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빙/무라히무 마피아 AU [dead tree] -11-
옳긴것
-미완결. 썰
-자빙. 마피아 AU입니다. 무라사키바라 및 키세키가 마피아, 히무로는 어딘지 수상한 카페 주인 설정.
-연령은 20대입니다
-시대배경은 대략 세계대공황 이후. 20세기 후반
-미쿡...일까나.
+폭력,유혈,강제 묘사 나옵니다.
++너무 오래 끄는것 같아서 걍 공개합니다....
+++키세키들 조금 등장. 캐붕이나 그런거 주의.
그후 사흘정도, 의사를 다시 한번 부른것 이외엔 아무도 무라사키바라의 방에 들어올수 없었다. 무라사키바라또한 나가지도 않고 식사는 전부 룸서비스나 간식으로 해결했으며, 히무로는 꼬박 이틀을 앓다가 겨우 움직일수있게 되었다. 어쩌다가 이상한 말을쓰는 의사와도 말을텄고, 몇가지 약을 더 받았다.
그리고 며칠후 미도리마가 차를 보내서 '거기서 날세우지 말고 돌아오라는것이다'하는 언질을 보냈다. 수척해졌다가도 식욕이 돌아와서 식사를 하게된 히무로가, 드디어 나갈수 있다는거에 기뻐하는듯 불안하는듯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기억이 돌아오질않아 애매하게 멍한부분이 남은것 말곤, 정말로 후유증은 없는듯 약에의한 폐해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다친곳과 멍든곳 외엔 거의 멀쩡해졌다. 무라사키바라는 침실을 양보한채 거실과 부엌에서만 지냈다. 도중에 화장실 갈때나 샤워할때 부축해준것 외엔 손끝하나 대지않았다.히무로는 무라사키바라가 불편하다가도, 혼자 아무도 모르는곳에 있는것이 지금은 두려운 상황인걸 인지한탓인가, 무라사키바라가 인기척을 안내고 있으면 불안감을 느꼈다. 가벼운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스스로 판단을 내렸다가, 바닥에 가라앉을 곳도 더이상 없을거라 느꼈던 자괴감이 다시 끓어올랐다. 나가게 된다는 말을 들었을때 불안감을 드러낸건, 철저하게 무력해진 상황에서 무의식중에 붙잡고있던 상대가 떠난다는걸 은연중에 자각했기 때문이다.
돌아오지 않는 그 잠깐의 기억의 부재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올때 입었던 복장 그대로 갈아입고 무라사키바라의 뒤를 따라 거의 일주일만에 호텔을 나선 히무로는, 더이상 자기의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할수 없었다. 아니, 상상하기 싫었다. 차에 타기직전 저 멀리서 누군가를 본듯했지만, 기억엔 없었다.
차가 멈춘후, 무라사키바라는 가만히 있고 히무로만 내렸다.불현듯 불려나간 과거처럼 운영했던 가게앞에 서있자, 히무로는 저기가 진짜 내가 있던곳인가 살짝 의심이 들었다. 뒤에서 짤막하게 인사가 들리고 문이 닫힌후 차가 다시 출발했다. 이미 한밤중이었다. 가게는 변함이 없었고, 문 밑에 우편물이 몇장, 그리고 문 앞엔 '수도관이 터져서 당분간 휴업합니다'하고 적혀있었다. 열쇠는 안쪽주머니에 있었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변함없는 냄새가 맞이하였다. 문을 다시 잠그고 블라인드를 걷지도 않고 2층침실로 올라가자- 올라갈땐 조금 힘들었다- 익숙한 침대가 보였고 그 위에 몸을 던졌다. 끼익하고, 녹슨 마음처럼 흔들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한동안 미동없이 있다가 주섬주섬 옷을 벗어서 바닥으로 던지고 이불속에 웅크렸다.
잠은 오지않고 멍하니 그렇게 있었다. 싸고 낡은 시트와 오래된 목재가구, 중고로 구입한 책장, 기성품 의복등이 낮설게만 느껴졌다. 눈을감고 지난 일주일을 되새겨봤다. 되새겨볼 좋은추억따위 없는 끔찍한 휴가였지만 , 기억의 공란이 너무나도 불안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어째서 아츠시는 아무말도 하지않는걸까. 대체 내가 무슨짓을 했기에, 그런 눈빛으로 날 쳐다봤던걸까. 불안과 동시에, 너무나도 오랫만에 혼자있다는 감각에 스멀스멀 잠이들어갔다.
