리지 못하는 지금의 오이카와로선 한쪽 팔로 몸을 지탱하는것도 버거웠다.
대체 언제 끝나는걸까, 이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감정의 홍수는, 언제까지 사방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을것인가. 살기 위해 허우적거렸다. 시트를 움켜쥐다가 미끄러진 왼손이 거칠게 밀려오는 육체를 가로막는다. 원래도 이길 수 없었지만, 한번 버릴려 했던 자신의 몸과 이제는 비교도 안될만큼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상반신이 피부 위로 느껴진다.

뜨거웠다.
움직이고 땀을 흘리는 뜨거운 생명이 자신의 몸과 이어져서 끊임없이 밀고 들어오는 이 과정에서 언젠가 벗어나는 그 날을 그저 기다리며, 눈꺼풀을 완전히 닫은 후 자신의 손을 맞잡는 우시지마의 뜨거운 손을 끌어당겨서 얼굴에 접촉시켰다.
오이카와가 우시지마에게 유일하게 갈구하는 것은, 그 손의 온도 뿐이었다.


"오이카와, 이게 뭐지?"

비척비척 샤워를 하고 침대로 돌아온 오이카와 앞에, 우시지마가 무언가를 내밀었다. 서랍속에 처박아 두었을 플라스틱 병이 뚜껑이 열려서 침대 위에 나뒹굴고 있는걸 보고, 오이카와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병원에서, 받은 거."
"이건 아무 표시도 없는것인데."

우시지마가 손바닥 위에 올려둔 것은 하얀 알약이었다. 일부러 눈에 안 띄게 넣어둔 걸 자기 멋대로 뒤져서 찾아낸 그 행동에 오이카와는 약간 짜증이 밀려오는걸 느꼈다.

"따로 받은거야. 잠 안오면 먹는거."
"불면증이라도 있나?"
"가끔."
"왜 말 안했지?"

집요하다. 너에 대한걸 전부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저 말투가 나오면 대화가 길어진다는 건 경험상 짐작할 수 있었다.

"따뜻한 우유 마시고 반신욕 하면 잠 잘 오거든. 그건 혹시 몰라서 그냥 받아둔거야. 그런거까지 말할 필요가 있어?"
"말 해. 어떤 거라도. 전부."
"................"

오이카와는 입을 앙다물고 우시지마 옆을 지나쳐서 다시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얘기가 길어지는건 사양하고 싶었다. 머리 위까지 덮어 쓴 이불 틈새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약을 다시 확인해보고 있는것일까. 말한 대로 잘 챙겨먹는지? 자신이 모르는 증세가 나타난건 아닌지? 잠시 뒤에야, 불이 꺼지고 침대에 육중한 무게가 올라와서 흔들거렸다. 오이카와는 허공을 깜박거렸다. 나른하고, 오늘은 빨리 자고 싶을 뿐이었다.

"일주일정도 못올거 같아."

그런 말을 들은 듯하다.
눈을 감았다.




우시지마가 찾아오지 않은 밤에는,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서 가볍게 로드워킹을 하곤 했다. 사람이 드문 길을 그다지 빠르지 않운 속도로 달리고, 그저 달렸다.
차가운 공기에 닿는 코끝과 그것을 마신 기도가 따갑다. 그렇지만 어지간해서는 매일, 시간대에 상관 없이 달리는것이 일상이었다. 물론 그 기반에는 우시지마가 몸에 새겨넣은 교육이 있었다. 그 생각을 하지 않기위해 속도를 높이다보니 어느새 해가 완전히 떠올라 있었다.
멈춰서 숨을 고르는 오이카와 뒤로 자전거를 탄 학생 몇명이 지나간다. 샐러리맨도 출근을 한다. 우시지마는 뭔 일인지 몰라도 일주일동안 바쁘게 지낸다. 그 모든 일상 속에 오이카와는 혼자 멈춰있었다.

-대체, 무슨 의미를 가져야 하는걸까.

그의 죽음은 단순히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친구의 불행 이상의 충격을 오이카와에게 주고, 더 큰것을 가져가 버렸다. 오이카와의 삶의 대부분을 통째로 도려내버린듯 날아가버린 공백은 계속해서 함정처럼 발밑에 도사리고 언제 빠질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느때와 다름 없었던 일상을 칼로 잘라내서 그 뒤의 악몽을 접붙인것처럼 살고있는 지금의 오이카와에게는 불면증 같은건 사치였다. 하염없이 가라앉는 그 공백에 더이상 빠져들어가지 못하도록 팔다리에 못을 박는 것이 우시지마의 손이라면, 그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누구의 손일까. 차갑고 차가웠던, 굳어있던 그 손은.

-오이카와.

"...아."

어느새 멍하게 서있는 자기를 주변에서 흘금거리는 것을 깨닫고, 오이카와는 코를 한번 훌쩍거리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집에 두고 온 약을 생각했다.
우시지마에게 수면제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병원에서 받아온 약이 아니었다.
정말로 우연히 구하게 된, 말 그대로의 '약'이었다. 우울하고 기운이 없을때 기분을 좋게 해준다며 누군가가 구해준 그 약을, 먹지도 않고 그저 보관만 하고 있었다. 오이카와처럼 몸을 다친 선수나 사고를 겪은 연예인들이 복용한다고 하는, 찾아보지 않아도 별로 좋은 약은 아니라는건 짐작할 수 있었다.
이거 한알로 이 미칠듯한 기분을 잠재울수 있다니. 그런 좋은것을 어째서 병원에서 내주지 않는걸까? 그래서 방구석에 처박아 뒀다. 우시지마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것은,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에서였다.

-오이카와, 내일.....

"아니,아니야."

도망치고 있는것이 아닐까. 직시하고 싶지 않은 어떤것에서.
두려웠다. 그날 죽어버리지 않은 것을 더이상 견달수 없어지는 그 날이. 그것이 우시지마라는 감옥안에 있을 때일지, 아니면 풀려난 뒤일지 그것도 두려웠다.
혐오뿐이라 해도 결국은 그 남자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화가 났을땐 지독한 처사를 당할지언정 오이카와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주시하고 이상을 알아채려 하고있는 그 의지는 가볍게 볼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시지마는 결국 타인이었다. 그리고, 예전부터 그러했듯 지독하게 둔감했다.

-오이카와, 내일 어쩌면.....

머릿속에서 나에게 말을 거는 이 목소리를 떨쳐낼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러고싶지 않은게 사실이었다. 이제는 들을 수 없는 그 목소리가 대체 무엇을 전하고 싶어하는지, 그 뒤를 들을 수가 없었다.
도망치기 위해 달리던 그 끝은 준비된 함정을 펼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 또한, 운명의 장난인것일까.

"오이카와 선배."


오이카와는 발걸음을 멈췄다. 광장히,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계속 자기를 부르는 그 목소리에 오버랩되었다. 고개를 돌리자, 자기처럼 달리는 복장을 하고 있는 기억속에 선명한 어느 후배의 얼굴이 시야에 성큼 들어왔다.

