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빙/무라히무 마피아 AU [dead tree] -16-
-미완결. 썰
-자빙. 마피아 AU입니다. 무라사키바라 및 키세키가 마피아, 히무로는 어딘지 수상한 카페 주인 설정.
-연령은 20대입니다
-시대배경은 대략 세계대공황 이후. 20세기 후반
-미쿡...일까나.
+폭력,유혈,강제 묘사 나옵니다. 히무로를 많이 힘들게 합니다.
++너무 오래 끄는것 같아서 걍 공개합니다....
+++키요시 나와용
그리고 며칠동안,히무로는 불성실했던 영업을 반성하듯 꾸준히 영업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영업상황과 다르게 거리는 소란스러웠다. 경찰에서 대대적으로 소탕작전을 벌인다는 소문을 듣고, 잘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먼저 들었다. 옆도시에서도 소탕작전이 시작된다고 하니, 드디어 나라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건가,하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이때 시대상황이 휴대폰나오기 전이니까 60~70년대쯤임 마피아 첩보물 로망 후훗 빠른스토리진행을위해 얼른얼른풀겠음
암튼 히무로는 가지고있는 재산을 조금씩 환원하기 쉬운 재물로 바꾸기 시작했음. 본격적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이 상황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기 시작한것임. 정말로 벗어날수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럴마음을 가지고 준비를 한다는것이 의지가 되어주었음. 머릿속은 늘 복잡한 상태였지만 어떻게든 버티면서 상황을 주시하게 되었음. 며칠동안 못벗어나던 악몽도 극약처방이 들었는지 아니면 몸이 피곤해서인지 쉽게 잠들수있었음.
그리고 어느날 아침, 편지가 왔었음. 받으니 카가미한테서온거! 며칠전에 복잡하던 마음도 조금 가라앉고 순수하게 기뻤음. 편지를 읽으니 여전히 동거하는 '누군가'에 대한 얘긴 없지만 간단한 근황이랑 다음 배치때 그쪽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음. 여기서 조금 복잡해짐....카가미가 히무로가있는 도시로 오는건 솔직히 내키지않았음. 그리고 답장을 보내려다가 편지봉투에 이상한점을 발견함. 약간 찢어진?아니,한번 열었다가 붙인듯한 자국으로 보이는게 있었음. 카가미가 잘못써서 수정하느라 열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호텔에서 그고생을 했던걸 떠올리면 느낌이 안좋았음.
무라사키바라는 그때 잤던 이후로 연락은 없었음. 최대한 히무로가 원래의 생활을 하도록 편의를 봐주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고마움은 느껴지지 않았음.
편지에 대한 답장을 보내려다가, 차라리 전보로 보내는게 나을까,하지만 형제간의 필서를 짧은 기계로 보내는것도 맘에 안들었지만, 그렇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펜을 들고 간단한 답장을 적기 시작했음. 적는도중에 손님이 와서 내려놓고, 카운터 안쪽에 방치한채로 다시 자영업자의 바쁜하루를 이어갔음.
히무로는 그날 저녁에 일을 마치고 문을닫고,혹시나해서 한번더 밖을 확인한 후 앞치마를 벗고 한숨을 쉬었다. 북쪽만큼은 아니지만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영업매상도 따뜻한음료 위주로 그럭저럭. 과자종류는 거의 나가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매번 과자를 쓸어가던 사람이 안오니, 재료 발주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많이 남는가 했다...속에서 쓴물이 올라오는듯 기분이 이상해졌다.
불을 끄고 문을 잠근후 계단을 올라 방으로 들어갔다. 대충 얼굴만 씻고 자리에 누운찰나, 낮에 못썼던 편지를 떠올렸다. 내려가서 가져올까,그치만 낮에 손님이 많았던지라 피곤해서 침대에서 나올마음이 안들었다. 하지만 계속, 답장으로 쓸 내용을 ㅅ생각하다보니 결국 잠은 오지않았다. 계속 마음이 술렁거리고, 결국 히무로는 서랍을 열어서 전에 무라사키바라에게서 받은 카가미의 사진을 꺼냈다.