다음날부터 곧바로 개점했다. 살짝 금간 손목이 불안했지만, 잠시라도 몸을 쉬면 불안감이 목을타고 올라와 마비시킬거같아서 그걸 피하고자 바쁘게 움직였다. 오래 묵힌 식재료를 처분하고 새로 신선한걸 구입한후 그릇도 새로 닦고 찻잎도 오래된건 버렸다. 가는김에 생강도 사왔다. 어째서엿더라, 하지만 열심히 바지런히 움직였고, 오랫만에 문을열자 단골들이 반갑게 몰려와서 바쁜 오후를 보냈다. 가게는 걸어서 10분정도 걸리는곳이었다. 잠시 왔다가는사이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고, 그쪽을 돌아보자 슬그머니 누군가가 지나갔다. 감시당한다, 는걸 알았다. 누구의 수하일까. 아츠시일까, 아니면 다른 마피아일까.
무라사키바라는 하루종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히무로는 안심하면서도 어딘지 불안한 마음으로 일을 했다. 여전히 두렵고, 배신당했다는 절망감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 남동생의 안위와 누군지도 모를 사람의 존재로 노려지고있다는 현실에 비하면, 아주조금은, 의지할수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속에서 갑자기 카가미가 나타나주는 상상을 하며 실수로 차를 엎지를뻔 했지만 큰 실수없이 하루를 넘겼다. 그날 영업이 끝난후 일찍 셔터를 내리고 하루종일 다음날 내놓을 과자의 반죽을 했다. 수제는 자신이 없었지만 쿠기하나는 구울수 있었다. 이렇게 만든걸, 올때마다 반이상 먹어치우던 사람이 있었지.....반죽을 떼던 손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대충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올라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
며칠동안은 불안하게 찾아오는 사람없이 부산한 날을 보냈다. 도중에 비가한번 와서 길이 젖었고, 개었을땐 공기가 맑았다. 몸에 힘이들어오는것 같아서, 약간 기분전환이 되었다. 조직원같은 사람도, 아츠시도 오지않았다. 한참을 서있다가 다리가 아파서 잠깐 앉을때 허리에 약간 통증이 달리는것 외엔 몸도 괜찮았다. 약은 계속 먹고있었다. 다음날은 저녁부터 엄청난 비가 쏟아졌고 카페 입구에도 물이 차오를락 해서 그걸 닦아내느라 하루종일 바빴다.
그런 날이 지나고 아무래도 지쳐서, 일찍 문을닫고 혼자서 차를 마시다가 일찍 잠들기로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물이 새는곳은 없었지만 창문이 시끄러웠다.
이불속에서 몸을뒤척이며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머리맡에 올려둔 반지의 반짝이는빛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이후로, 한번도 몸에 걸치지 않았다. 그걸 멍히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그순간 퍼뜩, 머릿속에 기억아닌 무언가가 지나갔다. 손등이 욱신거렸고, 더할나위없이 기괴하던 형체가 떠올랐다. 그것은 약물이 보여준 환상이었을까. 불안한마음을 추스리고 몸을 웅크렸을때, 등줄기가 전기가통한듯 찌릿하고 울렸다. 절로 다리가 움츠러들었고, 어깨가 굳었다. 참을수없이 이상하고, 꺼림칙하고, 생각하기 싫은 그 느낌이었다. 아, 하고 입에서 절로 짧은 비명이 새나왔다. 귀에서 들리던 빗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본래 받지못할 곳으로 남자의 생식기를 받아들이던때의 그 느낌과 너무나도 흡사한 그 감각에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고, 자기도모르게 밑을 움찔거렸다. 무릎을 세워서 그 사이로 얼굴을 묻고 이를 악물었다. 반추하기 싫은감각을 다시 떠올린탓인가, 통증마저 느껴지는듯 했다. 악문 잇사이로 신음이 흘렀다. 그리고 그것이, 어디선가 들은듯한 소리라 더 움찔했다. 어디서 들은거지, 아니 생각하고싶지 않았다.떠올리기 싫었다. 머리를 흔들고 엎드려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차폐된 이불속에서 스스로의 숨소리가 거칠게 들렸다.허리아래가 마비되듯 움직이수없었지만 통증은 계속 달렸다.
이건 아마도....아츠시와 잤던때를 떠올린거다,고,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어지간히도 험하게 당했으니 몸이 힘들었던거라고 생각했지만.... 엎드린채로인 등줄기와 꼬리뼈 쪽에 어떤 간질거림을 느꼈다. 빌어먹을,입밖으로 크게 욕을 하고 다시 돌아누워서 천장을 노려봤다. 남자와 억지로 몸을 결합해서, 알지도 못했던 부분이 쑤셔지고 꿰뚫리고 더럽혀지고, 미친듯이 흔들렸던 그 감각이 마치 지금겪는마냥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눈을 감을수도 없어서, 손바닥으로 입을 감쌌다. 빗소리가 감정을 증폭시키듯, 어두운 방안에 혼자만의 신음이 울리는것이 듣기싫었다. 손바닥을 깨물듯 했지만, 새어나갔다. 어느새 몸을 옆으로 비튼채, 한손으로 허벅지를 콰악 붙잡으며 필사적으로 버텼다.