"...토비오?"
"오랜만입니다, 어, 오이카와 선배."

기억보다도 조금 낮아진 목소리. 그리고 거의 같아진 눈높이. 조금 순해진거 같은 눈매. 말 그대로 오랜만이었다. 거의 3년만의 재회였다.
토비오가 어디서 살았지? 내가 사는 곳에서 달려갈 만큼 가까운건가? 어째서 이런곳에서 마주치는걸까. 그 생각을 하는것과 동시에, 반갑지 않은 감정만 치솟아 올랐다.

"응. 오랜만이네. 그럼."

마주쳐서 반가울것도 없는 2순위의 사람에게 줄 시간은 없이 그저 지나칠려 하는 그 뒤를 카게야마가 따라붙었다.

"오이카와 선배,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왜? 제 갈길 가지?"
"잠깐만..."
"안부를 묻는다거나 명복을 빈다거나 둘중 하나면 안들어줄거야."

뒤도 안돌아보고 달리려 했지만, 속도를 높인 카게야마가 앞을 가로막았다.

"얘기를 좀 들어주세요!"
"싫다고! "

어쩐지 옛날처럼 실랑이를 벌이면서, 카게야마를 피해서 갈려고 했지만 계속 붙잡혔다. 오이카와는 빨리 돌아가서 쉬고싶은 마음 뿐이었다.

"토비오, 진짜 끈질기네! 난 이제 니가 뭐하든 관계없는 사람이니까, 제발 좀 비켜줄래?"
"상관 없지 않잖아요, 저한테는...!"

가까이 다가오자, 어쩐지 자기보다 좀 더 커진거 같다는 불쾌감이 더 커졌다.

".....뭐야."
"그냥.... 얘기만 하고 싶어서 그래요."

카게야마에게 붙잡힌 팔은 들어서 뿌리치기 힘든 쪽의 팔이었다. 힘겨루기로 진 적은 없었는데, 치사하다는 생각이 찌푸린 오이카와의 얼굴을 같은 눈높이에서 직시하는 앳된 후배의 얼굴은 사뭇 긴장해 있었다.




카게야마가 사는 곳은 의외로 좋은 아파트였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가 실업팀에 들어간다는 소문을 들었던걸 기억했지만, 어째서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보다 어째서 이녀석의 집에 자기가 발을 들이는건지, 따라와 놓고도 이상했다. 한참을 달린 만큼 목도 마르고 떨어진 체력에 힘도 들어서 쉬고 싶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카게야마의 집은 선택지에 들어가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거실에 들어가자 마자,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소파 밑에 손을 넣는 카게야마를 보고 멀뚱히 서버렸다.

"...좀 나오...또 물었어!"
"토비오, 뭐하는거야?"
"고양이가..."

잠시 뒤 카게야마의 손에 말 그대로 고양이 한마리가 잡혀서 끌려나왔다. 얼룩덜룩한 주황색 무늬의 작은 새끼가 커다란 손 안에 잡혀서 심하게 하악거리고 있었고, 카게야마도 고양이를 노려보며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고양이는 작은 이빨로 손을 마구 물었고, 카게야마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져 갔다. 결국 손을 놓자, 순식간에 다시 소파 밑으로 기어들어가 버린다.
좌절, 이란 단어가 그려지는 카게야마의 어깨에 오이카와는 피식 웃고말았다.

"너 여전히 동물한테 인기가 없나봐?"
"...알면서 묻지말아주세요."
"그거 키우는거?"
"애완동물로 키우면 좀 친해질거라고...."

효과는 없나보다. 오이카와는 자기가 왜 여기 있는지도 일순 잊고 신나게 비웃어줬다. 덩치는 자랐어도 변함없는 부분은 많았다.

"걔 이름이 뭐야?"
"카레."
"처음부터 잘못했네, 토비오가 잘못했어."




오이카와는 고양이가 숨어있는 소파 위에 앉았고, 카게야마는 차 대신 냉장고에서 스포츠 드링크 두개를 꺼내들고 옆에 앉아서 그걸 내밀었다. 찬 공기를 마신 뒤에 차가운 음료라니, 더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
잠깐 침묵이 흐른 뒤에, 카게야마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 듣기 싫다고 하셨지만, 조의를 표합니다."
"응."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줄은..."
"응."
"......."
"........"

오이카와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귀로만 위로를 들었다. 아마도 집에 틀어박히기 전에 무수리 말해졌을 진심어린 위로들은 무엇 하나 와닿지 않았기에 기억에 남아있지도 않았다.
며칠 이어진 장례에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지만 오이카와는 그 자리에 나올 수 없었다. 그 뒤로 고향 친구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돌아갔다. 오이카와보다 더 슬퍼할 터인 그의 부모님들도 제대로 만날 수 없었다. 자기가 죽어야만 이 악몽이 끝날거 같아서, 그래서...

"오이카와선배."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역시 토비오는 만나는게 아니었어. 오이카와는 후회했다. 아침에 나오지 않을걸. 도중에 그만 돌아갈걸. 만났어도 모른척 할걸.

"아니."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려 하자, 카게야마가 붙잡는다.

"묻고싶은게 호기심 충족을 위해서라면 난 대답할거 없으니까, 돌아갈래."
"오이카와 선배, 그런게 아니라 정말로,"
"놔줄래? 지금 잡고있는 팔, 아프거든."

카게야마가 앗 하는 표정으로 손을 놓는다. 그 태도가, 약한것을 조심스레 다루는 기색을 느껴버린다. 불쾌하고, 속에서 이제 잊었다고 생각했던 검은 무언가가 오랜만에 밀려올라왔다.

"어차피 관계자들한테 소문은 다 났을거고? 내 어깨, 어떻게 변한건지 궁금한거지? 보여줄까?"
"아뇨, 전 정말로.."

당황해서 일그러지는 얼굴이 우스웠다. 오이카와는 무표정으로, 걸치고 있는 트레이닝복을 벗기 시작했다. 추워서 덧입은 이너웨어 밑으로 손을 넣어서 끌어 올리자 카게야마가 저지했다.

"정말로....그런게 아니에요, 일부러 그러지 말아주세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진지한 얼굴에, 오이카와도 손을 멈췄다. 약간 머리가 식었다. 생각해보니 지금 홧김에 옷을 벗어서 보이면 아직 남아있는 흔적도 보여버린다. 그렇다고 이대로 건방진 후배의 말을 순순히 듣는것도 못마땅한 그때, 발 밑에 무언가 닿아서 화들짝 놀라버렸다.

"어?"

오이카와가 발치를 보자 카게야마도 덩달아서 시선을 따라간다. 거기에는, 오이카와의 발목에 이주 친근하게 몸을 비비는 작은 털뭉치가 있었다.
냐옹, 하는 애교있는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배신자."
"아기한테 무슨 험한 말 쓰는거야, 토비오쨩."
"나한테는, 한번도...."