물어보고싶은게 많았다. 너무나도 많았지만, 물었다간 '어째서 그런것까지 알고있는거야?'란 의심을 받을것이 분명해서, 모르는척 행동했다. 가장 가깝게 여긴 사람에게조차 그런 태도로 포장해야하는 각박한 현실과 그 밑에깔린 숨겨진 본심에 다시 마음이 들끓어올랐고, 사진속 남자가 끼고있는 반지를 뚫어져라 주시했다. 아직, 가지고있을까.그것도 물어보지못했다.
그때였다. 닫혀있을터인 1층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난것은. 예민하게 깨어있던터라 순간 움찔하였고, 이윽고 한번더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둑인가?설마. 아니면............ 히무로는 무라사키바라에게 들었던 경고를 떠올리고, 최대한 기척을 죽인채 조용히 문을 열었다. 딱히 큰 소리는 나지않았고, 바람소리인가..... 하지만 가게 밖에선 아련히 멀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직 밤중이라 하기엔 이른시간이니, 사람이 지나가면서 들린 소리일까,그런생각을 하다가 아까전에 두었던 편지를 나온김에 가지러 가기로 결심하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어두운와중이라 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더욱크게 울렸고, 자기가 내는 소리에 움찔한것을 한심하게 생각하며 카운터에 다가갔을때, 순간 눈의 착각인가 싶은걸 보고 크게 놀랐다.
무언가,있었다. 밖의 아른한 불빛에 그늘진 카운터 안쪽으로 커다란 무언가가 있었고 심장이 떨어질만큼 놀랐다. 소리를 내지않은건 최소한 성인남자의 자존심이었다. 불법침입자,아니면 무언가. 손바닥에 땀이 배어나오는걸 느끼며 한걸음 더 다가갔을때, 그것이 사람의 소리를 냈다.
무로칭.
그 단어에, 눈을 몇번 깜박거리고, 상대가 누구인지 파악이 되서 일순 몸에 힘이 빠졌다. 경계를 늦춘건 아니지만 모르는 생물이거나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으니,대처법은 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계단을 마저 내려온다음, 조심스레 다가갔다. 설마 이시간에 ...그걸 원해서 온건 아니겠지. 설마 몰래 들어와서......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났지만, 여태까지의 몇번의 경험으로 그럴스타일이 아니란건 알기에 -하고싶다면 면전에 찾아오겠지- 왠지 그건아닐듯하고...
아츠시.하고 작게 부르자, 카운터 안쪽에 다소 낮은위치에 있던 얼굴이 고개를 들었다. 쭈그려앉아있었나보다. 잘 안보였지만 식별은 가능했다.
밖에서 울리는 희미한 소음이 더 크게 들릴만큼, 실내는 조용하게 느껴졌다. 벽에서 시계초침이 움직이는 미세한 소리외엔, 서로의 숨소리만 약하게 들리는 그런 적막속에서 히무로가 한걸음 내딛자 나무계단이 끼익하고 울리는것 말고는, 시간조차 잊을만큼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대체 밖에는 무슨일이 있는걸까. 한걸음 더 내려가자 그제야 어떤자세로 있는건지가 눈에들어왔다.
계안을 향해 안쪽이 보이게 되어있는 ㄷ자모양 카운터 안쪽에 등을 기대고 무라사키바라가 앉아있었다. 한쪽다리는 내던지듯 뻗어있었고, 양 팔은 코트주머니에 넣었는지 명확히 보이진않았다. 덩치에 맞게 큰 코트가 퍼져있어서 앉아만있어도 위압적인 느낌을 주었다. 이쪽은 계단위에 서있는데도 말이다.
이 시간에..무슨일이야? 약간 갈라지는 탁한 목소리에 대답은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어둠속에서도 눈을 뜨고있는건 알수있었고, 그래서 조금더 다가갔다. 계단을 다 내려와서 지척에서 내려다보자 무라사키바라도 고개를 더 들어서 시선을 맞추었다. 역광. 빛의 굴곡이 얼굴선을 따라 흐르듯 윤곽을 뚜렷히 잡아주고있었다. 언제나 느슨하게 처졌던 눈매는 변함없이 히무로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몇번 깜박거렸다. 시간의 흐름이 기이하게도 느리게 느껴졌다. 히무로는 다시 심호흡을 하고 물었다.
어떻게 들어온거야?문은 잠궜는데. ....예비열쇠.
자다가 깬듯 묵직하게 내려앉은 목소리에 설마 여기서 졸았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예비열쇠? 열쇠는 히무로의 옷안에 있는 하나뿐이다.
