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 우시오이 합작- 비행기
합작 신청했습니다.
주제는 [비행기]입니다.
같이 제출한 19금 합작 [허물]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만 이것만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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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오이 합작
[비행기]
“창가 쪽 A, B열로 하시겠어요?”
“그럼 그걸로....”
“아뇨, 따로 떨어진 자리로 해주세요.”
“.........”
수속 중이던 직원이 어떻게 하시겠어요, 하는 미묘하게 굳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우시지마는 오이카와의 옆모습을 노려봤지만, 오이카와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일행 분 아니세요?”
“아니에요~ 그냥 공항까진 같이 온 거.”
“일행 맞습니다.”
우시지마는 수속 카운트에 몸을 기대고 있는 오이카와를 옆으로 밀치고 여권 두 개를 내밀었다. 기내 수화물을 벨트 위에 올려서 무게를 재고, 같은 텍이 붙여지는걸 확인했다. 오이카와가 한발 물러서서 팔짱을 끼고 영 못마땅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지만 무시하고, 창가자리와 그 옆자리로 배정된 티켓 두 개와 여권을 받아들고 출구로 몸을 향했다. 한참 늘어선 대기줄을 뒤로 하고 출국수속을 하러 성큼성큼 걸어가는 우시지마의 팔을, 뒤에서 오이카와가 당겼다.
“아직 시간 두 시간도 넘게 남았잖아? 왜 그렇게 서둘러?”
아까와 변함없이 뿌루퉁한 얼굴. 리무진 안에서 열 번도 넘게 하품을 하면서 피부 거칠어진다고 투덜거리는 걸 들어주며 두 시간을 같이 왔고, 티켓팅 대기열 에서도 20분 넘게 쫑알거리는 것까지 들어줬다. 자신의 휴가에 다소 밀어붙여서 동행시킨 만큼 다소의 불평불만은 참아줄 수 있었지만, 좌석 지정의 순간에도 어른스럽지 못하게 구는 모습에 약간 한계를 느끼고 말았다.
“네가 공항 밖으로 도망칠까봐 그런다.”
“그럼 내 여권 내놔. 그리고 지갑도.”
“탑승하고 나서 준다고 했잖아.”
“그리고 내리면 또 뺏을려고?”
몇 번이나 리무진 안에서 주고받은 대화에 피로감마저 올라왔다. 새벽에 출발해 10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현관을 나서는 순간부터 오이카와의 불만은 숨 쉬는 것처럼 흘러나왔다. 비행기 경비, 호텔 비용을 전부 이쪽에서 부담할 테니 몸만 따라오라고 한 건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을 텐데, 대체 뭐가 불만인건지 말해보라고 하면, 피곤해서, 하고 제멋대로인 대답만 하는 이 남자를 그래도 동행시키려 하는 것은 역시 자기 쪽이 오이카와를 더 좋아해서 어쩔 수 없이 약해진다는 것을 우시지마는 자각하고 있었다.
“거기서 혼자 표를 끊어서 돌아가겠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일단 비행기에 탈 때까지는 같이 가주면 좋겠군.”
“하아~ ......얼마 한 거야? 이거.”
오이카와는 우시지마의 손에 들려있는 티켓 두장에 시선을 옮겼다. 하얀 종이쪼가리. 퍼스트 클래스. 크리스마스 이브인 금요일 아침 출발. 게다가 한창 연말 휴가로 인한 성수기. 가격은 둘째 치고 쉽게 구하기 힘든 티켓인 건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걸 혼자서 두 장을 마련해서 넌 그냥 따라만 와라 하는 태도가 얼마나 오이카와의 자존심을 긁어놨는지 아마 우시지마는 말해주지 않는 이상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내가 남자만 바라보고 사는 결혼적령기 OL도 아니고, 감동해서 평소보다 더 진한 서비스라도 해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는 거야 우시와카쨩?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남자 둘이서 외국의 호텔에서 보낸다니, 해외토픽감이다. 난 코타츠에서 홍백가합전 보면서 귤이나 까먹고 아침에 로드워크로 등반해서 해 뜨는 거 보고 올해야말로 시합에서 얄미운 녀석들에게 이길 수 있길!! 다짐하고 내려와서 밥 먹고 다시 운동하러 가는 김에 가족한테 전화도 하고 이와쨩한테도 전화해서 한소리 듣고 토비오쨩이 보낸 즐거운 한 해 보내십시오 오이카와선배, 하는 문자는 씹어주고, 그렇게 보람찬 새해를 맞이할 계획이었다고. 그리고 여유가 생기면 너한테도 전화해줄 예정이었는데, 24일부터 1주일을 통째로 너한테 강제상납하려니 내가 불만이 없겠어? 날 몇 년 알고 지내온 거니 너는?
그렇게 속으로 잔뜩 며칠을 곰씹은 불만을 정리해서 다시 한 번 되풀이하고, 다시금 티켓의 가격을 물었지만-계좌로 이체해줄 생각으로- 우시지마는 역시나 대답하지 않고, 티켓을 여권 사이에 고이 끼워넣더니 오이카와와 눈을 마주쳤다.
“어쨌든, 네가 따라와 준 것만으로도 난 기쁘니까.”
아. 그런 말은 좀 표정에 변화를 주고 말하면 좀 좋지 않니. 조각칼로 나무에 슥 긁어서 다듬은 듯 한 눈매는 대체로 변함이 없었다. 오이카와는 말과 표정이 매치가 되지 않는 우시지마의 익숙한 얼굴을 마주하자, 다시 짜증이 물결처럼 일렁이는걸 느꼈다.
