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 우시오이 전력 60분- 향수
우시오이 전력 60분 주제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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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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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는다.
당연히, 모든것이 어두운 장막에 가로막힌다.
하지만 실내를 밝히는 전등은 완전한 어둠을 제공하지 않는다. 단지, 바깥세상과 뇌를 연결해주는 동공이 얇은 막으로 덮여서 정보를 차단할 뿐, 빛은 여전히 눈꺼풀 안쪽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 빛이 어두워질때쯤이면 다른 정보가 흘러들어온다. 시각과 청각에 비해 다소 둔화되어 있던 후각이 평소보다 예민하게 주변의 정보를 감지해냈다. 실내의 건조한 냄새, 밖에서 묻어온 냄새, 세탁한 의류의 냄새. 특별할것 없었다.
그때 한가지, 평소와 다른것이 섞여 있음을 깨닫는다.
우시지마는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아까전보다 어둡게 느껴지는 실내를 휙 둘러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곳에 있지 않은 잔향이라 부를 것의 근원지로 생각할 만한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가기 전과 변함없는 살풍경한 거실은 말없이 주인의 귀환을 반길 뿐이다.
며칠만에 집에 돌아와서 아직 코트도 벗지 않은 몸을 일으켰다. 함몰되었던 소파가 살짝 삐걱거린다. 일어선 김에 목도리를 풀고 코트도 벗어서 소파에 내려놓았다. 추위속에 두텁게 입은 트레이닝복과 마찰해서 피부가 약간 건조하게 느껴졌다. 어차피 샤워하러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의 방에 남아있는 향기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평소에 뿌릴 일 없는,아마도 향수로 추정되는 것의 잔향이 낯설게 내려앉아 있었다.
정의 내리긴 힘들지만 꽃향기도 살짝 있는, 하지만 강하지 않고 청량함이 느껴지는 가벼운 향이었다. 그렇다고 여자들 향수처럼 달콤하진 않고, 들이마쉬면 무언가 느껴지지만 이윽고 향에 익숙해져서 느끼지 못할 그런 종류였다. 탈취제의 비누향보단 좀 더 고급스런 느낌.
몇발자국 걷는 사이에 향은 사라졌다. 거실의 좌식 테이블과 소파 사이에서 맴돌던 향은, 샤워하기 위해 옷을 벗고 세탁물 통에 다가갈때 다시 느껴졌다.
문득 세탁물통을 보자, 원정을 가기 전날 비워두었을 터인데 무언가가 들어있음을 깨달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것을 들어올렸다.
평범한 무지의 스웨터였다. 자신의 기억에는 없고, 펼쳐 보니 사이즈도 좀 안맞을 크기였다. 입을 순 있겠지만 완전히 꽉 끼어서 불편할 듯 했다. 예의 향기는 스웨터가 진원지인듯 하다. 어째서 이런것이, 하고 그것을 뒤집자 그 안에서 다시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것은 자신의 속옷이었다.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네가 지금 입고있는 옷 위아래 합친것보다 비싼거라며 선물받았으니까.
선물 받고, 운동할때 입기엔 조금 부담스러워서 아직 한번도 개시하지 않고 서랍에 넣어둔 물건이었다. 왜 안입고 오냐며 투정섞인 질책을 받으면 언제나 다음에, 로 미루곤 했었다. 선물받은 만큼 특별한 날에, 라고 생각했지만 한동안 그 특별한 날은 오지 못했다. 양쪽 다 정신없이 바빴고, 매일같이 문자를 주고받을만큼 살가운 관계도 아니었다.
바닥에 떨어진 속옷을 주워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쪽을 뒤집어서 확인해 보았다.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웃는게 얼마만인지, 그야말로 내면에서 솟구치는 어이없음에 저절로 얼굴근육이 당겼다. 늘 굳어있냐며 핀잔듣는 자신의 얼굴이 간만에 많이 움직인 탓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오이카와에게 전화하기로 했다. 전화해서 곧장 이쪽으로 오라고 한 다음, 맡겨두었던 집 열쇠를 돌려받고, 남에게 선물한 걸 멋대로 먼저 써버린 뻔뻔한 얼굴을 보고싶었다.
그 전에.
우시지마는 들고 있던 스웨터를 얼굴에 가까이 가져가서, 다시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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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오이잖아 왜 오이카와상은 한마디도 못하고 안나오는거에요? 요즘 자주 이런다??
그치만 우시오이 입니다!! 메타포 만세!! 속옷 안쪽보고 웃는 이유가 뭐겠어요 선생님