..언제 그런걸.. 내가 만든거 아냐. 뺏었어.
그 대답이 이상했다. 열쇠를 뺏긴 기억은 없었다. 아니,하지만 상대는 불법적인일은 수시로 하는 마피아다. 주인모르게 만들어도 이상하지않다.
그래,근데 무슨일이야?
히무로가 감정을 다잡듯 다그치자, 무라사키바라는 한번 입을 다물더니, 피곤해서, 라고 대답했다. 어의가 없다.
영업시간 지났어. 응,알어. 좀만 쉬다가 갈게. ...?뭔가 이상했다. 원래 이상한건 알았지만-이상했다.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몰라서 그자리에 못박힌듯 서있는데, 밖의 소란이 지척으로 다가왔다. 여러명의 발소리, 높은 목소리. 한두사람이 아니다. 술취한 회사원들의 무리는 아니었다. 그때, 손전등에서 나온듯한 빛이 가게 구석으로 스며들었다.
-찾았나? -아니,그쪽은?
순간 몸이 앞으로 휘청했다. 무릎이 꺾일뻔 한걸, 무라사키바라의 손이 받치더니 카운터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머리가 코트를 걸친 어깨에 살짝 부딫혔고, 상황파악이 안된와중에 아까 내려온 계단으로 동그란 손전등빛이 지나갔다.
카페의 벽, 테이블,찬장등으로 빛무리가 빠르게 지나갔다. 히무로는 무라사키바라와 밀착된채 엉거주춤하게 앉아있었지만, 그제야 무언가를 눈치챘다. 누군가를 쫒고있다, 그렇다면..... 상대는 경찰인가. 그때 히무로의 상체를 길고 굵은팔이 옭아메더니, 살짝 품으로 끌어당겼다.
조금만,조용히해줘. 낮게 귓가에서 속삭이는 목소리에 살짝 오한이 들었다. 무라사키바라가, 쫒기고있다. 그것은 확실했다.
얼마전부터 소란스러웠던 범죄조직 소탕에 대한 소문이 떠올랐다. 무라사키바라의 집에서 섹스했던 날 차를 태워줬던 경찰서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나누었던 대화도 떠올랐다.
어쩌면- 저번에 있었던 조직 몰살사건 이후로 계속 무라사키바라를 주시하고 있었던것은 아닐까. 그리고 불시습격.그렇지 않고서야, 부하도 없이 혼자서 몸을피해 여기까지 올리가 없다.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밖에서는 계속 사람 발소리가 오갔고, 따지고보면 범죄조직에 피해를 입은 민간인인 히무로도 절로 숨을 죽였다. 설령 들키더라도 협박당해서 이렇게 있었다고 말하면 -아니, 어쩌면 이미 경찰내부에선 '정부'로 이름이 올라갔을수도 있다.
경찰의 소식통도 보통은 아니니까.특히 그 경찰서장이라면..... 귓가에선 천천히 뜨거운숨길을 계속 느끼면서도 오한이 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문을 당겼다. 철컹 하고 걸쇠가 걸린 소리에 절로 어깨가 움찔했다. 문은 잠겨있었다. 몇번더 문을 당기더니 손전등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이쪽으로 가보자'하고 다시 발걸음이 멀어졌다.
꽤 많은 인원이니 아직 이쪽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대체 왜 내가 불안해하는거지- 계속 굳어있는 히무로의 상체를 끌어안고있던 무라사키바라의 팔이 천천히 미끄러졌다. 손이 애매하게 허리주변을 안은채, 다시 침묵. ....히무로는 뭔가 계속 찜찜했다. 이렇게 계속 품에 끌어안긴채 가만히 있을만큼 좋은 사이도 아니고 .불안감을 씹어삼키다가, 문득 이 근처에 편지를 놔두었던걸 떠올리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눈을 감고있는 무라사키바라의 얼굴이 들어왔고, 그 뒤통수로 종이같아보이는게 보였다. 팔을 뻗고싶었지만 아직 움직일순 없었다.
