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바스/ 단편

[자빙/무라히무] 2014 자빙의 날 합작 단편- [권총]

후타리 2014. 9. 12. 01:54

자빙- 권총

 

 

“멋진 총이네.”

늑골 하나가 나갔으면서도 굳이 입을 놀리는 심보를 모르겠다. 아픔에 익숙한 걸까, 아니면 될대로 되라고 막나가는 걸까. 처음엔 냉정하고 차분한 참모인줄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무투파였고 심지어 주먹과 발을 전문으로 쓰는 맨손 격투가였다. 얼굴과 안 어울리게, 란 감상과 함께, 나는 손에 쥐고있 던 묵직한 총신을 들어 올려 그의 이마를 겨냥했다.

“그걸로, 내 머리를 날릴 거야? 근데 그거, 네 덩치에 비하면, 작아 보여. 쿨럭, 하아.”

목적은 같았지만 적으로 만났다. 서로의 정체를 숨기고 떠보기를 할 땐, 왠지 마음이 잘 맞을 거란 느낌이 들어서 나쁘지 않았다. 얇은 노트북을 손에 들고 어떤 무기도 보이지 않아서 방심했었고 그 결과 이쪽의 인명손실이 제법 있었다. 결국 나까지 나서게 만들었으니까, 눈앞에 있는 이 남자의 실력은 여태 상대했던 녀석들 중에서도 수준급이었다.
그래봤자 나에겐 이기지 못했지만.
보기보다 매서운 주먹에 몇 대 맞았지만 맷집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고, 체격으론 이쪽이 우위였다. 방심하진 않았다. 그래도 제대로 맞은 곳은 많이 아팠고, 그래서 나도 매우 진지하게 상대해줬다. 그 결과, 늑골이 나가고 발목이 부러진 채 벽에 처박히면서 머리라도 박았는지 헤실헤실 웃으면서 중얼거리는 침입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금 전에 받았던 명함을 꺼내봤다. 컴퓨터 수리기사. 히무로 타츠야. 본명인걸까.

“정말로, 수리 할 줄 알아서 온 거야? 아님 그냥 만든 거?”
“만든 거. 나, 그런 거 못해, 하하, 아....... Shit.”

그는 바닥에 널부러져서 이상하게 틀린 발목을 움직이다가 욕설을 뱉었다. 머리카락이 먼지와 피에 헝클어져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권총을 다시 들어 올리면서 한걸음 다가갔다. 엄연한 침입자에, 조직원도 부상을 입었고, 재산 피해도 상당했다. 일단 내 관할에서 일어난 일이고, 결국엔 내 선에서 이걸 처리해야 했다. 숨통을 끊어서 시체를 조각낸 다음에 자루에 넣어서 돌과 같이 바다에 수장. 그러면 끝. 돌아와서 어제 사놓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연봉만큼의 일을 하는 훌륭한 사원으로서의 할당량은 달성한다.

“죽일 거면, 빨리 끝내줘. 어차피 나도 메일로 의뢰받은 거라서, 상대가 누구인진 몰라. 노트북에, 계좌랑, 그런 거.......알아서 찾아봐.”

살려달라는 말도 안 하는건가. 팔다리를 내던지고 총구를 응시하듯 고개를 기울이는 남자의 얼굴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까 전에 보았을 땐, 그냥저냥, 말끔한 샌님같은 얼굴 같았다. 총구를 들이민 채로 손을 뻗어서 남자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고문할거야? 시간낭비라니까.”
헝클어져 이마에 붙어있는 앞머리를 손바닥으로 쓸어올려서 드러난 얼굴은, 방금 전에 마주했던 컴퓨터 수리기사와 똑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얼굴이었다. 아까 전엔 조금 온화하게, 그냥저냥 남자치곤 예쁜 얼굴의, 여자들에게 인기 있겠네~ 싶은 정도의 얼굴이었던 것이, 완전 딴판으로 변모해 있었다.
비유하자면, 깨진 유리 사이에서 빛나는 서늘함. 연약하고 투명해 보이지만 손에 쥐는 순간 상처를 입히는 종류의 미소. 피가 들어가서 찡그리고 있는 눈가에 검은 눈물점이 마침표처럼 찍혀있었다. 올라오는 아픔에 이를 악물면서도,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계속 당당하게 미소를 끌어올리는 입술은 터져서 피가 약간 흘러나왔다.
“....당신, 누구 개야?”
“ 개, 라니. 그건 너고. 난, 주인 없어.......프리랜서, 라는 단어, 알아? 아츠시군.”
통성명을 했던가. 처음 만났을 때 먼저 명함을 내밀면서 애살있게 웃었기에, 나도 그냥 이름을 말했었다. 그걸 기억하는 걸까. 그보다 언제 봤다고 멋대로 이름으로 부르는 거지? 마지막까지 도발하는 건가. 빠르게 죽기위해서?
달싹거리는 입 안이 빨갛게 보였다. 잘 돌아가는 혓바닥이다. 가지런한 치열이 살짝 보였다. 아직 길러진 적 없는 걸까. 함부로 이빨을 드러내고, 돈을 받고 도둑질을 하고. 아마 언제 죽어도 뒤탈이 없게 정리를 하고 사는 타입으로 생각되었다.

