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 전력 60분- 우시오이[약]
하이큐 전력 60분에 참가했습니다. 주제는 [약/약물]이었습니다. 우시오이 입니다. 전연령이지만 암시 있습니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암울한..사망암시도 있습니다.
약
이와쨩, 들어봐. 하고 오이카와가 웃는다.
여기에 이와이즈미는 없다. 하지만 그 웃음이 사라지는걸 보고싶지 않아서, 우시지마는 그걸 말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할 기분이 아니었다. 아까까지 그렇게 몸을 섞었으면서, 다른 남자 이름을 입에 담는 꼴이라니. 그래도 오이카와의 몸은 그의 팔 안에 있었고, 어디서 또 이상한 걸 주워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발광하거나 울지 않고 웃기만 해서 불편하진 않았다. 이와쨩, 이와쨩, 여기 어디야? 이와쨩, 나, 기분 좋아.
쿡쿡거리면서 어디도 보지 않으며 띄엄띄엄 말하는 오이카와. 드러난 가슴이 위아래로 작게 들썩거렸다. 혹시나 해서 심장쪽에 손을 얹었지만,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각성제 종류는 아닌거 같아서 다시 손을 내리려는 찰나 오이카와의 손이 손등을 덮었다. 이와쨩, 손 따뜻해. 계속 대고 있어줘. 따뜻해.
손을 꼭 쥐고 여기에 없는 이와이즈미에게 수줍은듯 말을 건다. 앞머리가 땀에 젖어 이마 뒤로 넘겨져서 상기된 채 땀을 흘렸던 이미가 하얗게 보인다. 그 밑의 가지런한 눈썹과 눈동자, 속눈썹을 우시지마가 홀린듯 계속 보고 있는 동안 오이카와의 손은 우시지마의 손을 꽈악 쥐고 있었다.
기분 좋아. 근데 이상해. 이와쨩이 있는데 이상해. 이상하다고 혼낼거야? 미안, 이와쨩.
우시지마는 오이카와를 혼낼 생각이 없었다. 설령 손을 들고 폭력을 행사한들 오이카와는 우시지마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그를 압도하는 힘으로 꺾어야만 패배를 인정했다. 그래서 어느순간 부터는 오이카와가 자기를 어떻게 부르든 어떻게 반항을 하든 어떤 약물을 복용하든 방치하게 되었다. 벗겨내서 옆에 던져놓은 옷가지 사이에 지갑이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이와쨩, 기분 좋아. 근데 이상해...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한다. 이 상태면 조만간 잠들거란 예상이 갔다. 오늘은 무난한 편이었다. 어떤 약인지 모르지만 이런거라면 눈감아줄수 있었다.
왼손으로 오이카와의 심장 위를 꽉 누르면서, 오른손으론 방금까지 키스 했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준다. 움찔거리는 눈썹 위에 다시 가볍게 키스 하고, 오이카와가 잠들고 난 뒤의 자신의 스케쥴을 생각한다. 3일정도 못 올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던가. 아마 말했어도 그래? 정도의 반응만 보일것이다. 말없이 오지 않아도 오이카와 쪽에서 연락한적은 없었다. 우시지마가 대뜸 모습을 드러내면 눈썹을 한번 치켜뜨고, 끝. 다가와서 포옹하고 키스하면 밀어내지도 받아들이지도 않고 서있기만 할 뿐.
그래도 서로의 옷을 벗기고 같이 뒹굴며 체액을 교환하는 사이였다. 거부도 반항도 희미해져 가는 어느날부터 이상한 반응을 보였고 그것이 불법으로 유통되는 약물인걸 알았지만, 오이카와 말로는 자신과 섹스할때만 쓴다고 했고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우시와카쨩이랑 섹스하는걸 견딜 수 있을거 같아? 하고 웃었다. 그 미소가 어느새 조금씩 보지 못한 무언가에 물들어가는것임을 깨달았지만, 그때는 늦어버렸다.
아마 누구보다도 먼저 오이카와를 눈치챘을 사람이 없어진 지금, 오이카와는 혼자였다.
이와쨩, 손 따뜻해.
우시지마의 키스에 눈을 감고 중얼거리는 오이카와. 깜박거리는 눈꺼풀 사이에 어느새 투명한 물기가 어려있었다.
이와쨩, 다행이야. 따뜻해.
손을 꽈악 쥐면서, 자신의 심장에 누르면서 이와이즈미의 이름을 부른다. 마지막에 차가웠던 오랜친구의 손을 제것과 하나로 만드려는 마냥 놓지 않았던 오이카와를 사람들이 떼어내고, 며칠 후 혼자 방에서 죽어갈려고 하던걸 우시지마가 발견하고, 모든것이 뒤엉킨채 아침을 맞이했던 3년전의 가을.
나도 같이 갈게, 이와쨩.
식사를 거부하고, 따뜻한 손을 밀어내고, 억지로 겹치는 몸에 반항하고, 강제로 삶의 이유를 새기는 행위에 비명을 지르다가 기절하고, 그런것의 반복 끝에 겨우 남들 앞에서는 멀쩡하게 보이도록 만든것은 우시지마였다. 이유는 다른게 없었다. 오이카와가 아까워서, 였다.
정상적이지 않게 시작한 관계가 파멸로 향하는건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우시지마는 약에 취한 오이카와를 현실로 불러들이는 일 없이, 가만히 키스한다.
추워.
가슴을 계속 누르면서 팔로 어깨를 감싸 몸을 밀착시킨다. 수술자국이 남아있는 어깨를 움츠리며 오이카와가 품으로 파고들었다. 따뜻해, 이제 잘래...
그리고 천천히 몸에서 힘이 빠지더니, 불규칙했던 호흡이 가다듬어졌다. 손 끝이 약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것도 천천히 잦아졌다. 우시지마는 오이카와를 안으면서, 그때의 눈물을 되새긴다. 이런 모욕을 당하고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하는 오이카와의 양쪽 뺨을 움켜쥐고, 처음부터 살아야 하는 이유따윈 없었다, 무의미하게라도 사는게 너의 역할이라고 소리쳤다. 사고로 어깨를 다치고 친구를 잃은 선수에게 더할나위 없이 잔혹한 말을 퍼붓고 성치 않은 몸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위로도 보살핌도 아닌 거친 행동에 오이카와는 억지로 끊어진 실을 이어서 움직이게 되었다.
설령, 더이상 같은 길을 걷지 못하게 되더라도.
우시지마는 오이카와 토오루가 아까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고장났어도 계속 가지고 싶었기에 손을 뻗어서 주웠다. 그것에 후회는 없었다.
-언젠가 정말로 부서지더라도.
약에 의존해서라도 조금 더 가지고 있고 싶을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