이 기억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랬다. 하반신에서 불이날듯 뜨겁게 느껴지고. 보이지 않는 손이 몸을마구 만지는듯 기분나쁜 감각에 최대한 작게 숨을쉬며 참으려 했지만 되풀이되는 과거의 몇몇 기억들에 다시 눈물니 새나오고 있었다. 처음 억지로, 지저분한 남자한테 강제로 당한걸 떠올렸다. 창녀같은 자세를 요구받아 사진도 찍혔다. 이상한 도구같은걸로 희롱당했다. 그리고 얼마후엔, 친하게 지내던 사람에게 끔찍하게 강간당했다. 호텔로 끌려가서 온갖 수모를 겪었다. 그리고,그리고,그리고....... 계속 되풀이해서 떠오르는 끔찍한 기억들에 몸이 좀먹혀들어가는듯했다. 사방에서 수십명에게 온몸을 잡아뜯기는듯한 감각에 도망칠곳도 없었다. 무서웠다. 누군가가 도와주길 바랬지만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 내가 이런 끔찍한 일을 겪어야 하는거지? 보이지않는 그림자에게 난도질당하면서, 그 '왜'를 찾았다.의문이 비명처럼 터져나왔다.
타이가. 너때문이야.
모르는척 덮어두었던, 애정만으로 감싼 그 밑에 숨어있던 수많은 '감정'이 터져나와버렸다.
너를 찾으려다가 이렇게 되었어. 어째서, 어딜 수소문해도 '나'를 찾는다는 사람은 없었던거야? 나 혼자만 널 그리워했던거야?어째서, 나만 너를 찾아다니는거야?
사무치는 그리움이었던 애정이, 원망과 분노로 바뀌어갔다. 머릿속을 빙글빙글도는 갈곳없는 의문과 분노에, 독극물처럼 침식되어가는 감정을 주체하지못해 결국소리내어 울어버렸다. 눈물이 차가운 시트로 스며들어갔고, 그 위를 미친듯이 머리카락으로 덮었다.
타이가가, 미워졌다. 형제라는 옹졸한 관계에 혼자만 매달려왔을지도 모른다는, 누구에게도 말할수 없었던 불안함이 터져나와 사방을 잠식했고, 그 속에서 죽고 살아나고를 반복하는 끔찍한 밤이 지나고 새벽동이 틀때까지 히무로는 잠들수 없었다.
무라사키바라는 아카시 앞에 뚱하게 서있었다. 아카시 옆에는 미도리마가 책상을 하나 사이에 두고 앉아있었고, 무라사키바라 뒷쪽의 문 옆에는 아오미네가 전에없이 험악하게 서있었다. 키세는 문 밖에 서있었다. 테이코 조직의 주요인물이 다 모인건 거의 반년만이었다.그들중에 겉보기론 가장 평균체형에 가까운 아카시가 나이에 맞지않게 다소 어려보이는 얼굴을 들어서,아츠시,하고 이름을 불렀다.
응. 뚱하게 대답하자 미도리마가 대신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부하들은 없는지라 잔소리는 안했다. 아카시가 이어서 계속 말했다.
너의 선택은 존중하겠지만 그 대상이 료타나 다이키면 조금 곤란하잖아. 신타로가. 어째서 나한테 그러는거냐! 아카시,너도 곤란하지 않은가!! 갑자기 지목당한 미도리마가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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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칭은 어찌되었든, 이건 진짜로 부탁하고싶은거야. 키세칭하고 미네칭한테, 나 방해하면 죽는다고 좀 말해줘. .....무라사키바라, 너이자식.... 아오미네가 나이보다 삭아보이는 얼굴로 험악하게 말했다. 몇년전부터 급격한 노화랄까, 미간의 주름이 사라지질 않아서 더 나이가 들어보이곤 했다. 아오미네가 그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채로 노려보며 말했다.
너를 방해하고말고가 아니야. 난 테츠를 찾는거라고. 그러니까~그게 방해라고! 쿠로칭은 알아서 찾으라고! 남의 일까지 방해하지 말라고! 아츠시. 다시 아카시가 부르는 목소리에 무라사키바라가 볼을 부풀리더니 불만족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아츠시, 나는 왜, 네가 조직원이 아닌 사람의 부탁으로 다이키나 료타와 마찰을 일으키는지,그게 더 의문인걸. 무라사키바라는 인상을 굳히고, 약속했으니까,하고만 대답했다. 흐음. 그렇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던가? 그럼 아츠시, 내가만약 '관둬라'고 하면, 어쩔거야? .....................아카칭이라도, 조금 싫을거같아. ...하하, 과연. 아카시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했다.