“흐응....... 있잖아, 여기서 안 죽으면, 어쩔 거야?”
“........살려줄려고? 왜, 니 XX라도 빨아줄까?”

관용구인건 알고 있다. 그래서, 손에 들고 있던 권총으로 시험해보기로 했다.

“...웁....”

이빨 밑으로 총신을 밀어 넣자 계속 가늘게 비웃음을 띄던 눈동자가 커졌다. 그대로 힘을 줘서 목구멍에 닿기 직전까지 쑤셔넣자, 숨 막히는 소리와 함께 동공이 확대된 것이 보였다.
철컥, 하고 장전했다. 남자는 어깨로 숨을 쉬고 있었다. 정수리에 총알이 박히는 거랑, 목구멍 안쪽 기도로 총알이 넘어가는 거랑, 어떤 게 더 아플까. 나야 모른다.

“잘 빨아봐. 그럼 살려줄게.”

트리거에 손가락을 건채로 목구멍 안을 꾹꾹 눌렀다. 입술에 닿은 손가락 마디로 침이 약간 묻었다. 미끄러워서 놓치거나 아님 발사할 지도 모르겠다. 그는 크게 확대된 동공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몇 번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츄웁 하고, 내가 사탕을 빨 때와 비슷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응, 으응......”

오히려 들으란 듯, 정말로 무언가를 열중해서 빨아올리듯 입술로 총구를 꽉 문채 앞뒤로 조금씩 움직이면서, 지금이라도 머리통을 딸기잼처럼 만들어줄 총알이 나올지도 모르는데도 타액을 줄줄 흘려가면서 유사행위를 내 앞에서 선보였다. 떠돌며 사는 삶이니, 이런 걸 많이 해본걸지도 모른다. 그런 것 치고는, 사람의 것도 아닌 플라스틱 인공물을 매우 서슴없이 빨아내는 모습에 그냥 싸구려로 몸을 굴리는 것들과 다른 무언가가 불이 붙어버렸다.
주변의 산재한 상황과 시체조차 잠시 멀어질 만큼, 이상하고, 비현실적인 광경에 나는 서서히 싸움의 열기 대신 다른 열기가 피어오르는 걸 스스로 느껴버렸다.
구강을 휘젓던 총신을 잡아당겨서 빼내자, 타액이 길게 늘어지면서 그의 혓바닥 끝에 이어졌다. 그는 계속 어깨로 숨을 몰아쉬면서도, 입안에 있던 인공물이 빠져나오자 갑자기 헛구역질을 했다. 쿨럭거리다가 눈을 치켜뜨고 이쪽을 올려다본다.

“어땠어?”

눈물이 맺힌 눈 가. 그리고 다시 입꼬리를 씨익 들어올리며 웃는 그의 얼굴에, 나는 그를 살려주기로 결심했다.
발로 명치를 들어 차올렸다. 컥 하고 그대로 쓰러져버린 남자의 얼굴을 발끝으로 들어올리고, 기절한 것을 확인한 후 타액으로 미끈거리는 총신을 옷소매로 닦았다.
아직 장전되어있는 총알은, 조금 더 나중에 쓰기로 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 히무로....무로칭.”

주인없이 떠도는 이 사람의 용도가 앞으로 무궁무진할 계획에, 앞으로가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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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작용 단편으로 쓰다가 뒤가 더 이어질거 같은 이 기분은....??????????

그냥 무라의 총을()핥는 히무로가 보고싶었는데 총이 나오려니까 AU가 되어버리고 AU가 되니까 느와르가 나와버리고....?

아마 여기에 쓴 내용을 바탕으로 19금적인 무언가를 이어쓸지도 모르겠네요 사로잡힌 무로칭...또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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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빙의날 합작을 진행했습니다.

http://murahimudays.tistory.com/4

>,< 합작 마니마니 봐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