오이카와의 손바닥 밑에서 골골거리는 고양이를 전에 없이 억울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카게야마의 진심어린 원망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덕분에 험악하게 구를뻔한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졌다.

"오이카와선배,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수를 쓴겁니까. 가르쳐주세요."
"싫어. 동물은 본능적으로 좋은 사람을 느낀다고 그냥."
" 그럼 왜 오이카와 선배를 따르는거죠? 말이 안돼잖아!"

어쩌겠어, 하고 웃자, 카게야마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당황한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굳어있는 얼굴이 사뭇 의외다.
생각해보면, 옛날처럼 날을 세우고 대할 필요는 없어져버렸다. 카게야마는 더이상 오이카와의 라이벌이 아니었다. 그 무대에서 오이카와는 사라져 버렸으니까.
오이카와는 자기가 다른 감정 없이 카게야마를 대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결국, 주고받은건 근황이었다. 카게야마는 은퇴한 오이카와의 근황을 물었고, 오이카와는 우시지마에 관련된 부분만 빼고 적당히 대답해주었다. 카게야마는 실업팀에서 꾸준히 시합에 나갔고, 최근들어 혼자 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기에 관한건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았다.

"그럼 어깨는, 앞으로 얼마나 더 치료해야..."
"몇년은 계속, 꾸준히. 지겨워 정말."
"....빨리 완치하길 바랄게요."

완치해도 의미가 없어, 그런 말은 하지 않고, 오이카와는 고양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슬슬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응. 그럼 난 가볼게."
"벌써요?"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솔직히 오늘은 좀 무리해서 달렸고. 집에 초대해줘서 고마웠어, 토비오쨩. 오랜만에 얘기도 나눴고. 나름 재밌었어. "

현관을 나서는 오이카와의 뒤를 카게야마가 따라나선다. 마중하러 나오지 않아도 괜찮은데, 라고 말했지만 바래다 준다고 기어코 따라나선다.

아까보다 더 쌀쌀하게 부는 바람에 코끝이 찡해서 몸을 움츠린채 나란히 걸어가던 도중, 카게야마가 멈춰선다.

"오이카와 선배."
"응, 고마워. 그럼 안녕."
"...저, 만났어요. 그 전날에."

전날에? 오이카와는 한발짝 내딛은 채로 고개를 돌렸다.

"누굴 만나?"
"이와이즈미 선배, 만났어요. 우연히."




-어제 카게야마 만났어, 우연히.


"오랜만에 만나서 인사했는데, 저한테 묻고 싶은게 있다고."


-아니, 그냥 인사만 하고 헤어졌어. 너보다 더 키 커진거 같더라.


"나중에 누가 물어도, 특히 오이카와 선배가 물어보면 반드시 모른척 해달라고 했어요. 당분간은 비밀로 하고싶다고."


-야, 오이카와! 이 길이 아니라고! 내려봐, 내가 운전한다. 불만이라도 있냐.


"그 뒤에, 그런 일이 일어날줄은.... 믿겨지지 않아서, 계속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도착하면 깨워줄거니까 자고 있어. 특별 서비스다. 어디 가는진 가보면 알아.
-많이 피곤하냐? 체력 보존해라, 무리하지 말고. 다치기라도 하면 확 패버린다. 내가 언제까지 너한테 이런 소리 해야하냐 진짜.


"계속...오이카와 선배에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하는 말은 듣기싫어 하는거 아니까, 말해도 괜찮을지 이런거 계속 생각했지만."


-계속 같이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말야.
-취미로 계속 하는것과 일로 계속 하는건 다르지. 각자의 선택이니까.
-너 말야.


"이와이즈미 선배, 저희 실업팀의 스포츠 에이전시에 취직했다고 하셨어요. 이제 도쿄에서 일할거라고,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제가 속한 팀과 같은 소속이라서 금방 알게 될 거니까 대신 주변에 말하지 말아달라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일을 저지르면 어쩔거냐? 아니, 바보같은 소리 말고! 여자 임신시킨거 아니라고! 진지하게! 왜 그랬어? 하고 화낼만한 짓을 하면.


"왜 오이카와 선배의 팀에 가지 않았냐고 물으니까, 처음엔 힘들겠지만 일이 익숙해져서 경력이 쌓인 뒤에 정말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생겼을 때 이직할거라고. 한번쯤 나한테 뒤통수 맞아봐야 한다고, 웃었어요. "


- 날 원망할지도 모르고, 그놈의 초절정신뢰관계를 깨버릴지도 모르는 짓을 내가 하면, 날 싫어할거냐?


"그래서, 저희 팀 일정과 숙소위치를 묻고, 다음 시즌부터 같은 팀이니까 잘 부탁한다고 웃고...... 헤어졌어요."

- 안 깨져?
- 장담할 수 있냐? 정말로?
- 아니, 곧 알게 될거야. 말 안해. 그 날이 와도 그땐 날 원망하지 마라.
- 안 한다고.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오이카와 선배가 알고 계셨을지 모르겠지만.......그래도, 이와이즈미 선배가 한 얘기는 전하고 싶었어요."



- 확실한건, 좀 더 자주 네 면상을 보게 될거라는거다. 솔직히 좀 지긋지긋하다, 기껏 떨어져서 살아가나 했더니.

-나도 포기할줄을 모르니까, 너보다 더.


"이와이즈미 선배는, 오이카와 선배와 같이....."


-각오하고 있어라, 오이카와.






-오이카와.










"이와쨩."



처음부터 발 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순간 급속도로 주변이 어두워져 갔다. 이곳에 발을 붙이고 서 있을 의미가 없다는걸 깨닫는다. 처음부터 서 있질 않았으니까.
숨을 쉬고 있었던가? 호흡이 가빠졌다. 그동안 살아있다고 착각했던 것 뿐이었다.


-왜, 나만 혼자 남아있는거지?

이상했다. 이상하잖아. 여기 있을게 아니잖아.
어디로 가야하지?

-아.

손이 보인다. 익숙한 손. 어릴때부터 옆에 있었더, 거칠지만 따뜻한 손.

주저 없이 그 손을 잡는다.





얼음을 베어 만든 듯, 차가웠다.


"오이카와 선배!!!!!"


차가운 길바닥 위에, 카게야마가 내지르는 소리가 닿기 직전에 오이카와의 몸이 허물어져 내렸다.



Posted by 후타리
2014. 11. 25. 01:58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하이큐!2014. 11. 25. 01:57

합작 신청했습니다.

주제는 [비행기]입니다.

같이 제출한 19금 합작 [허물]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만 이것만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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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오이 합작
[비행기]


“창가 쪽 A, B열로 하시겠어요?”
“그럼 그걸로....”
“아뇨, 따로 떨어진 자리로 해주세요.”
“.........”