그리고...무라사키바라가 계속 이상했다. 고개를 뒤로 돌린채 눈을감은 얼굴을 주시하는데 다시 눈이 스르륵 떠졌다. 눈이마주치고, 괜히 움찔하고 다시 정면의 어둠을 노려봤다.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언제까지 이러고있는거지....등에 밀착된 무라사키바라의 상체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질려고 등을 움츠렸는데, 다시 팔에 힘이들어가서 몸을 끌어당겼다. 역시 놔주지 않는건가. 파바박하고 지나가는 과거의 잔인한 처사가 거부감을 증폭시켰다. 그때 귓가에 다시 살짝 뜨거운숨결이 느껴졌다.
잠깐만 이러고있을게,미안. 어깨위에 무게가 느껴졌다.
갇혀있는 자신의 팔이 갑갑해서, 어정쩡하게 몸을 움직이다가 가슴쪽을 살짝 쳤다. 순간 무라사키바라의 손에 힘이들어가더니 낮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조금만 있으면,무로칭 원하는대로 될지도 몰라.
..내가 원하는게 뭔데.
내가 없어지는거 아냐?
그렇게 덤덤히 말하더니 팔에 힘이 들어가서 몸을 세게 옥죄어왔다. 잘때입던 낡은 복장인채로 나와서, 조금 추웠던만큼 타인의 온기가 한층더 뜨겁게 다가왔다. 갑갑했다.
..무로칭이,날 용서해주지 않을거란건 알고있어. 사과하기도 늦었고.
갑자기 전혀 예상도 못했던 말이 튀어나와서 히무로의 몸이 일순 경직했다. 짧게나마 쌓아왔던 호의와 우정이 흔적도없이 날아가고 배신당했다고 느꼈던 그때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사과,같은건- 제일 듣기싫은 말이었다. 가해자의 자기위안일뿐인 알량한 말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저도모르게 이를 악물어버린 히무로를 무라는 한층더 강한힘으로 끌어안았다.
...그러니까, 그냥, 아무말도 안할려고.
무로칭도 잠시만 이대로 있어줘. 히무로는 뛰쳐나가고싶은 충동이 들었다.
어째서, 무라사키바라는 그날 억지로 히무로를 안았던걸까. 전혀 남자에게 관심있어보이지도 않았던 남자가, 어째서- 그걸 스스로 묻는것조차 끔찍했고, 생각할수록 미칠거같아서 그에대한 의문은 마음속에서 덧칠해서 없는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예전에 가지고있었던 희미한 애정이 참을수없게 끔찍해서 지워버리고싶었다. 단순히 상대가 남자와 잤다는 이유만으로도 그자리에서 강간할 원인이 될거라고는 생각할수도 없었다. 도저히 알수가 없었다. 일순 감정을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린 기억에서 헤어날려고 심호흡을 했다. 조금만,조금만 더 참자. 곧 떠날거니까-
그때 손에 물같은게 닿은 느낌이 들었다. 바닥에 짚었던 손가락끝에 미지근한 미끈한감촉이 느껴졌고 들어오면서 주전자라도 엎었나 싶어서 손을 들어올렸다.
검붉은 질척한 액체가 손끝을 타고 흐르고있었다. 그리고,계속해서 무겁게 느껴지던 팔이 이번에야말로 으스러트릴 기세로 몸을 옥죄어왔다.
바닥에 고일정도로 흥건한 피를보자 절로 헉소리가 났다.
아츠,시. ...응, 아까전에 한발,맞은거같아.
담담하게 무겁게 읊조리는 목소리가 조금씩 잠겨가는걸 느끼고, 덜컥 겁이났다. 그제야, 아까부터 이상하던 느낌의 정체를 알았다. 이정도로 많이 흘렸다면 의식도 가물가물할텐데.... 하지만 몸을 옥죄는 힘은 풀어지지 않았다.
아츠시, 놔줘, 상처를...!
...그냥, 두는게 좋지않아?무로칭 입장에선.
...기분더러운 소리 하지마, 내 가게에서 시체치우긴 싫어!
절로 격양된 목소리에 무라사키바라가 뭐라 알수없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 ..응,그거라도 일단은 안심일지도.
무슨소리야? 좀 놔줘..!