“그럼 들어가지 뭐. 내가 도망 못 치게.”
우시지마의 팔을 놓고 이번에 오이카와가 출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두껍게 껴입은 옷이 실내에선 조금 갑갑해서, 목도리와 같이 풀어서 벗은 다음 팔에 걸치고 대기 열에 섰다. 그 뒤를 우시지마가 따라와서 서고, 소지품 검사대와 금속 탐지기를 지나 겨우 면세점으로 들어섰을 땐 탑승시간까지 1시간가량 남아 있었다. 면세품을 구경하거나, 아니면 가격이 면세가 안 돼는 비싼 식당에서 사먹거나 할 여유가 있었다. 오이카와는 멍하니 국제공항의 천장과 양쪽에 나란히 늘어서서 끝도 없이 이어진 쇼핑 코너를 둘러보다가,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을 꺼냈다. 가족한테는 연말에 못 갈거라고 말해놨지만, 연말 모임에 부르는 친구들에게는 아직 말을 못 꺼냈다. 누구도 아닌 우시지마와 둘이서 여행을 간다는 걸, 그다지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일단 의심받는 사태를 피하는 것이 최우선이긴 했지만. 그래도 한명에게는 말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자신의 손목을 잡는 우시지마의 손에, 또다시 이 남자의 자신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집착과 익숙해질 만하면 느껴지는 강압적인 분위기를 감지하고, 움찔해버렸다.
“.....왜, 이것도 압수?”
우시지마는 역시나 변함없는 표정으로 오이카와를 붙잡은 채 어딘가로 이끌었다. 당겨지는 대로 따라간 곳은 화장실이었고, 둘이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두 사람이 나간 것 이외엔 아무도 없었다. 쾅, 하고 문에 밀쳐져서 그대로 안에 밀어 넣어졌고, 다행히도 뚜껑이 닫혀 있는 양변기 위에 무거운 소리를 내며 앉게 되었다. 팔에 걸어둔 코트가 바닥에 떨어졌지만, 그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우시지마의 입술이 거칠게 밀어붙여서 숨이 콱 막혀왔다. 좁은 칸막이 안에 그렇잖아도 남들보다 덩치가 큰 남자 둘이 엉켜있어서, 몸을 뒤로 빼거나 하는 게 불가능했다. 입이 막혀서 인상을 콱 찡그린 그때, 화장실에 사람이 몇 명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뭐야. 이러다 들키면 신고당하고 쫒겨난다고. 진짜 해외토픽감이라고. 이성은 이 녀석의 어디를 꼬집어서라도 말려서 이 상황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사람이 들락거리는 공공 장소에서 얇은 판자 하나로 막아둔 채 온 몸을 흝어내리는 거친 손에 비이성적인 부분이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숨소리조차 억누른 채, 계속 자기를 원하고 있는 남자의 허리에 팔을 둘러서 끌어안았다. 몸이 뒤로 젖혀져서 물건을 두는 선반에 머리가 닿을 만큼 협소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몇 번을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바싹 밀착한 상태에서 키스를 나눈다. 오이카와도 완전히 열중해서 우시지마와 혀를 얽고, 장난처럼 휘어지는 입꼬리를 살짝 깨물리며 열기를 주고받았다.
‘따라와주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고?’
입에 발린 거짓말은 하는 게 아니지, 우시와카쨩.
지금이 진짜로 기쁜 순간일거 아냐. 이렇게 좁은 곳에서 나를 혼자 소유하 는거. 그걸 하고 싶어서 돈을 수백만원을 써서 날 데리고 갈려는거 아냐.
끌어안고 있는 등에 손톱을 세운다. 짧아서 거의 손가락을 박는 것이지만, 조금이라도 아프게 해주고 싶었다. 폐쇄된 공간에 나를 옆에 앉히고, 아는 사람 없는 땅에 끌고 가서, 호화로운 호텔방에 감금하여 일주일동안 누구의 손에도 닿지 않게 오롯이 혼자서 소유하고 싶어 하는 그 심리를 오이카와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사귀는 사이로 발전하고 나서도, 가끔씩 두려워지는 그 진득한 집착에 때로는 소름이 끼쳤다. 그 밑을 파고 들어가면 절대 도망치지 못할 거라는 본능의 경고가 계속해서 우시지마에게 살갑지 못한 태도를 만들었고, 그로 인해 우시지마가 자기에게 학을 떼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다. 의식적으로는 자기를 배려하고 있지만 무의식에서는 절대 평등하게 대하지 않는 자각 없는 오만함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결국 이번 제안을 받아들인 자기 자신에게도 분노가 들끓었다. 가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우시지마보다 오이카와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알면서, 따라나선 나도 이상하지.’
잠시 입술이 떨어지고 살짝 숨을 내뱉은 직후에 다시 눈이 마주쳤다.
언제나 변함없이 굳어져있는 재미없는 이 얼굴이, 놀리는 맛도 없는 익숙한 우시지마 와카토시의 얼굴이 이정도로 변모하는 것을 코앞에서 오롯이 혼자 감상할 수 있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따라나선 보람은 있었다.
여태까지 늘 그래왔듯이.
탑승수속을 알리는 방송이 들리자, 남아있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화장실은 다시 정적이 감돌았다. 그 짧은 순간에, 오이카와는 우시지마를 밀치고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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