수속 중이던 직원이 어떻게 하시겠어요, 하는 미묘하게 굳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우시지마는 오이카와의 옆모습을 노려봤지만, 오이카와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일행 분 아니세요?”
“아니에요~ 그냥 공항까진 같이 온 거.”
“일행 맞습니다.”

우시지마는 수속 카운트에 몸을 기대고 있는 오이카와를 옆으로 밀치고 여권 두 개를 내밀었다. 기내 수화물을 벨트 위에 올려서 무게를 재고, 같은 텍이 붙여지는걸 확인했다. 오이카와가 한발 물러서서 팔짱을 끼고 영 못마땅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지만 무시하고, 창가자리와 그 옆자리로 배정된 티켓 두 개와 여권을 받아들고 출구로 몸을 향했다. 한참 늘어선 대기줄을 뒤로 하고 출국수속을 하러 성큼성큼 걸어가는 우시지마의 팔을, 뒤에서 오이카와가 당겼다.

“아직 시간 두 시간도 넘게 남았잖아? 왜 그렇게 서둘러?”

아까와 변함없이 뿌루퉁한 얼굴. 리무진 안에서 열 번도 넘게 하품을 하면서 피부 거칠어진다고 투덜거리는 걸 들어주며 두 시간을 같이 왔고, 티켓팅 대기열 에서도 20분 넘게 쫑알거리는 것까지 들어줬다. 자신의 휴가에 다소 밀어붙여서 동행시킨 만큼 다소의 불평불만은 참아줄 수 있었지만, 좌석 지정의 순간에도 어른스럽지 못하게 구는 모습에 약간 한계를 느끼고 말았다.

“네가 공항 밖으로 도망칠까봐 그런다.”
“그럼 내 여권 내놔. 그리고 지갑도.”
“탑승하고 나서 준다고 했잖아.”
“그리고 내리면 또 뺏을려고?”

몇 번이나 리무진 안에서 주고받은 대화에 피로감마저 올라왔다. 새벽에 출발해 10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현관을 나서는 순간부터 오이카와의 불만은 숨 쉬는 것처럼 흘러나왔다. 비행기 경비, 호텔 비용을 전부 이쪽에서 부담할 테니 몸만 따라오라고 한 건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을 텐데, 대체 뭐가 불만인건지 말해보라고 하면, 피곤해서, 하고 제멋대로인 대답만 하는 이 남자를 그래도 동행시키려 하는 것은 역시 자기 쪽이 오이카와를 더 좋아해서 어쩔 수 없이 약해진다는 것을 우시지마는 자각하고 있었다.

“거기서 혼자 표를 끊어서 돌아가겠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일단 비행기에 탈 때까지는 같이 가주면 좋겠군.”
“하아~ ......얼마 한 거야? 이거.”

오이카와는 우시지마의 손에 들려있는 티켓 두장에 시선을 옮겼다. 하얀 종이쪼가리. 퍼스트 클래스. 크리스마스 이브인 금요일 아침 출발. 게다가 한창 연말 휴가로 인한 성수기. 가격은 둘째 치고 쉽게 구하기 힘든 티켓인 건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걸 혼자서 두 장을 마련해서 넌 그냥 따라만 와라 하는 태도가 얼마나 오이카와의 자존심을 긁어놨는지 아마 우시지마는 말해주지 않는 이상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내가 남자만 바라보고 사는 결혼적령기 OL도 아니고, 감동해서 평소보다 더 진한 서비스라도 해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는 거야 우시와카쨩?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남자 둘이서 외국의 호텔에서 보낸다니, 해외토픽감이다. 난 코타츠에서 홍백가합전 보면서 귤이나 까먹고 아침에 로드워크로 등반해서 해 뜨는 거 보고 올해야말로 시합에서 얄미운 녀석들에게 이길 수 있길!! 다짐하고 내려와서 밥 먹고 다시 운동하러 가는 김에 가족한테 전화도 하고 이와쨩한테도 전화해서 한소리 듣고 토비오쨩이 보낸 즐거운 한 해 보내십시오 오이카와선배, 하는 문자는 씹어주고, 그렇게 보람찬 새해를 맞이할 계획이었다고. 그리고 여유가 생기면 너한테도 전화해줄 예정이었는데, 24일부터 1주일을 통째로 너한테 강제상납하려니 내가 불만이 없겠어? 날 몇 년 알고 지내온 거니 너는?

그렇게 속으로 잔뜩 며칠을 곰씹은 불만을 정리해서 다시 한 번 되풀이하고, 다시금 티켓의 가격을 물었지만-계좌로 이체해줄 생각으로- 우시지마는 역시나 대답하지 않고, 티켓을 여권 사이에 고이 끼워넣더니 오이카와와 눈을 마주쳤다.

“어쨌든, 네가 따라와 준 것만으로도 난 기쁘니까.”

아. 그런 말은 좀 표정에 변화를 주고 말하면 좀 좋지 않니. 조각칼로 나무에 슥 긁어서 다듬은 듯 한 눈매는 대체로 변함이 없었다. 오이카와는 말과 표정이 매치가 되지 않는 우시지마의 익숙한 얼굴을 마주하자, 다시 짜증이 물결처럼 일렁이는걸 느꼈다.

“그럼 들어가지 뭐. 내가 도망 못 치게.”

우시지마의 팔을 놓고 이번에 오이카와가 출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두껍게 껴입은 옷이 실내에선 조금 갑갑해서, 목도리와 같이 풀어서 벗은 다음 팔에 걸치고 대기 열에 섰다. 그 뒤를 우시지마가 따라와서 서고, 소지품 검사대와 금속 탐지기를 지나 겨우 면세점으로 들어섰을 땐 탑승시간까지 1시간가량 남아 있었다. 면세품을 구경하거나, 아니면 가격이 면세가 안 돼는 비싼 식당에서 사먹거나 할 여유가 있었다. 오이카와는 멍하니 국제공항의 천장과 양쪽에 나란히 늘어서서 끝도 없이 이어진 쇼핑 코너를 둘러보다가,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을 꺼냈다. 가족한테는 연말에 못 갈거라고 말해놨지만, 연말 모임에 부르는 친구들에게는 아직 말을 못 꺼냈다. 누구도 아닌 우시지마와 둘이서 여행을 간다는 걸, 그다지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일단 의심받는 사태를 피하는 것이 최우선이긴 했지만. 그래도 한명에게는 말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자신의 손목을 잡는 우시지마의 손에, 또다시 이 남자의 자신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집착과 익숙해질 만하면 느껴지는 강압적인 분위기를 감지하고, 움찔해버렸다.

“.....왜, 이것도 압수?”