아츠시가 찾고있던 남자가, 테츠야와 같이 있었다는걸 미도리마가 알아냈고, 그걸 다이키가 멋대로 훔쳐봐서 알게되고, 료타는 부탁한 사람에게 억지로 약물을 투여했다. 이렇게 된건가. 료타, 너는 너무 성급해. 그리고 나는 약물같은건 매우 싫어하지. 당분간 근신하도록해. ........진심입니까,아카싯치? 문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무라사키바라는 다시 불쾌해졌다. 테츠야를 찾는건 상관없지만, 수법은 바꾸도록해. 조직원끼리 틀어지는건 원치않으니까. .....하아,알겠슴다. 그리고 뚜벅뚜벅 발소리가 멀어졌다.
다이키. 그 남자를 찾는건 상관없지만, 아츠시가 먼저 찾고있으니까, 찾더라도 아츠시에게 먼저 알리도록해. 최소한의 룰이다. ....쳇, 알았다고.... 테츠만 찾을수있다면, 그런놈하곤 상관없어. 아오미네가 내뱉듣이 말하고 문을 쾅 열더니 걸어나갔다. 신타로, 수고스럽겠지만 내일 있을 회동의 준비를 해줘. 일에 지장이 가지않는한에, 아츠시의 건을 처리하도록해. 알았다는것이다. 그리고는 럭키아이템같은 미니 산세베리아 화분을 양팔로 껴안은채 밖으로 나갔다. 방안에 단 둘이 남게되자, 아카시가 마지막으로 아츠시,하고 불렀다.
과자나 금붕어와 달리, 사람은 의지도 있고 사고도 하고 멋대로 움직이지. 네가 자기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대하는방법을 조금더 알수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아카칭,그거,무슨얘기.
무라사키바라가 여전히 무표정한채로 대답하자, 아카시는 고양이같은 눈으로 싱긋 웃기만 했다.
조직 본부-아카시의 사택이지만-를 나서서 길을 걷자,하늘이 우중충한게 비가올듯했다. 낮에 한번왔었는데. 눈을 깜박거리다가, 멀리서 히무로를 한번 더 확인하고 갈 생각으로 발걸음을 옳겼다. 근데 가는길에 비가 쏟아졌고, 가벼운 소나기가 아닌 장대비라 걷기도 힘들어져서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숙소겸 사무실로 가자 부하들은 퇴근했고, 문을열고 안에 들어가 젖은옷을 벗어던지고 잠옷으로 갈아입은다음 손에집히는 가장가까이있던 과자봉지를 팍 뜯어서 먹기시작했다. 빗소리가 장난아니었다. 씻기도 귀찮아져서 머리를 베겟잎에 묻은채 빗소리를 감상했다.
자고있을까. 그런생각을 하다가 뒤척거리고, 뒤척거리다가 결국 일어나서 사무실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받아놨던 서류와, 아까 미도리마가 건네준 자료를 전부 꺼내서 바닥위에 늘어놓고 털썩 주저앉았다. 문득, 책상밑의 어두운 공간을 쳐다보았다. 저 밑에서 처음 그 일을 벌였었다. 나또한 성급했었다. 쓴맛을 삼키고 다시 서류에 집중했다. 카가미 타이가가 오갔던 흔적, 정착한곳, 주변사람의 증언등등. 지난 며칠동안 직접 발품을 팔면서까지 찾고있었다. 최소한 국경을 벗어나진 않은거같았고, 아쉽게도 죽은거같지도 않았다. 나라의 높으신분들이 관리하는 인프라는 건드리지 못했지만, 경찰쪽에 심어둔끄나풀의 보고로는 주로 집도없고 사정이 꺼림칙한 녀석들은 당일보수 공사현장이나 병원의 시체 청소를 제일많이 한다고해서, 복사한 사진을 그쪽으로 팩스를 보낼수있을만큼 보내봤다. 탐정이라 둘러대고-진짜 탐정같잖아,젠장- 발벗고 나서면서, 왜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가 하고 무한히 짜증을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히무로에게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였다. 약속대로 동생을 찾아주면, 그러면..............역시 그 뒤로는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들고있던 종이를 손가락으로 튕기자, 장난처럼 책상밑으로 쑤욱 들어가버렸다. 아 젠장. 그대로 펼쳐둔채 침대위에 털썩 드러누웠다. 당분간은 찾아가면 안되겠지. 하지만, 보고싶었다. 난폭한 감정이 올라오는걸 참으며, 빗소리를 메트로눔처럼 귀기울여가며 잠을청했다. 내일도, 멀리서만 지켜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