겨우 무거운 팔을 풀고 몸을 때어낸 후 코트를 살펴보자 가슴팍에서 거무스름하게 새어나온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서 옷깃을 치우자 어두침침한 와중에도 온통 검게 보이는 셔츠와 비릿한 냄새가 풍겨져나왔다. 이정도인가.... 응급처치로 될 상황이 아니었다. 심한 출혈에 체온이 떨어지면 그걸로도 쇼크사할수있다. 그리고........ 생각을 떨치듯 고개를 가로젓고, 저번의 호텔에서 안면을 트게된 야매의사에게 연락하고자 전화기를 들었다. 그때 다시 밖에서 발소리가 나서 급하게 몸을 숙였다.
대체 내가 왜이러는거지.. 무라사키바라의 말마따나, 그대로 두고싶은게 당연할텐데.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렇게 둘순 없었다. 제아무리 원망스러운 상대라도, 그래선 안된다는 조급함에 식은땀이 새어나왔다. 웅크려있는 히무로의 창백한 안색을 살피듯 무라사키바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걱정하는거야?하고 말했다. 그말에 대답없이 발소리가 멀어진걸 확인한 히무로는 수화기를 들었고, 밤중에 걸린 전화에 알아들을수없는 외국어의 욕설을 흘려들은후 간단히 용건을 말했다. 의사는 한시간안에 가겠다고 말했고, 그 사이에 안죽도록 힘내라해,하는 말을 하고 끊었다.
...무로칭, 지금, 죽을거면 밖에서 뒤질것이지-같은생각, 안해?
..하고있어. 좀 닥쳐줘.
...경찰 불러서, 나 끌고가게 하는게 편하지않아? 일단 안죽게 할거같은데.체포할려고 저러는거니까.
...그생각을 못했네. 그래도 좀 닥쳐줘.
그말대로였다. 하지만 다른생각이 들지않았다. 여기서, 히무로가 보는앞에서 죽게할순 없었다. 평소에 상상도 못했던 자학적인 얘기를 하는것도 들어주기 싫었다. 출혈로 창백해진 얼굴이 계속 가까이 있는것도 싫었다. 사과같은- 그런 단어는 생각조차 하기싫었다.
죽어서 사죄할생각따위 하는건 아니겠지,아츠시? 혼자 만족할려고 하지마.....죽어도 용서 안할거니까.
그렇게 내뱉은 말에, 무라사키바라는 응,알고있어,하고만 대답했다. 다시 시계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크게 느껴졌다. 구급상자는 2층에 있었고, 아직 계단을 올라갈만큼 주변이조용하진 않았다.하다못해 지혈이라도 해야했다.
움직이지마, 자꾸 새어나오잖아!
..응,근데 추워서.
멍하니 천장을 보며 힘빠진 소리를 내뱉는 이 남자가 전에없이 - 위축되어보였다. 뭔가 덮을거라도 찾으려고 조심스레 허리를 들자, 무라사키바라의 손이 뻗어나와서 히무로의 팔을 붙잡았다. 힘이 빠졌다 해도 남들의 배는 큰 손가락이라 무게가 느껴진다.
..무로칭, 나 죽게하지 않으려는거지?
..그래.
그럼, 이리와줘.
손이 끌어당기는대로 다시 품에 들어가졌다. 밤공기에 식은 옷자락이 다시 체온에 맞닿았다. 아까 피가 흐른자리지만, 이상하게 신경쓰이진 않았다. 다시 팔이 어깨를 감싸더니, 무게가 전해져왔다. 뒤통수에 부드러운것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힘없이 고개는 떨궈졌지만, 팔의 힘은 풀지않았다. 체온이 하나가 된듯, 미적지근한 열이 조용히 퍼져나갔다.
의사는 예상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예의 검은세단도 그 직후에 도착해서, 축 늘어진 거구를 실은채 히무로만 남겨두고 검은 골목속으로 사라졌다. 남아있는 진득한 피냄새에 현기증이 났다.
히무로는 그 다음날 열을내고 문을 일찍 닫았다. 팔다리가 전부 녹아서 빠져버릴만큼 하루종일 앓은 후, 다시 문밖으로 나섰을땐 하얀 눈이 거리를 덮고있었다. 이 도시에서 맞이하는 첫눈이었다
마감 코앞이지만 다음 마감이 기다리고있으니 별거없잖아? 하하하
낼모레 화빙책 빙화책 내요 ㅠㅜ 마감작두춤이 이렇구나
비번글 공지 올렸는데 비번글이 아니네요 데헷 >.0
이제 자빙인지먼지.......다음부분은.....비번글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