우시지마는 역시나 변함없는 표정으로 오이카와를 붙잡은 채 어딘가로 이끌었다. 당겨지는 대로 따라간 곳은 화장실이었고, 둘이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두 사람이 나간 것 이외엔 아무도 없었다. 쾅, 하고 문에 밀쳐져서 그대로 안에 밀어 넣어졌고, 다행히도 뚜껑이 닫혀 있는 양변기 위에 무거운 소리를 내며 앉게 되었다. 팔에 걸어둔 코트가 바닥에 떨어졌지만, 그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우시지마의 입술이 거칠게 밀어붙여서 숨이 콱 막혀왔다. 좁은 칸막이 안에 그렇잖아도 남들보다 덩치가 큰 남자 둘이 엉켜있어서, 몸을 뒤로 빼거나 하는 게 불가능했다. 입이 막혀서 인상을 콱 찡그린 그때, 화장실에 사람이 몇 명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뭐야. 이러다 들키면 신고당하고 쫒겨난다고. 진짜 해외토픽감이라고. 이성은 이 녀석의 어디를 꼬집어서라도 말려서 이 상황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사람이 들락거리는 공공 장소에서 얇은 판자 하나로 막아둔 채 온 몸을 흝어내리는 거친 손에 비이성적인 부분이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숨소리조차 억누른 채, 계속 자기를 원하고 있는 남자의 허리에 팔을 둘러서 끌어안았다. 몸이 뒤로 젖혀져서 물건을 두는 선반에 머리가 닿을 만큼 협소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몇 번을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바싹 밀착한 상태에서 키스를 나눈다. 오이카와도 완전히 열중해서 우시지마와 혀를 얽고, 장난처럼 휘어지는 입꼬리를 살짝 깨물리며 열기를 주고받았다.

‘따라와주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고?’

입에 발린 거짓말은 하는 게 아니지, 우시와카쨩.
지금이 진짜로 기쁜 순간일거 아냐. 이렇게 좁은 곳에서 나를 혼자 소유하 는거. 그걸 하고 싶어서 돈을 수백만원을 써서 날 데리고 갈려는거 아냐.
끌어안고 있는 등에 손톱을 세운다. 짧아서 거의 손가락을 박는 것이지만, 조금이라도 아프게 해주고 싶었다. 폐쇄된 공간에 나를 옆에 앉히고, 아는 사람 없는 땅에 끌고 가서, 호화로운 호텔방에 감금하여 일주일동안 누구의 손에도 닿지 않게 오롯이 혼자서 소유하고 싶어 하는 그 심리를 오이카와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사귀는 사이로 발전하고 나서도, 가끔씩 두려워지는 그 진득한 집착에 때로는 소름이 끼쳤다. 그 밑을 파고 들어가면 절대 도망치지 못할 거라는 본능의 경고가 계속해서 우시지마에게 살갑지 못한 태도를 만들었고, 그로 인해 우시지마가 자기에게 학을 떼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다. 의식적으로는 자기를 배려하고 있지만 무의식에서는 절대 평등하게 대하지 않는 자각 없는 오만함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결국 이번 제안을 받아들인 자기 자신에게도 분노가 들끓었다. 가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우시지마보다 오이카와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알면서, 따라나선 나도 이상하지.’
잠시 입술이 떨어지고 살짝 숨을 내뱉은 직후에 다시 눈이 마주쳤다.

언제나 변함없이 굳어져있는 재미없는 이 얼굴이, 놀리는 맛도 없는 익숙한 우시지마 와카토시의 얼굴이 이정도로 변모하는 것을 코앞에서 오롯이 혼자 감상할 수 있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따라나선 보람은 있었다.
여태까지 늘 그래왔듯이.

 

탑승수속을 알리는 방송이 들리자, 남아있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화장실은 다시 정적이 감돌았다. 그 짧은 순간에, 오이카와는 우시지마를 밀치고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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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후타리
하이큐!2014. 11. 23. 22:58

우시오이 전력 60분 주제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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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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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는다.

당연히, 모든것이 어두운 장막에 가로막힌다.
하지만 실내를 밝히는 전등은 완전한 어둠을 제공하지 않는다. 단지, 바깥세상과 뇌를 연결해주는 동공이 얇은 막으로 덮여서 정보를 차단할 뿐, 빛은 여전히 눈꺼풀 안쪽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 빛이 어두워질때쯤이면 다른 정보가 흘러들어온다. 시각과 청각에 비해 다소 둔화되어 있던 후각이 평소보다 예민하게 주변의 정보를 감지해냈다. 실내의 건조한 냄새, 밖에서 묻어온 냄새, 세탁한 의류의 냄새. 특별할것 없었다.

그때 한가지, 평소와 다른것이 섞여 있음을 깨닫는다.
우시지마는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아까전보다 어둡게 느껴지는 실내를 휙 둘러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곳에 있지 않은 잔향이라 부를 것의 근원지로 생각할 만한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가기 전과 변함없는 살풍경한 거실은 말없이 주인의 귀환을 반길 뿐이다.
며칠만에 집에 돌아와서 아직 코트도 벗지 않은 몸을 일으켰다. 함몰되었던 소파가 살짝 삐걱거린다. 일어선 김에 목도리를 풀고 코트도 벗어서 소파에 내려놓았다. 추위속에 두텁게 입은 트레이닝복과 마찰해서 피부가 약간 건조하게 느껴졌다. 어차피 샤워하러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의 방에 남아있는 향기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평소에 뿌릴 일 없는,아마도 향수로 추정되는 것의 잔향이 낯설게 내려앉아 있었다.
정의 내리긴 힘들지만 꽃향기도 살짝 있는, 하지만 강하지 않고 청량함이 느껴지는 가벼운 향이었다. 그렇다고 여자들 향수처럼 달콤하진 않고, 들이마쉬면 무언가 느껴지지만 이윽고 향에 익숙해져서 느끼지 못할 그런 종류였다. 탈취제의 비누향보단 좀 더 고급스런 느낌.
몇발자국 걷는 사이에 향은 사라졌다. 거실의 좌식 테이블과 소파 사이에서 맴돌던 향은, 샤워하기 위해 옷을 벗고 세탁물 통에 다가갈때 다시 느껴졌다.
문득 세탁물통을 보자, 원정을 가기 전날 비워두었을 터인데 무언가가 들어있음을 깨달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것을 들어올렸다.

평범한 무지의 스웨터였다. 자신의 기억에는 없고, 펼쳐 보니 사이즈도 좀 안맞을 크기였다. 입을 순 있겠지만 완전히 꽉 끼어서 불편할 듯 했다. 예의 향기는 스웨터가 진원지인듯 하다. 어째서 이런것이, 하고 그것을 뒤집자 그 안에서 다시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것은 자신의 속옷이었다.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네가 지금 입고있는 옷 위아래 합친것보다 비싼거라며 선물받았으니까.
선물 받고, 운동할때 입기엔 조금 부담스러워서 아직 한번도 개시하지 않고 서랍에 넣어둔 물건이었다. 왜 안입고 오냐며 투정섞인 질책을 받으면 언제나 다음에, 로 미루곤 했었다. 선물받은 만큼 특별한 날에, 라고 생각했지만 한동안 그 특별한 날은 오지 못했다. 양쪽 다 정신없이 바빴고, 매일같이 문자를 주고받을만큼 살가운 관계도 아니었다.
바닥에 떨어진 속옷을 주워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쪽을 뒤집어서 확인해 보았다.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웃는게 얼마만인지, 그야말로 내면에서 솟구치는 어이없음에 저절로 얼굴근육이 당겼다. 늘 굳어있냐며 핀잔듣는 자신의 얼굴이 간만에 많이 움직인 탓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오이카와에게 전화하기로 했다. 전화해서 곧장 이쪽으로 오라고 한 다음, 맡겨두었던 집 열쇠를 돌려받고, 남에게 선물한 걸 멋대로 먼저 써버린 뻔뻔한 얼굴을 보고싶었다.

그 전에.

우시지마는 들고 있던 스웨터를 얼굴에 가까이 가져가서, 다시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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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오이잖아 왜 오이카와상은 한마디도 못하고 안나오는거에요? 요즘 자주 이런다??
그치만 우시오이 입니다!! 메타포 만세!! 속옷 안쪽보고 웃는 이유가 뭐겠어요 선생님

Posted by 후타리
하이큐!2014. 11. 9. 22:58

전력 60분. 어른 설정. 우시지마 와카토시X오이카와 토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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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눈을 뜨기 전에 느껴진 것은 강한 소독약 냄새였다.

코 앞에 들이대는것보다 심한, 장소 그 자체에 오래도록 스며들어있는 오래 묵은 냄새- 절로 머리가 아파져오는 냄새라고 자각한 직후에, 구역질을 느끼고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눈 앞은 어두웠다. 눈을 감고 있어서 그렇다는걸 자각하고, 눈을 뜨자 흐릿한 낯선 정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구역질은 몸을 일으키자 조금 덜 해졌다. 하지만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고, 정수리 오른쪽뒷부분과 앞을 번갈아가며 망치로 짓이기는 통증에 신음소리가 입에서 새어나왔다. 다시 속이 메슥거리고, 혀 밑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머리가 아프다. 그 두가지에 정상적인 사고도 힘들 만큼 괴로웠고 다른 불편을 느낄 여력이 없을정도다.
차라리 확 게워버리면 나아질까,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피자 자기 방이 아닌 바닥이 보인다. 하얀 벽지, 그것을 타고 올라가자 문이 보였다. 그리고 문 너머로 또 보이는 바닥. 바닥 위를 지나가는 사람들. 신발을 신고 지나가는 사람들. 다리.


"....나 입원한거야?"
"그렇다. "

중얼거린 혼잣말에 대답이 돌아오자 그제야 시선의 반대쪽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그리고 기억의 카테고리 속에 엄마나 가족이나 이와쨩이 아닌, 친밀함이 조금도 없는 남자의 목소리를 분류하고 나서 두통으로 인한 통증 외의 욱신거림을 느끼기 시작했다.

"..왜 네가 여기 있어?"
"기억, 안 나는 것인가."
"...하기 싫어."

일부러 쳐다보지 않고 다시 아픈 머리를 감싸듯 고개를 숙였다. 메슥거림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혓바닥 밑에서 신물이 계속 올라오는걸 삼키면서 위 속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가 식도를 따끔거리게 타고 오르는것을 밀어내린다. 그것을 반복하느라 움츠린 등 뒤로 두터운 손바닥이 올려져서 쓸어내린다. 뭐야, 하지마. 하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어쨌든 토악질만은 하고싶지 않았다. 그걸 비웃듯 이번엔 망치가 아니라 송곳으로 두개골 안쪽을 찧는 충격이 연속으로 머리를 아프게 했다. 이마 앞 정수리가 반동으로 왕왕 울린다. 뇌가 뒤집어지는게 아닐까, 고통과 구역질에 생리적인 눈물이 올라왔다.

"항생제가 들어가서 힘들거라고 했다."
"손 좀 치워..."
"간호사를 부를까?"
"나가줘.."

지독한 두통에 소리마저 귀에서 멀어진다. 고막에 한겹 두른 막이 소리를 반사시키는듯 귀가 멍멍해지고, 소독약과 정적의 냄새는 계속해서 점막을 자극한다.
최악이다. 최악이다. 최악이다 최악이다최악이다최악이다최악최악최악.........


"오이카와."

그래, 난 오이카와다. 오이카와씨.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감기가 들었고 감기약을 사겠다고 외출하다가 너무 추웠는데 신호등 앞에서 누가 말을 걸었고, 근데 그게 재수없는 얼굴이었고...그런데....

"인플루엔자."
"접수...이름을...진료예약은"
"보호자분은?"
"일단 입원해서 상태를 보는걸로.."
"연락처는"


"오이카와."

물기에 희뿌연 눈동자를 들어올려 정면을 마주하자, 비어있는 흰색 침대가 보인다. 무사히 회복해서 나갔을지, 아니면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창 밖으로 떠나갔을지, 창살같은 침대 머리는 둔중한 빛을 받으며 고요했고, 시트와 베게를 치운 매트리스 뿐인 하얀 침대는 수의처럼 누워있었다. 아무도 없는 빈 침대.

내가 있는 곳은, 그 맞은 편.
나는, 입원했다.

"..하필, 네 앞에서."
"노려보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깜짝 놀란건 이쪽이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고. "
"설마..."
"업어서 응급실까지 갔다. "

최악이다. 오이카와는 눈가를 손으로 비비고 양 손을 내려다 봤다. 손목에 링겔. 굵은 바늘과 호스가 흰색 반창고로 덕지덕지 붙어있고, 그 위에 이름표가 붙어있었다.

"이 나이에 감기로 입원이라니..."

한숨을 쉬려는 찰나, 뜨거운 물체가 볼에 닿는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싫든 좋든 잘 아는 얼굴, 그리고 뻗은 손. 검은색 코트가 낯설다.

"아직 열이 있어. 누워서 쉬어라. 보호자 연락처에는 일단 내 이름을 썼지만, 도쿄에 연락할만한 친척이 있나?"
"없는데.. 아무튼 신세졌네. 나중에 사례할게."

싫지만 결과적으로 도움을 받았으니 답례를 하겠다고 말했다. 메스꺼움은 많이 가라앉았고 미간을 정으로 쪼는 미세한 통증만 남아있었다. 감기인줄 알았더니 인플루엔자, 라니. 이러면 학교도 쉬어야 하고 그럼 교수에게 연락해야 하고.. 동아리 선배에게도 연락해야 하고...연습도 빠지고... 차질이 생기고.... 머리의 통증이 조금 더 빨라졌다.

"너무 무리하지 마라, 오이카와."
"....응. 알았으니까 이제 가봐. 너도 할 일 있을거 아냐?"

눈을 질끈 감는다.
아프다. 아프고 어지럽다. 하지만 아프다.
눈을 감자 눈꺼풀 안쪽에서 빛이 번쩍거린다. 눈을 뜨면 잔상이 녹색으로 점멸한다. 이불 밑단에 튀어나온 양 발이 우스꽝스럽다.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닌데. 도쿄까지 와서 감기나 걸리고 입원해서 누워있을 때가 아닌데, 나는....


눈을 뜨자, 미지근한 액체가 넘쳐서 한줄기 흘러내렸다. 눈을 깜빡거리자 눈물이 끈적거린다.

"너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누워서 쉬고 있어."

그 눈물을 거친 살갗이 훔쳐가듯 닦아내서, 살이 쓰렸다.

"오이카와, 너는 쉬고 있어."

알아, 나는 쉬고 있어도 문제없다는거. 다음 시합의 스타트 멤버에 들어가지 못했으니까. 너와 달리. 넌 여기 있을 시간 없지 않아? 가서 연습에 매진할 시간도 부족할건데, 나한테 붙어있어도 괜찮겠어?
혓바닥이 굳어버린듯 움직이지 않았다.
피부에 닿아있는 우시지마의 손을 거머쥔다.

"....."

가지 마. 가지 말고, 나랑 같이 있어줘.

말하지 않았지만, 우시지마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좋다고? 그 말을 왜 지금 해? 선발 떨어져서 기분 더러운 와중에, 선발 붙은 사람이 그 말을 하면 내 기분이 어떨거 같아?

-아니, 웃기지 않아. 난 관심 없어. 방심하고 실수라도 해봐, 그 자리 내가 차지할거니까.

-끈질기네 정말. 그럼 우시와카쨩, 내가 시합 나가지 말아달라고 말 하면 들어줄거야? 그럼 정말 저질인거고.

-아니, 필요 없어.
-네가 나에게 주는건 아무것도 필요 없어. 내가 가지러 갈 거니까, 건네주는것 따위 필요 없다고. 사람 비참하게 만들고 있어.
-다신 나에게 말 걸지도 말아줘. 안녕!



그런거라면. 정말 그런거라면.
연습에 나가야 할 시간에 나 때문에 여기에 붙어있는 거라면.


'정말, 나를 비참하게 좋아하는구나, 우시와카쨩.'

머릿속을 울리는 공명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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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설명하자면, 부가설명이 없다....

Posted by 후타리
카테고리 없음2014. 10. 27. 02:01

토욜일욜이 다 뭐였지...? 내 휴일 돌려내

Posted by 후타리
하이큐!2014. 10. 25. 23:01

셀프 전력 60분. 예전에 전력주제에 공부가 있었는데 쓰다가 방치한거 이어서 써봤습니다.
키타이치 중학교 시절 날조. 쿠니미 성격 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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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니미 아키라, 카게야마 토비오
여전히 얘네로는 친구이상?인가?긍가?하는 미묘한 기류의 하지만 표기는 쿠니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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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야마,바보야?"
"시,시끄러!!!"

인상을 팍 쓰는 카게야마 앞에 쿠니미가 공책을 내던졌다. 전에 없이 거친 태도에 옆에있던 긴다이치기 움찔했다.

"그럼 저거 보고 얘기해 봐. 시험내용, 여기서 나오니까 이것만 베껴서 잘 읽으라고 했잖아. 선생님이 제발 너 평균점수만 나오게 하라고 나한테 부탁했다고. 나한테. 카게야마랑 같은 배구부니까 쿠니미가 신경좀 써주렴? 말이 돼? 이런 저학력 돌머리에 지식을 주입시키려면 책가지고 되겠어? 드릴로 꽂아서 호스로 흘려보내야 하지 않겠어? 어떻게 생각해 카게야마? 이 점수를??"

언제나 의욕의 반을 은행에 저축하고 나머지를 아껴서 사는듯 말도 많이 안했던 쿠니미의 전에 없이 강직한 힐난에 킨다이치도 왠지 기죽은 표정을 지었다.

"쿠니미, 무서워..."
"넌 조용히 해. 다른 반이지만 킨다이치도 같이 노트를 봤잖아? 근데 킨다이치는 아슬아슬하게 낙제는 안받았어. 머리가 나쁘지만 절망적이진 않아. 근데 카게야마는 절망적이야. 파멸적이야. 괴멸이야. 끝났어."
"쿠니미, 너 아까부터 듣자듣자 하니...!"
"들으니 뭐?"

이번엔 시험지가 흩뿌려졌다. 학교에서 제작하는 갱지 시험지에 빨간 낙인이 우수수. 바닥에 하나하나 떨어지는 그것은 100에서 한없이 멀리 있는 점수만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험지 윗쪽에 써졌는 이름은, 카게야마 토비오.

"킨다이치는 먼저 가. 카게야마 보충때문에 오늘 수업 못나온다고 감독께 말씀드려줘."
"아, 어...쿠니미는?"
"이따가 따라갈게. 낙제 안받은거 축하해, 킨다이치. "
"......"
킨다이치는 분위기의 심상찮음을 감지하고 먼저 가방을 들고 교실 밖으로 사라졌다. 수업 끝나고 학생들도 떠나간 교실에 남겨진덧은 험악하게 인상을 쓰지만 고개를 못드는 카게야마와, 평소처럼 무표정이지만 미간에 엄청난 그늘이 져있는 쿠니미 둘 뿐이었다.

"........"
"....카게야마, 바보맞지?"
"....시끄러."
"낙제점 받으면 연습에 참가 못한다고 감독님이 주의줬는데도 낙제점 받는건 뭐냐고. 연습 안나와도 좋은거야?"
"!!!!! 그, 그건 아냐!!!!"

그제야 안색이 바뀌어서 허둥거리는 카게야마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쿠니미는 짧게 한숨을 쉰다. 해가 저물고 있었고, 가방을 들고 자기는 부실로 가야한다. 그리고 카게야마는 보충수업 교실로 가야한다. 2학년이면서 레귤러인 카게야마가 연습을 빠지면 3학년 벤치멤버가 대신 들어가서 연습을 할것이다. 낙제받은 과목 수 만큼 연습을 빠지면 뒤에서 어떤 소리를 들을 지 모른다.

"배구 빼곤 좀 엉성한줄은 알고 있었지만...심하다. 같은반인데. 작년엔 어땠던거야?"
"........어떻게든..."

같은 학년이 맞을까 의심할 만큼 실력이 뛰어난 카게야마는, 공부에서도 이게 같은학년 같은 수업을 듣는 중학생이 맞는건가 의심할 만큼 처참한 학력을 보여줬다. 중간고사땐 이럴 줄 몰랐다. 그런데 기말시험을 앞두고 담임선생님이 쿠니미를 따로 불러서 미안하다는듯 하는 말이, 카게야마 공부 좀 봐줘라 였다. 귀를 의심했다.

"암기 이외엔 전부 망했잖아. 하다못해 외우라고 하니까 그것만 외우고 다른건 하나도 안한거야?"
"하,한꺼번에 전부 하는건....!"
"진작부터 공부를 했어야 하는거라고 생각은 안하는거야?"
"....윽"

언제나 조용한 쿠니미에게 이런소리를 계속 듣자 카게야마의 험악한 인상이 울상으로 바뀌어갔다. 하지만 쿠니미는, 그것이 진작에 공부를 하지 않은 후회와 반성때문이 아닌, '이거때문에 연습을 못하게 되다니...!'하는 슬픔때문인걸 알고 있었다.

"2학기때도 이렇게 하면 연습에 빠지는 횟수가 늘어날거고 연습에 자꾸 참가 못하면 레귤러 자리 뺏길지도 몰라."
"그, 그건 싫어!"
"그럼 다음 중간고사때 진심을 보여줘봐. 난 연습하러 갈거니까, 카게야마는 보충수업 교실로 가. "

가방을 들고 쿠니미가 일어서자, 카게야마도 황급히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교실 문을 나서서 왼쪽으로 가면 체육관으로 내려가는 쪽, 오른쪽으로 가면 교무실 바로옆에서 보충수업을 받는 빈 교실이다.
갈아져서 갈 길을 가던 쿠니미는 뒤를 슬쩍 돌아봤다. 동그랗게 어깨가 처져있는 뒷모습과 평소보다 수그러진 동그란 뒷통수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 4시의 저녁놀을 맞아, '아아, 보충수업'이라는 광고 포스터로 찍을법한 구조적인 장엄함을 표현하는듯 해서 그만 푸훕 하고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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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앗."
"에에???"
"어,너희들...."

제각각 이상한 소리를 내뱉은 장소는, 번화가 역앞에 자리잡은 제일 큰 서점 2층 학습 코너 앞이었다. 제각각 다른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자기 학교의 교과서에 맞는 참고서를 고르고 있는 와중에 교복이 아닌 운동복을 입은 수명의 남학생 무리가 놀란듯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명 빼고, 대체로 많이 높은 위치에 머리가 있었다.

"...카게야마, 랑 작은 애."
"히나타입니다만!"
"락..킨다이치. 쿠니미. "
"지금 뭐라고 말하려고 한거야??"

참으로 우연찮게 조우한 중학교 동창들끼리의 자리에 혼자만 다른학교 출신인 히나타가 한껏 눈을 크게 뜨고 세사람을 허둥지둥 쳐다봤다. 키도 제일 작았다.

"카라스노도 여기 교과서?"

쿠니미가 카게야마의 손에 들린 참고서의 표지를 보더니 그렇게 툭 말했다

"응? 우리 여기건가?"
"카게야마, 야마구치가 적어준거 이거 맞아?"
"몰라, 글자가 똑같으니 맞겠지."
"..자기학교 교과서가 뭔지도 모르는거야?"

킨다이치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카게야마가 시끄러, 하고 내뱉었다. 하지만 성질 부리는게 아닌, 민망함을 억지로 감추려는 투정에 가까웠다.

"카게야마, 잘 지냈어?"
지극히 평범한, 중학교 친구들끼리 할 법한 그 인삿말에 놀란건 카게야마뿐만 아니었고 킨다이치 조차 쿠니미가 저렇게 말했다는거에 놀란 표정이었다.

"...오우.뭐..."
"있잖아, 이번에 낙제 몇개 나왔어?"

그러자 카게야마의 표정은 딱 굳었고, 히나타가 성대하게 웃기 시작했다. "이번에??카게야마군 중학생때 낙제단골이셨나요?아파!!!아파아파!!!!!"
"실내에서 소란피우면 쫒겨날거야. 너네 시커멓게 하고 있어서 눈에도 띄고. "
"크윽...!"

킨다이치는 어째서인지 아, 하고 다행스런 표정이었다.

"....이번엔, 딱 하나야...!!!!"

카게야마가 씹듯이 내뱉자 쿠니미는 보란듯이 와우,하고 과장되게 무표정으로 감탄사를 내뱉는다.

"하나뿐이야? 굉장하네?고등학생씩이나 되니까 역시 공부를 하나봐?"
"아냐!! 카게야마 나보다도 공부 못하는데 선배들이 달라붙어서 가르쳐줘서아야아야아파!!아아아아아아파!!!""네놈도 마찬가지잖아 히나타멍청아!!!!!"

주변에서 소란스러운 학생들을 불편한 눈으로 보는걸 느끼고 킨다이치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소속을 등에 써붙이고 있으니까 좀만 조용히해! 하고 말하고 싶어하는 눈빛에, 따지고보면 소란의 원인을 던진거나 마찬가지인 쿠니미는 속으로 웃어줬다.

"뭐, 내년에도 같은 학년으로 만나자, 카게야마."
"쿠,쿠니미 아직도 쌓아두고 있는거야?"
"킨다이치 시끄러워."

쿠니미는 미리 골라둔 참고서를 손에 들고 계산쪽으로 갔지만, 킨다이치는 히나타의 머리를 짜부러트릴 기세로 있는 카게야마의 흉폭함에 저러다 뭔일이 터질까 신경쓰여서인지 계속 뒤를 흘깃거렸다.

"저러다가 점원한테 신고받는거 아냐?"
"그 전에 그만두겠지 설마. "
"..쿠니미, 2학년때 카게야마랑 같은 반이었지? 공부 봐준다고 남아있었던거, 역시 그렇게 싫었어?"
"....저 머리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라고 생각하면 정말 싫었어."
"그렇게나..."

중학교때의 독선으로 파국을 불렀던 카게야마를 떠올리며 킨다이치도 납득한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쿠니미에게도 남다른 감정이 있었던거구나 하고 혼자 납득하는 킨다이치 옆에서, 쿠니미는 다른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코트에서는 앞이나 뒤, 옆에서 정면을 볼 일이 적었지만, 책상을 마주하고 있을때 마주봤던 동그란 머리통. 지금보다 인상이 순했던, 하지만 언제나 힘있게 부릅뜬 눈동자가 자기를 쳐다보다가, 다시 밑으로 내리깔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눈꺼풀이 깜박거리다가 졸린듯 반만 뜨고 감길듯 말듯 하다 놀라서 치켜뜬 눈. 초조한듯 앙다문 입. 운동계 주제에 뭔가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위로 보이는 동그란 정수리.
평소에 볼 일 없는 카게야마의 얼굴을 한참동안 들여다볼수 있었던 기억은, 이후에 있었던 씁쓸한 추억에 덮여서 서랍에 넣어둘지언정, 결코 나쁜 추억이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하라고 하면 역시 못해먹겠지만.'


서점을 나서자 절로 하품이 나왔다.


------fin----

쿠니미쨩 출연 좀만 더 늘려주세요 흐헝 키타이치 카키쿠 트리오 카와에에

Posted by 후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